생리활성영양물질의 보고(寶庫)
밀순즙과 보리순즙 Ⅱ
밀순즙과 보리순즙은 생즙에 있어서 독특하고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밀순즙과 보리순즙은 곡류의 싹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채소와 과일의 즙과 구별되고, 풍부한 영양소 이외에 새싹이 지닌 왕성한 생명력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생즙과 다릅니다.
밀순즙과 보리순즙은 영양보충제로서는 물론, 강력한 치료 효능이 있는 치료제로서도 이용될 수 있으므로 누구나 알아두어야 할 값어치 있는 생즙입니다.
찰스 슈나벨
밀순은 밀의 싹입니다. 곡물의 새싹이 언제부터 이용되어 왔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기껏 알 수 있는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 병사들이 상처가 났을 때 이용하였다는 정도입니다. 이처럼 민간요법으로 대두되어 오던 새싹의 영양가치가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연구되고 밝혀진 것은 찰스 프랭클린 슈나벨(Charles Franklin Shnabel)이란 과학자에 의해서였습니다.
1928년은 비타민 A,C,E가 발견되면서 비타민이 필수 영양소란 것이 연구가들에게 막 자리 잡고 있을 때입니다. 이때 미국의 화학자 슈나벨은 달걀의 생산을 증대하고 닭의 폐사율을 낮출 ‘조혈 물질’을 찾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식물에 있는 엽록소가 동물 혈액중의 산소운반 물질인 헤모글로빈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이 밝혀지자 슈나벨은 “녹색의 잎이 가장 좋은 조혈물질일지 모른다”면서 녹색의 잎에 대한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처음에 슈나벨은 닭의 사료 중에서 알팔파의 양을 늘려 보았습니다. 그러나 알팔파의 양이 10%를 넘으면 닭에게 해로웠습니다. 그는 다시 20여 가지의 채소를 이리저리 섞어 공급해 보았으나 결과는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거의 실험을 포기할 지경에 이를 정도로 실망한 그는 우연히 밀과 귀리의 새싹을 공급해 보았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사료에 새싹을 10%만 섞었는데도 불구하고 겨울철 달걀의 생산이 평균 38%에서 94%까지 증대한 것입니다.
새싹을 먹인 닭들로부터 생산된 달걀은 껍질도 단단하였고, 이 달걀에서 나온 병아리들 또한 매우 건강하였습니다. 더구나 닭의 폐사율도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알팔파를 먹인 닭의 사망률에 비해 곡류의 새싹을 먹인 닭의 사망률은 1/10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알고 싶었던 슈나벨은 닭을 해부해 보았습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간의 생김새였습니다. 곡류의 새싹을 먹인 닭의 간은 짙은 마호가니 색에 표면은 거울처럼 빛났습니다. 알팔파를 먹인 닭은 연한 황갈색이었습니다. 좋은 풀을 공급하여 일어난 간의 변화는 너무나 명백하여 퇴행성 질환의 예방과의 관련을 짓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슈나벨은 새싹을 직접 먹어보고 또 가족과 친지들에게 권유하면서 새싹의 놀라운 힘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발견을 학계와 산업계에 알렸고, 더욱 깊이 곡류 새싹의 성장과 영양 가치에 관한 연구에 몰입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는 ‘마디 단계(jointing stage)’를 발견하고 특허를 획득하였습니다. 마디 단계란 곡식이 땅에 심겨져 새싹으로 자라다가 일정 시점에 이르러 새싹의 잎에서 마디 세포가 형성되는 단계를 말합니다. 마디 단계가 되면 채소로서의 성장은 끝나고 뻗뻗한 줄기가 특징인 곡초(穀草)로서의 성장이 시작됩니다.
마디 단계 직전에 새싹의 잎에 있는 비타민/단백질/엽록소 등의 영양소는 최상의 상태에 도달합니다. 그러므로 이때의 새싹을 이용해야 가장 영양 가치가 큽니다. 그러나 마디 단계가 되면 이들 영양소의 함량은 급격히 쇠퇴하면서 셀룰로즈의 양이 증가합니다.
셀롤로즈는 새싹이 황금빛 밀대와 보릿대로 성장하도록 구조적인 안정을 제공합니다. 슈나벨은 이처럼 새싹의 영양 가치를 밝혀내었을 뿐만 아니라, 언제 새싹을 수확해서 이용해야 하는지를 밝혀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