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소개 2020년 3월 새로 나온 책 소개

[대구 이아진]

어린이도서연구회는 달마다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합니다.

평가는 목록위원회가 갈래별로 나누어 맡아서 합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만한 작품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소개하는 책은 크게 문학과 지식책으로 나눕니다. 문학은 그림책, 시·생활글, 옛날이야기, 동화, 소설, 만화로, 지식책은 주제에 따라 사회, 자연의 세계, 생활과 과학, 예술, 역사로 구분하였습니다. 동화는 우리나라 창작 동화의 발전을 중요하게 여겨 ‘우리 동화’와 ‘외국 동화’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의 독자는 크게 유아(1~3세/4~5세/6~7세), 초등(8~9세/10~11세/12~13세), 청소년(13세/16세)으로 나누었습니다. 달 수에 따라 발달에 차이가 큰 유아는 나이를 적었고, 청소년은 발달상에서 보이는 연속성과 변화를 고려하여 초등 6학년부터 중등 2학년까지와 그 이후로 나누어 13세와 16세로 적었습니다. 이 나이는 모두 ‘시작 나이’를 뜻합니다.

소개할 책은 목록위원회 갈래별 목록팀에서 토론하고 합의해서 정합니다. 소개할 때는 서지 정보와 함께 소개글을 붙이는데, 소개글은 글쓴이의 생각이 주로 담김으로 글쓴이의 이름을 밝힙니다.

여기에 소개한 책은 다른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청소년 책》과 ‘도서관목록’으로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이달에 <새로 나온 책>으로 소개하는 책은 그림책 2종, 동화 1종, 시·글모음 2종, 사회 1종, 과학 1종, 소설 4종, 모두 11종입니다.

코딱지 할아버지
신순재 글｜이명애 그림
책읽는곰｜2019.11.30｜44쪽｜13,000원｜그림책｜8~9세

우리 할아버지는 코딱지 멀리 튕기기 검은 띠다. 할아버지는 그 비법을 나에게만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진짜 좋아하는 사이라서 비밀이 많다. 그런데 코딱지 파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생겼다. 바로 흔들리는 앞니이다. 혀로 슬쩍 미니 흔들흔들, 손가락으로 건드리니 까딱까딱한다. 이런 이는 나만 있다. 엄마는 이를 빼야겠다고 말한다. 안 돼! 내 이를 지켜야 한다. 할아버지에게 흔들리는 이도 자랑하고 진짜 좋아하는 이와 헤어지지 않는 법도 물어봐야 하는데, 할아버지가 안 오신다.
할아버지는 아파서 병원에 계신다. 병문안을 하러 가서 할아버지에게 흔들리는 이를 보여 주었다. 딱 한 번만 흔들어보라고 했는데 그만 이가 빠져 버렸다. 나는 엉엉 울었다. 할아버지는 코딱지가 그렇듯 이도 빠지면 새 이가 다시 생긴다고 말한다. 영영 헤어지는 게 아니고 새 이를 남겨 놓은 거라고 말이다. 그럼 할아버지가 죽어도 다시 생길까? 할아버지는 내가 할아버지의 새 이라고, 나를 새 이로 남겨두는 거라고 말한다. 맞다. 나는 코딱지 파는 것까지도 할아버지를 쏙 빼닮은 할아버지의 새 이다.(노은정)

안팎정원
키아라 메잘라마 글｜레지스 르종 그림 | 이주희 옮김
놀궁리｜2019.10.30｜32쪽｜14,000원｜그림책｜12~13세
키아라는 외교관인 아빠를 따라 전쟁 중인 이란으로 이사를 한다. 키아라가 사는 곳 안쪽은 플라타너스가 끝없이 펼쳐진 아주 큰 정원이 있다. 평온한 안쪽과 달리 바깥은 사람들이 먹을 것을 구하려 줄을 서 있고 군인들이 기관총을 들고 있는 도시다.
어느 날 키아라는 정원 끝에서 창살 문밖을 내다본다. 창살 반대편에 있던 남자아이도 담장을 넘어 정원 안으로 들어왔다. 같은 언어를 쓰지는 않지만 둘은 친구가 된다. 하지만 키아라는 경계를 넘은 친구로 인해 안과 밖에 대해 고민한다. 밖에 있을지는 누가 결정하는지 자신에게 물으며 혼란스럽다.
담장 하나로 ‘안’과 ‘밖’이라는 전혀 다른 두 세계가 존재함을 보여 준다. 녹색과 검붉은 색채 대비로도 차이가 느껴진다. 어린 시절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김현정)

