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는 달마다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합니다.
평가는 목록위원회가 갈래별로 나누어 맡아서 합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만한 작품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소개하는 책은 크게 문학과 지식책으로 나눕니다. 문학은 그림책, 시·생활글, 옛날이야기, 동화, 소설, 만화로, 지식책은 주제에 따라 사회, 자연의 세계, 생활과 과학, 예술, 역사로 구분하였습니다. 동화는 우리나라 창작 동화의 발전을 중요하게 여겨 ‘우리 동화’와 ‘외국 동화’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의 독자는 크게 유아(1~3세/4~5세/6~7세), 초등(8~9세/10~11세/12~13세), 청소년(13세/16세)으로 나누었습니다. 달 수에 따라 발달에 차이가 큰 유아는 나이를 적었고, 청소년은 발달상에서 보이는 연속성과 변화를 고려하여 초등 6학년부터 중등 2학년까지와 그 이후로 나누어 13세와 16세로 적었습니다. 이 나이는 모두 ‘시작 나이’를 뜻합니다.
소개할 책은 목록위원회 갈래별 목록팀에서 토론하고 합의해서 정합니다. 소개할 때는 서지 정보와 함께 소개글을 붙이는데, 소개글은 글쓴이의 생각이 주로 담김으로 글쓴이의 이름을 밝힙니다.
여기에 소개한 책은 다른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청소년 책》과 ‘도서관목록’으로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이달에 <새로 나온 책>으로 소개하는 책은 그림책 5종, 동화 1종, 과학 1종, 소설 1종, 만화 1종, 모두 9종입니다.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
리처드 T. 모리스 글|르웬 팜 그림|이상희 옮김
소원나무|2020.3.30|40쪽|13,000원|그림책|6~7세
밤낮으로 흐르는 강이 있다. 강이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느 날 곰은 궁금해서 강을 따라간다. 그러다 곰은 ‘철버덩’ 강에 빠진다. 곰은 개구리가 ‘폴짝’ 뛰어오르면서 모험이 시작됐음을 안다. 친구가 없어 외로웠던 개구리는 ‘불쑥’ 나타난 거북이 친구들을 만난다. 거북이들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통나무배에 비버가 타면서 재밌어한다. 곰과 동물들은 통나무배를 타고 너구리도 만나고 오리와 부딪치며 신나는 모험을 한다. 곰의 모험은 폭포와 만나며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우연히 시작된 모험이 뜻밖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각자 떨어져 살던 동물들에게 함께 있는 즐거움을 준다.
강은 낮은 채도로 맑게 그려져 청량하고 장면 장면은 다양한 시점으로 표현되어 동물들의 모험을 역동적이게 한다. 동물들이 등장할 때 쓰인 의성어와 의태어, 대구를 이루는 문장이 읽는 재미를 준다.(김미경)
내 거야!
레오 리오니 글, 그림|김난령 옮김
시공주니어|2020.3.10|44쪽|12,500원|그림책|6~7세
작은 섬에 밀턴, 루퍼트 리디아 개구리 세 마리가 산다. 개구리들은 온종일 눈만 마주치면 싸운다. 밀턴은 연못 물이 자기 것이라며 나가라고 하고, 루퍼트는 섬이, 리디아는 공기가 자기 것이라고 다툰다. 섬 반대쪽에 살던 두꺼비는 개구리들 다투는 소리에 그만 싸우라고 말한다. 하지만 개구리들의 싸움은 계속된다.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쏟아지고, 연못은 흙탕물로 변한다. 불어난 물로 섬은 더 작아진다. 개구리들은 덜컥 겁이 났다. 물에 잠기지 않은 건 바위 한 개뿐이다. 서로 바짝 붙어 앉아, 함께 두려워하며 한마음으로 비 그치기를 바란다. 물이 빠지며 비가 그쳤다. 그런데 개구리 셋이 올라앉았던 것은 바위가 아니라 두꺼비였다.
일상을 되찾은 개구리들은 즐겁게 물속에서 헤어지고, 나비도 잡는다. 개구리들은 풀숲에서 쉬면서 세상은 우리 거라며 행복해한다.
