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소개 2020년 10월 새로 나온 책 소개

[대구 이아진]

어린이도서연구회는 달마다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합니다.
평가는 목록위원회가 갈래별로 나누어 맡아서 합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만한 작품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소개하는 책은 크게 문학과 지식책으로 나눕니다. 문학은 그림책, 시·생활글, 옛날이야기, 동화, 소설, 만화로, 지식책은 주제에 따라 사회, 자연의 세계, 생활과 과학, 예술, 역사로 구분하였습니다. 동화는 우리나라 창작 동화의 발전을 중요하게 여겨 ‘우리 동화’와 ‘외국 동화’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의 독자는 크게 유아(1~3세/4~5세/6~7세), 초등(8~9세/10~11세/12~13세), 청소년(13세/16세)으로 나누었습니다. 달 수에 따라 발달에 차이가 큰 유아는 나이를 적었고, 청소년은 발달상에서 보이는 연속성과 변화를 고려하여 초등 6학년부터 중등 2학년까지와 그 이후로 나누어 13세와 16세로 적었습니다. 이 나이는 모두 ‘시작 나이’를 뜻합니다.
소개할 책은 목록위원회 갈래별 목록팀에서 토론하고 합의해서 정합니다. 소개할 때는 서지 정보와 함께 소개글을 붙이는데, 소개글은 글쓴이의 생각이 주로 담김으로 글쓴이의 이름을 밝힙니다.
여기에 소개한 책은 다른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청소년 책》과 ‘도서관목록’으로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이달에 <새로 나온 책>으로 소개하는 책은 그림책 4종, 동화 2종, 사회 2종, 과학 1종, 만화 2종, 모두 11종입니다.

나의 작고 커다란 아빠
마리 칸스타 욘센 글, 그림｜손화수 옮김
책빛｜2020.7.30｜40쪽｜15,000원｜그림책｜8~9세

마야와 아빠는 남쪽 나라로 휴가를 왔다. 신이 난 아빠와 달리 마야는 낯선 곳에서 보낼 휴가가 걱정스럽다. 아빠는 워터 슬라이드도 타고 바다에 들어오라고 마야를 부른다. 마야는 바닷가에서 책을 읽고 조개껍데기를 찾고 싶을 뿐이다. 아빠는 동물원에 가서도 동물들을 구경하며 사진 찍기 바쁘다. 아빠는 마야인줄 알고 원숭이 손을 잡고 다른 곳으로 가 버린다. 아빠를 찾아 여러 곳을 다니다 곰곰이 생각에 잠긴 마야는 신문을 보는 아빠 옆에 앉은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편안해 진다. 아빠를 만날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되니 혼자서도 두렵지 않다. 심술궂은 아이들 사이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는 데도 성공한다. 새로운 세계에서 무엇이든 경험하게 하고픈 아빠의 마음이 마야가 원하는 것을 못 보게 한 건 아닐까?
그림은 아빠와 마야의 심리 상태를 크기로 보여 준다. 의욕에 넘친 커다란 아빠 옆에서 작게 그려졌던 마야는 홀로서기를 하며 아빠보다 크게 그려진다. 마야가 자신을 찾아 헤매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아빠를 안고 위로한다.(김미경)

미움
조원희 글, 그림
만만한책방｜2020.7.6｜40쪽｜12,000원｜그림책｜8~9세

친구에게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란 말을 처음 들었다. 이유도 모른 채 당황하기만 할 뿐 멍하다. 나도 너를 미워하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는데도 목에 생선 가시처럼 그 말이 걸려 있다. 숙제할 때도 온통 머릿속은 그 말 뿐이고, 신나게 놀 때 날아오는 공에도 그 말이 들어 있다. 꿈속에서도 쉬지 않고 미움이 자란다. 미움은 점점 커지더니 온 마음이 미움으로 가득 차버린다. 예전에 부스럼이 났을 때 자꾸 긁어대자 사라지는 게 아니고 더 번지는 것을 보고 ‘신경 쓰여도 만지지 마, 그래야 낫는다.’라고 엄마가 말해 주었던 것이 기억났다. 미움도 기다리면 사라질까. 싫은데 자꾸 떠올리게 되는 이 상황이 참 이상하다. 그런데 ‘너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어’라고 말하는 순간 내게 달려있던 미움의 족쇄는 상대에게 다른 모습으로 채워진다. 해결 방법이 아주 쉽고 선명하게 다가온다. 주변 사람들과 관계 맺기 시작하면서 가끔 경험하게 되는 감정에 대해 단순하고 간결하게 그림으로 표현했다.(정영화)