오줌이 온다
김개미 시｜박정섭 그림
토토북｜2019.10.25｜96쪽｜13,000원｜시｜8~9세

“벌레가 되면/돌 밑에 숨지 말고/민들레 밑에 숨어야지//나비가 오면/조금 기어 나와/날개를 구경해야지//벌이 오면/대궁을 껴안고/진동을 느껴야지//나 같은 아이가 오면/예쁘다는 말을/잔뜩 들어야지” 아이들 상상 속에 어른인 시인이 어떻게 들어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콕 찍어 시로 써놓았다. 가끔씩 너무 씻기 싫은 날, 아이가 수돗물을 틀어 놓고 대충대충 힘없는 손으로 하염없이 씻고 있는데, 그런 날 동생은 꼭 엄마한테 일러바친다. 엄마는 당장 소리 지를 준비가 되어 있고, 아빠는 눈에 힘을 팍 주고 끝까지 지켜보고 계신다. 이런 아이 마음을 누구라도 알아준다면 위로가 될텐데…. 다섯 번째 동시집을 내는 김개미 시인은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 주고, 곁에 있어 주는 친구가 된다. 《오줌이 온다》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박정섭의 위트 있는 그림이 보는 재미도 더해준다. 여자친구 티나와의 귀여운 사랑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이수용)

탐정동아리 사건일지
김현서 시
창비교육｜2019.10.10｜128쪽｜8,500원｜시｜13세부터
 
“시도 때도 없이 짜증이”나고 “부모님보다 친구를 더 믿고” 따르는 사춘기 아이들이 겪는 내면의 파도는 크고 깊다. 탐정 동아리 활동을 하며 자신의 꿈과 주변을 탐색하는 아이들은 교실에서 일어난 태블릿 분실 사건의 진짜 범인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을 <탐정 일지>라는 연작시로 시집 전체를 한 권의 소설처럼 엮어낸 청소년 성장 시집이다. 보인 모습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잘못된 선입견들이 오해를 만들고 소중한 것을 잃게 만드는 것처럼 시 <탐정 일지-친구>는 화자인 명섭이 주변의 안팎을 살피며 겪는 마음을 표현했다. “꽃인 줄 알았는데 꽃이 아니었다/꽃이 아닌 줄 알았는데 꽃이었다” <화병>을 보며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는 혁수, 공부 잘하는 진철이와 공부를 못하는 진철이, 엄마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규진이 그리고 복학생 형. 시집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을 통해 화자는 주변 친구들의 아픔을 함께하며 진실을 보는 눈을 키운다.(김남희)

복희탕의 비밀
김태호 글｜정문주 그림
마음이음｜2020.1.5｜150쪽｜10,000원｜동화｜10~11세
 
호테는 갑자기 아빠 다리가 물고기로 변해 혼란스럽다. 아빠가 저인이 된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저인은 바다에 사는데 예전에는 땅에 올라오면 다리가 생겨 사람들과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었다고 한다. 아빠는 하루 종일 욕조에 앉아 눈물을 흘린다. 호테는 그 모습에 당황한다. 아빠와 바다에 가려고 휠체어에 태워 집 밖으로 나가는데 계단은 너무 큰 장애물이다. 아빠는 호테가 편하게 지내도록 스스로 발 연구소에 가기로 한다. 발 연구소에는 무서운 비밀이 숨어 있다.
한편 호테는 저인을 쫓는 수상한 사람들을 피하다 복희탕을 발견한다. 복희탕은 달의 기운을 받아 4년에 한 번 2월 29일에만 문을 연다. 복희탕 주인은 호테가 달을 다시 띄울 운명으로 태어났다고 한다. 호테는 발 연구소에서 수상한 사람들을 발견하고 위험에 빠진 아빠를 구출하기로 한다. 호테와 아빠는 서로 도우며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신비로운 동양 신화와 만나 새롭고 아름답게 태어났다.(신민경)

