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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소사(小事)는 청산하고 동포여 건국에 돌진하자
-건국준비위원회의 사명 우리 강산에 이같이 기쁜 일이 있게 된 데 대하여는 다같이 경하하는 바이다. 여기에서 특히 건국준비위원회의 본질과 왜명(倭命)에 대하여 간단히 설며하여 동포에게 고하는 말로 하련다. 먼저 몇 가지 말할 것은 36년간의 일본 통치관계가 마침내 금일와서 분리하게 되었고, 또 소련과 미-영군(米-英軍)이 상륙하는 동시에 해외정부가 들어오게 된 바, 유사 이래 미증유(未曾有)의 이런 큰 일이 전개되는 이때에 가장 크게 문제될 점은 서로 마찰충돌할 위험성이 가장 많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때에 이 위원회가 생긴 것은 치안유지를 주안적 사명으로 하려는 것으로 건국준비위원회라니까 무슨 조각(組閣)이나 하고 방금 정부가 되는 것 같이 해석하는 경향이 있을지 모르나 그런 것이 아니고 주로 치안유지를 목표로 하는 기관인 것이다. 여기에 관하여 몇 가지 말할 것은 일본인에게 가해(加害)하는 등 사(事)는 절대로 금하여야 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가해라는 것은 반드시 육체적인 박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정신상 상대의 인격이나 자존심을 상하는 것도 의미하는 것이다. 생각건대 30여 년간 우리가 피통치자로 지나온 동안에는 민족적 원한과 통분도 물론 없지 않았을 것이나 지금은 우리가 가장 큰 일을 할 때이지 그런 과거의 구구한 일을 추궁할 때가 아니다. 우리가 정치적 속박을 벗어나 자유롭게 건국할 이때 무엇보다도 피차 곱게 분리하는 이상의 좋은 길은 없다. 생각해 보자. 가령 조선에 있는 일본인은 군인을 합하여 1백만 내외에 불과한데 그들에게 가해를 하고 보면 일본에 가 있는 7백만 동포의 입장이 어떻게 되겠나요. 그뿐만 아니라 일본인에게 가해를 한다면 그네들이 수수(袖手)하고 가만히 이것을 감수(甘受)하겠는가. 다시 그들과의 사이에 유혈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또 만주에 가 있는 조선동포를 생각해 보자. 우리가 자기 땅이 있는 다른 민족을 가해한다면 만주에 가 있는 2,3백만 동포가 만주인에게 피해를 받는 경우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터인데, 그 얼마나 기막히는 일이랴. 물론 다른 이유도 있지만 주로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일본인에게 절대로 해를 가하여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부르짖는 것이다. 그리고 생명뿐만 아니고 신궁(神宮), 불각(佛閣), 사원(寺院), 건물, 은행, 회사, 점포, 선박, 철도,교량, 일반시설에 대하여도 절대로 소각 파괴하는 일이없도록 피차 엄금키로 하자.그것이 이제 우리의 것이 될 것이 아닌가. 다음은 조신인끼리 동포가 피차 서로 해치 말아야 되겠다는 것이다.가령 관공직(官公職) 기타직(其他職)에 있을 때 단체적 또는 개인적으로 쌓인 원한을 이 유사지시(有事之時)에 보복하겠다는 심리가 생기기 쉬우나, 전 동포가 힘을 합하여 손을 맞잡고 큰 일을 달성하여야 될 이 때에 동포가 서로 해하는 등의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자유와 광명이 스스로 우리에게 오는 때 무슨 까닭으로 그런 소소한일에 매이어 큰 일을 잊어 좋으랴. 아무쪼록 우리 민족의 빛나는 장래를 생각하여 건국이란 위대한 사업에 우리의 전력을 다하여 활동할 때는 바로 이때다. 아무쪼록 가장 중요한 때니, 서로 자숙하여 위선 분리(分離)를 곱게 함으로써, 독립국인으로서의 긍도(矜度)를 뵈이고 오로지 광명과 희망에 찬 나라를 건설하자.
1945.8.17 평양건국준비위원회 위원장 조만식 (1945.8.18. 평양매일신문 호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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