오늘 밤, 우리는 휴가를 떠나요!
샤를로트 벨리에르 글｜이안 드 아스 그림｜이성엽 옮김
지양어린이｜2020.7.30｜48쪽｜12,500원｜그림책｜8~9세

교통 혼잡을 피해 한밤중에 휴가 여행을 떠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이는 여행의 설렘으로 준비해 놓은 짐 보따리 옆에서 잠이 들었다. 잠깐 잔 것 같은데 출발해야 한다며 엄마가 아이를 깨운다. 자동차 뒷자리에 앉아 엔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었다가 문득 깨어나 창밖을 내다본다.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보는 바깥 풍경이 바람에 일렁이듯 보인다. 깜깜한 어둠 속에 가로등, 자동차 불빛, 하늘의 별들은 노란색 작은 점으로 표현했다. 아이는 “개미들이 기어가는 것처럼 그림자들이 하늘에서 춤을 추어요.”라고 말한다.
장거리 여행이지만 아이는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밤 풍경도 느끼고 휴게소에 내려 과자도 사 먹는다. 오디오 북을 듣던 아이는 자동차가 아닌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꼬마 선원이 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한밤중에서 새벽으로 이어지고 날이 밝아 오면서 나무숲으로 둘러싸인 멋진 여행지에 도착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여행의 설렘과 기대에 부푼 가족의 모습이 코로나19 상황의 우리와 대비되어 부럽기까지 하다.(김현정)

물이 되는 꿈
루시드 폴 글｜이수지 그림
청어람아이｜2020.5.7｜64쪽｜17,000원｜그림책｜10~11세

수영장에 한 아이가 있다. 한쪽에는 휠체어가 보인다. 아이는 구명조끼를 입고 팔목과 발목, 허리에도 보조 장비를 차고 있다. 아이는 배영 자세로 수영을 한다. 어느새 수영장은 푸른 물, 바다, 파도, 분수가 된다. 그 물을 따라 흐르며 아이는 새가 되고 냇물이 되고 나비, 하늘이 되는 꿈을 꾼다. 한바탕 꿈을 꾼 후 아이는 보조 장비를 다 떼어내고 좀 더 편안한 표정으로 물 위에 떠 있다.
루시드 폴의 노래 ‘물이 되는 꿈’에 이수지가 그림을 그렸다. 몸이 불편한 아이가 수영하며 자유로운 상상을 통해 두려움을 이겨내는 이야기는 노래에 대한 이수지만의 해석이다. 강, 바다, 냇물, 비뿐만 아니라 꽃, 새, 산 모두 파란색 한 가지 색만으로 표현했다. 농담의 변화만으로도 청명하고 맑은 기운이 전해진다. 5m가 넘는 병풍책으로, 길게 펼치면 접은 면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림이 몇 쪽에 걸쳐 모습을 드러낸다. 앞쪽 책장을 다 넘기고 뒤쪽 면으로 넘어가면 루시드 폴의 노래 악보가 있다. 그림과 노래를 같이 즐길 수 있는 책이다.(노은정)