이웃끼리 똘똘 뭉치면 무슨 일이 생길까?
미셸 멀더 글｜현혜진 옮김
초록개구리｜2019.10.20｜68쪽｜10,500원｜사회｜12~13세
 
이웃이 서로 경험을 나누고 함께 모여 즐길 수 있는 ‘장소 만들기’를 통해 동네를 변화시켜가는 세계 곳곳의 사례를 소개한 책이다. 캐나다 오타와에서는 몇몇 아이들이 동네 보도에 사방치기 놀이판을 그리기 시작한 이후 누구나 마음껏 보도에 분필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고 어른들도 함께 즐기는 장소가 되었다. 네덜란드에는 많은 집들이 현관문 바로 앞에 좁은 도로가 이어져 있다. 집 앞에 난 길 위로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탓에 마음을 졸이던 주민들이 가구와 화분을 집 앞에 내놓으면서 이 길을 다니는 자동차의 속도가 훨씬 느려졌다. 집 앞 골목이나 공원에 책으로 가득 찬 책장이 여기저기 세워지기 시작해 이웃을 만나고 서로를 알아 가기에 아주 좋은 장소가 되기도 한다. 공원에 공용 오븐을 만들어 다 같이 빵을 굽고, 공용 냉장고를 두어 음식을 함께 나누며 이웃 간의 정을 쌓아간다. 소소해 보이지만 이제껏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나씩 하다 보면 동네를 훨씬 따뜻하고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이재란)

생리를 시작한 너에게
유미 스타인스, 멜리사 캉 글｜제니 래섬 그림｜김선희 옮김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해설
다산어린이｜2019.10.7｜174쪽｜13,000원｜생활과 과학｜12~13세
 
생리를 시작하는 소녀들의 고민과 궁금증을 모아 작가와 청소년 성 전문가가 자신의 경험과 전문지식으로 답해주는 책이다. 생리를 처음 시작할 때 일어나는 신체 변화는 당혹스럽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기대감보다 신경이 쓰이는 부끄러운 것으로 생각한다. 생리는 자연스럽고 평범한 현상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생리용품을 미리 준비하고, 생리대, 탐폰, 생리컵 쓰는 방법을 그림과 함께 설명해서 알기 쉽다. 자궁이 수축할 때 생기는 생리통은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며, 적당한 운동이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미처 준비하지 못했을 때, 갑자기 생리를 시작하는 위급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도 유익하다. 자신의 생리 주기를 기록하면 다음 생리일을 예측하기 쉽고, 내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이해할 수 있다. 그 시기의 소녀들이 고민과 생생한 경험담을 공유하는 부분이 재미있다. 생리 문제와 성 정체성, 성에 대한 고민이 혼자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위안을 얻는다.(변병숙)

빅스비 선생님의 마지막 날
존 D. 앤더슨 글｜윤여림 옮김
미래인｜2019.8.30｜303쪽｜12,000원｜소설｜13세부터
 
빅스비 선생님은 아이의 두 눈을 마주 보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좋은 선생님이다. 그런 선생님이 여름 방학 한 달 앞둔 어느 날, 췌장암 악화로 남은 학기를 함께할 수 없게 되었다고 알린다. 호기심 많고 말썽꾸러기인 토퍼, 스티브, 브랜드에게 빅스비 선생님은 최고의 선생님이다. 송별회도 없이 그냥 선생님을 보낼 수 없었던 세 아이는 학교에 가는 척하고 선생님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기로 한다. 송별회를 위해 꼭 필요한 미쉘 베이커리의 케이크와 와인, 감자튀김을 사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좌충우돌 선생님을 찾아가는 과정과 무단결석을 하면서까지 아이들이 그렇게 해야만 하는 진짜 이야기가 펼쳐진다. 병원을 찾아간 아이들은 병원을 빠져나온 선생님과 공원에서 그들만의 특별한 송별회를 한다. 빅스비 선생님은 학교로 돌아올 수 없었지만 세 아이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선생님을 기억할 것이다. 결국 좋은 선생님은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권향란)