콜라주 기법으로 단순하게 표현하였는데, 개구리의 표정과 성격 등이 눈동자 변화만으로도 잘 드러난다.(정영화)
한여름 밤 나들이
이와무라 카즈오 글, 그림|김영주 옮김
웅진주니어|2020.2.14|32쪽|12,000원|그림책|6~7세
다람쥐 남매 파로, 피코, 포로는 잠이 안 온다. 하지만 엄마, 아빠는 밤에 자야 낮에 신나게 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낮에 놀러 나간 아기 다람쥐들은 아기 부엉이들이 낮에 자고 밤에 논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기 부엉이들과 놀고 싶은 다람쥐 남매는 밤에 부엉이들을 만나러 몰래 나간다. 아기 부엉이들을 만나 그네도 타며 신나게 놀던 남매들은 어느새 잠이 든다. 다음날, 피곤한 다람쥐들은 각자 자는 시간과 노는 시간이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같이 놀지 못해 서운한 마음을 편지에 담아 아기 부엉이들에게 보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맞는 이야기 총 6권이 시리즈다. 엄마, 아빠, 파로, 피코, 포로 다람쥐 가족의 이야기가 각각 완결성 있고 재미있다. 페이지 전체에 감도는 색감은 계절과 아침, 밤 시간대에 따라 연두색, 연한 주황색, 푸른색으로 다채롭게 변한다. 밤에 자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마음, 동물마다 생체 리듬이 다른 것 등 간결한 이야기 속에 아이들의 심리와 자연의 생태가 잘 드러난다.(노은정)
63일
허정윤 글|고정순 그림
반달|44쪽|2020.3.20|15,000원|그림책|12~13세
강아지 공장은 오늘도 바쁘다. 강아지를 작게, 더 작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컵 크기만큼 작고 귀엽게 만들수록 사람들이 좋아한다. 회색 털이 인기일 때는 회색 강아지를 만든다. 하루에 수천 개씩 만들고 싶지만 강아지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은 63일이다. 시간을 더 줄여야 한다.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 드디어 방법을 찾아냈다. 어미에게서 일주일 정도 빨리 꺼내면 된다. 꺼낼 때 생긴 구멍은 손바느질로 꿰매면 아무 문제없다. 가끔 불량품도 생기지만 팔 수 없는 상품이니 처리하면 그만이다. 다 팔고 나면 지갑이 두둑해지고 기뻐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공장은 바쁘게 돌아간다.
이 책은 상품으로 취급되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개 공장의 케이지 안에 갇혀 임신과 출산만 하는 개의 평균 임신 기간은 63일이다. 무채색으로 가로가 넓은 화면을 사용해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그림을 보며 생명과 인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이은숙)
지중해
아민 그레더 글, 그림
내인생의책|2020.3.24|40쪽|18,000원|그림책|16세부터
“익사 후에, 그의 몸은 천천히 가라앉았다. 물고기가 기다리고 있는 바닥으로.”
이 문장으로 시작되고 글 없이 그림만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바다 깊숙이 가라앉는 사람에게 물고기 무리가 모여드는 장면이 보인다. 그 물고기들은 그물에 잡혀 배 위로 끌어 올려지고 항구에서 사람들에게 거래된다. 생선 판 돈은 권력을 상징하는 계급장을 단 군인에게 무기 구매 비용으로 치러진다. 총을 든 군인들은 마을을 파괴한다. 겨우 몸을 피한 사람들은 트럭을 타고 이동해 작은 배로 바다를 건넌다.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로 가득 찬 배는 바닷속으로 서서히 기울고 있다. 마지막 장면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난민 문제가 정치적으로 어떻게 연결되고 반복되는지를 직설적이고도 명확하게 보여준다. 수많은 난민들의 생명을 앗아간 바다, 지중해를 회색빛 목탄으로 표현해 무자비함이 극대화되었다.(김현정)
고양이 해결사 깜냥 1-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홍민정 글|김재희 그림
창비|2020.3.27|80쪽|11,000원|우리 동화|8~9세
깜냥은 소나기가 쏟아지는 그때 경비실 창문을 두드린다. 경비원 할아버지가 내다보니 깜냥이 바퀴 달린 가방을 갖고 뒷짐을 진채 빤히 올려다보고 있다. 깜냥은 원래 아무데서나 안 잔다면서도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한다. 할아버지는 난처해하는데도 깜냥은 제 집인 양 들어가 짐을 내려놓는다. 할아버지가 저녁으로 준비한 라면이 끓자 깜냥은 가방에서 포크와 나이프를 꺼내고 턱받이까지 야무지게 두른다. 저녁을 먹자마자 깜냥은 경비실 한쪽에서 잘 준비를 한다. 눈가리개와 귀마개를 하고 이불까지 펴고 오랜만에 제대로 누워 잠이 든다. 하필 할아버지가 순찰을 나갈 때마다 인터폰이 시끄럽게 울려 잠을 자던 깜냥이 어쩔 수 없이 받는다. 201호에는 엄마의 퇴근을 기다리며 인터폰 장난을 치는 형제만 있고, 502호는 위층이 쿵쾅댄다며 조용히 시켜달라고 하고, 택배 아저씨는 아파트 차단기를 열어달라고 한다. 그때마다 깜냥은 졸리지만 빨리 해결하고 다시 자고 싶어서 직접 나가본다. 깜냥은 툴툴거려도 마음은 따뜻하다.(강지향)
분수가 뭐야?