편의점 비밀 요원
박주혜 글｜정인하 그림
창비｜2020.7.17｜112쪽｜10,000원｜우리 동화｜8~9세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날, 학원에서 돌아오는 우찬이와 병준이는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릴 것 같다. 새로 생긴 편의점을 발견한 둘은 곧장 아이스크림 냉동고로 향한다. 그런데 빵스크림을 고르려는 병준이 손에 자꾸만 상어바가 잡힌다. 팔팔콘을 고르려는 우찬이 손에는 이상하게도 복숭아바만 잡힌다. 병준이가 상어바를 베어 문 순간 갑자기 커다란 파도가 덮친다. 바다로 들어간 병준이는 상어를 타고 신나게 물속을 내달린다. 한편 우찬이가 복숭아바를 입에 넣는 순간 복숭아향이 나는 워터파크가 펼쳐진다. 향긋하고 달콤하고 시원한 물놀이를 하고나니 마음까지 상쾌해진다. 감았던 눈을 번쩍 뜬 두 아이는, 자신들을 쳐다보며 자꾸만 웃는 편의점 형이 수상하다. 형은 두 아이를 서둘러 내보낸 뒤 몰래 누군가와 전화를 한다. ‘WDB’라고 쓴 이름표를 하고 있는 형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미용실에 가서 외계인을 만나고, 난생 처음 버스를 타고 할머니 집에 가다 사파리를 만나는 우찬이의 이야기가 이어서 펼쳐진다.(박은영)

우리들이 개를 지키려는 이유
문경민 글
밝은미래｜2020.6.4｜224쪽｜13,500원｜우리 동화｜12~13세

‘지구수비대’를 결성한 고찬, 준민, 정혁은 아파트 뒷산 길로 학교에 간다. 어느 날 학교 운동장에서 우연히 봤던 떠돌이 개를 뒷산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세 친구는 목줄도 엉키고 배고파하는 개를 안타까워한다. 셋은 개를 돌보기로 하고 누군가 내다 버린 개집과 냄비를 주워 산에 거처를 마련해 준다. 장군이라 이름도 지어 주고 고무공 던지기 놀이도 하면서 해가 질 때까지 신나게 논다. 그런데 고찬이네 반 ‘쓰리걸즈’가 핑크색 개집과 사료를 사서 나타난다. ‘쓰리걸즈’는 장군이를 캔디라 부르더니 자신들이 돌보는 개라며 난리를 친다. 서로 치받고 싸워도 결판이 나지 않자 시합을 해서 승리하는 팀이 개를 돌보기로 한다. 시합은 세 번! 쓰리걸즈는 먼저 수학으로 시합을 제안한다. 장군이를 뺏기고 싶지 않은 지구수비대는 엄청난 집중력으로 수학 시험 준비를 한다. 이어서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대결이 펼쳐지는 가운데 아이들은 서로의 속사정을 알아간다. 떠돌이 개를 지키려는 아이들의 마음이 진실하고 순수하다.(이경삼)

내 마음이 보일지도 몰라
김경화 글｜이화정 그림
다림｜2020.5.5｜96쪽｜10.000원｜사회｜10~11세

낯선 곳으로 이사 와 하루하루가 심심했던 영우는 어느 날 무작정 마을을 둘러보다가 산꼭대기에 있는 도서관을 발견한다. 도서관에서 본 마을 풍경 속에서 영우 눈에 가장 먼저 들어 온 것은 집집마다 지붕에 물을 모아 주는 파란 물통이다. 파란 바다를 닮은 물통에 마음을 빼앗긴 영우는 새로운 세계를 찾아나서 듯 마을 탐험을 나선다. 주민 센터 앞의 마을 지도를 보며 영우는 ‘마을을 탐험하면서 만난 우리 마을의 특별한 모습을 재미있는 그림지도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림 지도를 그리기 위해 필요한 방향 정하기에서부터 기호까지 인상 깊고 자주 가는 곳을 중심으로 그림 지도를 그린다. ‘문화재 야행’이라는 역사 탐방 나들이 이후에 마을 이야기 지도를 만들어 보고, 아빠가 일하시는 신발 가게를 찾는 신발 지도, 갈매기들에게 바다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지도도 만들어 본다. 내가 사는 마을을 들여다보고 알아가는 재미와 기쁨이 있고, 마을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살펴보게 한다.(정임선)