실시간 검색어 1위
박현숙 글
꿈꾸다｜2019.7.15｜212쪽｜11,000원｜소설｜13세부터
 
평범한 중학생 도영이는 틈만 나면 휴대 전화로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한다. 요즘 검색어 1위는 ‘지구 종말론’이다. 도영이는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나 늘 동생과 비교당한다. 도영이는 집에서 온갖 궂은일은 도맡아 하지만, 가족은 집안에 일어나는 나쁜 일은 모두 도영이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반대로 도진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모범생으로 집, 학교, 학원 등 가는 곳마다 칭찬 일색이다.
세상이 온통 지구 종말론으로 어수선한데 가족 중 유일하게 도영이를 응원해 주던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입원은 도영을 더 힘들게 한다. 도진의 이상한 행동, 아이돌이 꿈인 친구의 고민까지 지구 종말을 앞두고 도영의 마음은 참 복잡하다.
실시간 검색어에는 우리의 일상을 보여 주는 사건들이 순위에 오른다. 지구 종말, 디데이 앞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지구의 종말 이후 검색어 1위는 ‘새로운 시작’이다.(배현영)

초콜릿어 할 줄 알아?
캐스 레스터 글｜장혜진 옮김
봄볕｜2019.10.1｜296쪽｜14,000원｜소설｜13세부터
 
중학교 1학년 재즈는 영어 난독증으로 학교생활이 좀 불편하지만 또래 여자아이들과는 다르게 기발한 생각으로 넘쳐난다. 오빠들에게 치마를 입혀서 학교를 보내기도 하고 긴 교복 바지 대신 반바지를 입게 해달라고 학교에 청원을 시작한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복잡한 재즈에게 선생님은 시리아에서 온 난민 친구 나디마를 도와주라고 한다. 재즈는 글을 읽기 어렵고 나디마는 영어를 못 해 난감하다. 재즈는 나디마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알아내는 것도 힘들다. 휴대 전화로 온갖 나라 언어를 입력하고 묻기를 반복하다가 재즈가 던진 한마디, “그럼 초콜릿어는 할 줄 알아?” 재즈와 나디마는 초콜릿과 터키 사탕 로쿰을 나눠 먹으며 그들만의 방법으로 소통하기 시작한다. 재즈는 나디마를 돕기 위해 교칙을 어겨 벌을 받기도 하고 나디마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열세 살 사춘기 소녀들의 심리와 갈등, 무거울 수 있는 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심각하지 않게 툭 던져주고 있다.(배현영)

푸른 머리카락
남유하, 이필원, 허진희, 이덕래, 최상아 글
사계절｜2019.11.25｜188쪽｜12,000원｜소설｜13세부터
 
지유의 고모는 자이밀 행성인과 결혼을 해 푸른 머리카락의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아빠는 고모의 결혼 자체와 아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고모와의 왕래도 끊겼다. 전학을 온 지유는 푸른 머리카락의 재이를 보자 고모 생각이 났다. 자이밀 행성인은 물이 닿으면 피부가 자이밀 행성인의 본래 모습인 푸른 갑각으로 변한다. 바닷가에 나갔던 지유는 방파제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자 재이 몸에 물이 튈까 걱정스럽다. 재이는 발을 바닷물에 담가 스스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유는 바닷가에서 재이를 만난 후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학교에서 재이는 여전히 데면데면하다. 친구들은 지유에게 재이와 어울려 좋을 것이 없다고 한다. 다른 친구들이 뭐라고 하는 건 참을 수 있다. 그러나 재이가 지유를 모르는 아이 대하는 건 참을 수 없다.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받은 재이가 지유를 만나 친구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푸른 머리카락> 외 5편의 이야기가 더 실려 있다.(정인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