김성화, 권수진 글|한성민 그림
만만한책방|2020.3.15|56쪽|12,000원|생활과 과학|10~11세
통통한 오리너구리가 반으로 나누어진 수박을 ‘수’로 말해보라고 한다. ‘반’이라는 말 대신 수박의 반을 어떻게 표현할까? 1도 아니고 2도 아닌 숫자가 필요해서 지금까지 없었던 놀라운 수를 수학자들이 상상하고 만들었다. 똑같이 나눌 때 쓰는 수, 분수가 만들어졌다. 2분의 1이 클까? 100분의 1이 클까? 분수가 어려운 새끼 오리들에게 그림으로 설명해 준다. 분수는 숫자가 크다고 더 크지 않다는 걸 이해하게 된다. 1과 2와 4는 각각 크기가 다른 수인데 1/2, 2/4, 3/6, …, 50/100은 크기가 모두 같다. 피자 세 판을 오리 네 마리가 똑같이 나눠 먹고, 오리알 열두 개를 오리 네 마리가 똑같이 나누는 임무를 해결하며 분수는 더 이상 복잡하고 어려운 수가 아니라 가장 공평하게 나눌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라는 걸 알게 된다. 독자가 직접 책 속으로 들어가 오리들과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방식으로 그려져 재미를 더 한다.(박나영)
너를 읽는 순간
진희 글
푸른책들|2020.4.5|176쪽|13,000원|소설|16세부터
영서는 혼자 남겨졌다. 처음부터 혼자는 아니었다. 아빠는 교도소로 가고 상황이 어려워지자 엄마와 함께 모텔에서 지낸다. 어느 날 엄마마저 말도 없이 떠나버렸다. 영서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영서는 떠난 엄마가 언제든 돌아올 거라 생각하고 모텔에서 기다린다.
세상 끝까지 내몰린 열여섯 살 영서를 사촌 연서, 이모, 웹툰 작가, 도서관 사서 선생님, 학교 친구 소란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누가 봐도 영서의 처지는 비참하다. 그 상황을 영서와 잠시나마 함께였던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조금씩 알려준다. 영서의 현실을 직접 그리지 않지만 오히려 인물들의 심리를 잘 들여다 볼 수 있다. 영서를 끝까지 품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 안타까움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영서에게 집중된 관심에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이런 시선들이 버거운 영서는 결국 엄마와 함께 지냈던 ‘파라다이스’로 온다. 그들은 영서의 소식을 서울의 한 모텔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텔레비전 뉴스 속보를 통해 접한다. 그러나 영서의 미래가 불안하지 않다.(배현영)
철수 이야기 1, 2
상수탕 지음
돌베개|2020.2.21|만화|12~13세
해수는 시골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철수는 해수와 단짝처럼 붙어 다니는 강아지다. 여름엔 집 앞 하천에서 철수와 물놀이를 하고 숲에서 열매를 따 먹으며 놀러 다닌다. 겨울철 굶주린 멧돼지와 민가의 피해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멧사냥 이야기는 생명 존중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계절에 따른 시골 생활과, 해수와 철수의 성장하는 모습이 세밀하게 묘사되었다. 각각 ‘너와 보낸 계절’과 ‘그리고 다시 봄’이란 부제가 달려있다. 철수를 만난 여섯 살 봄부터 과수원 개에게 물리는 사건까지가 1권이다. 2권은 학교에 다니는 해수와 성견이 된 철수 그리고 새로 태어난 남동생 희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작가는 ‘불덩이를 껴안고 사는 것처럼 내내 아플 줄 알았는데 이제 조금 괜찮아졌다’며 유년 시절을 채운 따뜻함은 물론 그리움과 후회까지 솔직하게 드러낸다.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 가장 빛나는 시간에 대한 담담한 회고가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송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