도시야, 안녕! - 모두를 위한 세계 지속 가능 도시 여행
디디에 코르니유 지음｜최지혜·권선영 옮김
놀궁리｜2020.3.10｜88쪽｜18.000원｜사회｜12~13세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는 도시에 산다. 밀집된 인구는 교통 체증과 환경 오염, 도시빈민가 확산 등 심각한 문제를 만들고 있다. 이 책은 자연과 조화롭게, 사람과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도시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
도시를 둘러싼 초록 공원의 베를린과 테라스마다 나무를 심어 숲과 정원의 아파트로 만든 밀라노는 대표적 생태 도시이다.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지역 자원을 재사용해서 건물을 짓는 영국의 베드제드는 친환경 도시이다. 고산 지역의 낙후된 동네와 도심을 연결해 주는 메데인의 케이블카는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도 도시에서 교육과 직장을 구할 기회를 주는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를 준다. 낡은 고가 철로를 초록 산책로로 만든 뉴욕 맨해튼 하이라인과 리스본 LX 공장은 낡은 섬유 공장의 변화로 만든 도시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듯 세밀화로 자세히 표현한 그림과 색채가 따뜻하게 전달된다.(황선숙)

태어납니다 사라집니다
유미희 글｜장선환 그림
초록개구리｜2020.6.5｜40쪽｜13,500원｜생활과 과학｜8~9세

인간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물건으로 인해 동·식물들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늘어나는 물건과 사라지는 동식물을 숫자와 그림으로 보여주는 환경책이다. 1초에도 새 일회용 컵이 139,643개 태어나고, 구상나무 30그루, 맹그로브 나무 1,845그루가 사라진다. 1분에도 새 옷이 986벌 태어나고, 청개구리 4마리, 열목어 42마리가 사라진다. 컴퓨터, 에어컨, 자동차, 아파트가 태어나는 동안 수리부엉이, 푸른바다거북, 흰코뿔소가 사라진다. 이제 산과 강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지구는 시커멓게 변했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끼고 박물관에서 사진으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거의 무채색으로 꽉꽉 채워져 가는 도시와 유채색의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한 사라지는 동·식물을 선명하게 대조하여 보여 준다. 자연이 사라진 황량한 산에서, 강에서, 숲에서 인간은 누구랑 놀 수 있을지 질문하고 있다. 쓰레기 더미 옆에서 종이컵을 들고 동물들을 바라보는 아이의 뒷모습은 아직은 기회가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김현주)

스피닝
틸리 월든 지음｜박다솜 옮김
창비｜2020.2.14｜404쪽｜18,000원｜만화｜16세부터

틸리는 12년 동안 스케이팅 선수였다. 그녀의 첫 코치인 바버라는 애정과 관심에 굶주리던 틸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사람이었다. 바버라가 이사하고 틸리 역시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간다. 예전 학교와 다를 바 없이 틸리를 괴롭히는 아이는 존재했고, 낯선 분위기에 동작 용어까지 다른 스케이트 훈련도 그녀를 힘겹게 한다. 나약하게 보이기 싫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그러던 중 틸리를 괴롭히던 친구가 퇴학을 당하고, 자신이 힘을 써보기도 전에 정리된 것이 못내 아쉽다. 틸리는 노비스 레벨을 획득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스케이트를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미소 짓는 장면은 앞으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해 나가려는 기대와 결심이 느껴져 감동을 자아낸다. 장편의 많은 컷들 속에서도 방향성 있게 전개된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산만하지 않고 공감을 일으킨다.(김하정)

토요일의 세계
라일라, 이동은, 정이용, 글피, 김소희 만화
창비｜2020.6.5｜196쪽｜15,000원｜만화｜16세부터

창비만화도서관 시리즈에서 나온 청소년 성장 만화 단편선이다.
표제작인 <토요일의 세계>에서 청각 장애를 가진 주인공은 새로 이사 온 동네에 적응하려 애를 쓴다. 이 곳은 난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장애가 놀림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익숙한 세계와 낯선 세계 사이를 오가는 불안을 토마스 만의 소설 <토니오 크뢰거>를 통해 위로받는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귀여운 동물들을 등장시켜 따뜻하게 표현했다. 두 번째 단편 <캠프>는 성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고등학생의 이야기다. 남과 다른 나만의 특징을 새우튀김에 비유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컷을 채우는 인물들의 표정이 다양하고 이를 통해 드러나는 감정의 변화는 자연스럽다. 유쾌한 시골 학교생활을 그린 <전학생은 처음이라>와 부모의 폭력에서 벗어나 단단하게 성장하는 16세 선우의 <옥상에서 부르는 노래>도 잔잔한 감동을 끌어낸다.(김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