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구간/거리 : : 불재-(4.0)-작은불재-(2.0)-염암부락재-(3.0)-오봉산-(4.0)-운암삼거리(초당골) (도상거리 13km)
♠집결지/시간 : 전주시 평화동 코오롱아파트 옆 롯데마트 공원 / 5시
♠함께한 님들 : <호남산악회>-국미순님, 스커리님, 청정님, 나.
여느때와 다름없이 5시에 집결하니 이젠 해가 짧아져 아직도 어둠이 자욱하다.
오늘은 택시를 부르지 않고 차량 두 대로 움직인다.
두 대가 운암삼거리로 이동하여 한 대를 배차한 후 다시 불재로 간다.
자동차 전용도로로 움직이니 이동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기에.
불재 도착 후 산행 시작무렵엔 날이 밝아 랜턴의 도움이 필요없다.
불재에서 활공장 오르는 길에 찜질방을 짓고 산을 깎아 여타 건물을 지어놓는 통에 예전 길이 사라져서 초행길의 모르는 사람들은 길을 찾기 애매하게 되었다.
자기 소유의 땅에 재산권을 행사하는건 어쩔 수 없지만 이로인해 길이 끊기니 안타깝다.
활공장에서 모악산과 구이저수지를 시원하게 일견하고 산행을 재촉한다.
수풀 우거져 난감한 곳을 누군가 잡목을 낫으로 베어놓았다.
베어낸 자국을 보니 하루 이들 전인데... 고맙다. 누군가의 댓가 바라지 않는 배려가.
치마산을 거쳐 작은불재까지 가는 동안 날을 맑은데 바람이 없다. 습하다.
오늘 오후에 비소식이 있었는데..
치마산의 마지막 봉우리에서 조망을 감상하고 작은불재로 내려가는 길이 가파르고 길다.
흙길이지만 밧줄을 의지하여 미끄러지지 않도록 신경쓰다보니 오르막 만큼이나 체력소모가 심하다.
그리고..
곧이어 오봉산2봉으로 오르는 된비알.
내려온 만큼보다 더 길고 가파르고 숲이 거칠다.
중도에 누군가 집을 짓기위해 터를 닦아놓았다. 잠시 물 한모금에 숨을 고른다.
누가 이런곳에 삶터를 꾸릴 생각을 했을까? 조망은 좋다마는 오고가는 길이 장난아닌데.
2봉 오르니 3봉,4봉, 오봉까지 나름 수월하다.
이렇게 오르내려며 오봉 능선에서 내려다 보는 금붕어섬.
비록 물이 빠져 형태를 제대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언제봐도 신비롭다.
여기서 느긋하게 점심과 휴식. 지난 길을 반추하며 뿌듯해 하고.
충분한 휴식. 그리고 오늘 하산점까지 나머지 4키로 남짓.
가볍게 여기고 출발했는데... 아차 하는 순간 왕복 1키로가 넘는 대형 알바를 친다.
멋모르고 내려가다보니 아스팔트도로다. 아뿔사.
한 번 내려온 길을 다시 빡세게 오르는게 왜이리 힘이드는지.
오봉산 정상부근에서 다시 출발하는데 인적이 없던 길이라 헤치고 나가는게 장난아니다.
여기는 누군가 잡목에 낫질도 안했구나.
이번 구간은 오봉산에 도착하면 거의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느끼지만 사실은 오봉산에서 운암삼거리까지 4키로 넘는 길이 힘겹다.
그건 산길 오르내림이 심하거나 위험해서가 아니라 "거의 다왔다"는 안도감을 배신하는 거칠은 수풀길이기 때문이다.
호남정맥길은 인적이 드문데다가 아침 일찍 출발했으니 거미의 밤새 쳐놓은 거미의 먹이 덫에 땀 흐르는 얼굴을 짜증과 함께 보시하고...
길을 막아선 수풀은 뺨을 때리고... 바람은 없고.
좌우간 여름철은 호남정맥이 길 좋은 명산길이나 백두대간길 보다 더 힘들다.
이렇게 이렇게 힘겹지만 돌아보면 뿌듯한 또 한 구간을 마쳤다.
우리네 인생 곰곰 돌이켜보면 이보다 더 험한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아니, 이 정도 고생은 외려 삶의 활력이요. 자신의 생존확인이 아니더냐?
이런 산행을 의지를 배반한 육체가 거부하는 날.
그날부터는 지구여행을 마치고 다른 행성으로 갈 준비를 해야할 터이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함께했던 님들. 오늘 산행길에 추억하던 옛 님들처럼 언젠가는 헤어지겠지만
오늘 함께한 산행은 서로 오래 기억하시길요. 함께해서 좋았습니다.
호남정맥 처음 동행하신 청정님. 다음 구간부터 주~욱 뵙시다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