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마비가 와서 울고 웃는게 어렵다
우연하게 입이 돌아 가더니 모든 생활이 하루 아침에 달라졌다.
양치질도 어렵고,물마시기도 어렵고. 눈도 감기질 않으니 눈 까지 아프다.
거울속의 내모습은 흡사 마귀할멈처럼 심술궂게 일그러져 있고 미소도 잃은
미이라 처럼 창백한 얼굴.
어마뜩 하다.
웃는게 내 주 무기인데 그것조차 허락치 않으니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신(神)을 찾게되고
하늘님. 부처님. 나도 모르게 합장하며 도와달라 맘속에서 빌고 있다.
병원근처엔 얼씬도 하기싫어 다리를 다쳐 근육이 늘어져도 니홀로 물리치료 하면서
시간을 보내 절로 나을때 까지 많은 인내심으로 버티었는데 다행이도 세월은 나를 버리지 않고
회복할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얼굴은 달랐다. 忍耐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인체중 어느 한곳도 소중하지 않은곳 없지만 눈에 보이질 않으니 혼자만의 고통인지라
그 누구의 마음도 아프게 하지 않았는데.얼굴은 보는이의 마음까지 아프게 했다.
나를 바라보는 91세 노모.다리를 다쳤을때도 눈하나 꿈적 않고 의자를 갖다주며 불편한 다리를
걸쳐놓고 주방일을 시켰다. 암수술후 힘이 없는 팔로 도 온갖잡일 다해 냈건만 그 누구하나
도와주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은 감출수도 없고 가장 티를 내니 온가족 시선이 꽂힌듯 모두 한마음이라도 된양
중환자 취급을 하며 난리 법석이다.
덕분에 설명절도 반납.설겆이도 반납.결혼후 41년만에 모든 호강(?) 을 누린다.
나 부터도 더럭 겁이나서 스스로 한방병원을 찿아 나섰다.
다행이 동네 가까운 한방병원이 내 병(안면마비) 을 가장 잘 고치는 병원으로 정평이 나있기에
일말의 망설임 없이 택하고 치료에 들어갔다.
늘씬한 키에 동그란 얼굴을 가진 예쁘장한 젊은 여자 원장님.상냥한 어조에 친절함까지 두루 갖춘
맘에 쏙드는 분이었고.그원장님 수하에서 보조역할은 하시는 세분의 간호사 선생님들.
내가족 처럼 편안하게 대해 주신다.
그중의 한분은 하이톤의 상냥한 목소리..그에 걸맞게 생머리를 길게 늘어트리고 우수어린 두눈엔
슬기가 가득했고.같은 또래 또 한분은 알맞은 톤의 알토..두분이 동시에 "안녕하세요" 라고
할때면 잘 어우러진 합창곡 처럼 화음을 이루었고 그녀 역시 상냥한 미소에 친절한 써비스
그래서 차차 안정을 찿게 해준 후견인(?) 역활을 해준다.
그리고 카운터를 보고 있는 또 한분의 여자!
단발 머리에 무언가 늘 생각하고 있다가 들킨 사람처럼 내가 병원 문안을 들어서면 벌떡 일어나
반가운 미소로 " 어서오세요" 인사를 또박 또박 하는 ..그리고 따끈한 한방차로 나의 굳은 얼굴을
풀어주는 선생님이다.
이렇게 4인방의 한의원 종사자들.난 그들로 인해 3주간의 치료에 무료함도 두려움도 모두 잊게했다.
그래서 감사한 맘으로 쵸코렛과 치즈..그리고 귤 한상자를 그들에게 선물했고 그들은 감사하다며
맛나게 먹어주니.나또한 고맙고 내 가족처럼 편안하게 그들을 대할 수 있게되어
한 가족이 된것처럼 마음이 훈훈했다.
앞으로 남은 설명절,,열흘남짓..그안에 돌아간 내 입을 제자리 돌려놓겠다고 안심을 시켜주는 원장님이하 세분의 보조 간호사 선생님들께 내가 나름 부르는 00한의원 4인방
그들의 모습을 세세히 그려보았다.
이또한 지나가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내 인생의 한 페이지에 남겨 지겠지!.
치료를 마치고 돌아서는 발길은 새털처럼 가볍고.겁이 아닌 두려움이 아닌 내원의 발길로
나를 인도하니 하늘도 내편.부처님도 내편. 무심히 부는 바람도 내편인양 하고
길가에 구르는 낙엽조차도 내편인양 하다.
발병을 했을때는 모든게 원망스럽던 마음이 8~90% 차도를 보이니 한결 마음이 부드럽고
누그러져간다.
건널목 한켠에 자리를 잡고 외쳐대는 과일장수 하는 청년의 정겨운 목소리 귤이 싸요~~싸
한상자 만원~~~딸기는 거져. 세팩에 만원~~~
잃어가는 경제 탓인지 싼값에도 거들떠 보는이가 없어 안타까움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띨기와
귤 한상자를 사들고.낑낑대며 건널목을 건너고 있을때 이미 해는 서산에 기울어 긴 그림자를 남긴다.아름다운 노을과 함께~!.
양손에 든 봉다리가 힘에겨워 쩔쩔매는 내모습.아마 내 평생 옆지기가 봤다면 한마디 했겠지!
"어이 오지랖 박여사...정(情)도 헤퍼.웃음도 헤퍼.
감당도 못하는 보따리를 끼고 산다 . 그것도 팔자다"
너스레 떨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타고난 먹성가족 멕여 살리니 일거양득(一擧兩得) 아닐런지
가끔은 도랑은 치고 가재를 놓치는 헛짓도 하지만 난 이대로의 내가 좋다.
이런 여유를 갖게 해준 내 부모.내형제.내 남편이 있어서 나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