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12월 책 꾸러미 <기다려, 이 책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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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책꾸러미
기다려, 이 책이 간다
강원지부 강사팀
코로나19의 여파로 우리의 일상, 책읽어주기 활동을 멈춘 지 수개월이 지났다. 강원지부 강사팀에서는 다시 책읽어주기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아이들에게 가져가고 싶은 그림책을 골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아직 읽어 주지 않은 책, 새로운 그림책을 선택해 각자 왜 읽어 주고 싶은지 온라인으로 의견을 나누고 서로의 글을 다듬어 아이들을 향한 정성 가득한 마음을 담아 책꾸러미를 꾸려보았다.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
존 버닝햄 그림, 글 | 이상희 옮김 | 시공주니어
우리나라에서 1996년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가 출판되었으니 근 25년 만에 세 번째 이야기가 선보여진 셈이다. 한편으로는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로 1970년 그린어웨이 상을 수상했으니 영국 출판을 기준으로 하면 정확히 50년 만에 새로운 책이 나온 것이다. 작가가 하늘나라로 떠난 지 10개월 만이다.
책방 서가에서 책을 발견한 순간 가슴이 두근거려 쉽게 펴보지도 못할 정도였다. 아껴 읽고 싶은 이야기, 앞선 두 편을 추억할 수 있게 하는 장면 장면이 숨은 그림처럼 감춰져 있었다.
책을 읽어 주는 동안 잠시나마 다정한 검피 아저씨가 되어 아이들 편에 서고 싶다. 뱃놀이와 드라이브에서 아이들과 동물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배와 자동차에 태워준 것처럼 코뿔소 역시 수학여행을 못 갈 뻔한 아이들을 모조리 태워 배까지 안전하게 인도한다. 얼마나 듬직하고 친절한 코뿔소인가. 집으로 데려온 코뿔소를 혼자 감당할 수 없게 되자 학교로 찾아가 아이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검피 아저씨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하마터면 코뿔소를 키우지 못해 곤란한 지경에 이를 뻔도 했을 것이다.
아이들과 동물들을 사랑한 작가 존 버닝햄. 다시 만날 수는 없지만 그가 남긴 주옥같은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읽어 주는 동안 우리 마음에 다시 찾아와 주리라 믿는다. 혹시 앞선 두 책을 읽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면 아니,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 해도 세 권을 차례대로 읽어 주고 싶다.(춘천지회 허남정)
《숲속 사진관에 온 편지》
이시원 글, 그림 | 고래뱃속
숲속 사진관에서 찍은 동물 가족들의 사진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곳은 ‘사진 맛집’ 아니 ‘사진 멋짐’입니다. 가족사진 전문인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가 찍은 가족사진은 사랑이 듬뿍 담겨있어 더욱 사랑스럽답니다. 그런 숲속 사진관에 ‘가족사진이 갖고 싶어요.’라는 편지글과 지도가 담긴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편지의 주인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어렵지만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는 새로운 동물 친구들의 도움으로 편지 속 주인공을 만나게 됩니다. 주인공은 바로 꼬마 북극여우! 할머니와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싶어 편지를 보냈던 것이지요. 살포시 내리는 눈과 함께 “자, 찍습니다.” “찰칵!”. 이제 꼬마 북극여우와 할머니 북극여우에게도 소중한 가족사진이 생겼습니다.
2015년 출판된 《숲속 사진관》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작품입니다. 첫 작품에는 초원에 사는 동물들이 주인공이었다면 이번엔 북극여우를 만나면서 만나는 추운 지역에 사는 동물 친구들이 주인공이죠. 동물 친구들이 갖게 되는 가족사진에 웃음 짓게 되고 북극여우와 할머니의 사진을 보면 코끝이 찡해집니다.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가 마침내 꼬마 북극여우를 만날 때는 눈이 내리는 장면으로 바뀌면서 이야기도 새롭게 다가옵니다. 그림 또한 따뜻하고 아름다워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요? 꼬마 북극여우의 이야기를 만나러 곰과 부엉이 모양의 열기구를 타고 함께 떠나 볼까요?(춘천지회 이연호)
《시소 : 너, 나 그리고 우리》
고정순 글, 그림 | 길벗어린이
책 속에 한 아이가 놀이터에 놀러 왔어요.
시소가 있었지만 같이 탈 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시소 위에 서서 양쪽으로 왔다 갔다 하지만 혼자서는 재미있지 않아요.
그때 친구가 왔어요.
“나랑 놀래?”
친구들과 시소를 타지만 비눗방울은 너무 가볍고 동물 친구들은 너무 무거워서 시소 놀이가 되질 않습니다.
그리고 그때 나타난 한 소녀,
소녀와 아이가 배려하며 발을 구르자 재미있는 시소놀이가 됩니다.
시소는 누군가 올라가면 누군가는 내려오게 되고
때론 내가 본 걸 네가 보게 되고 네가 보았던 걸 내가 보게 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터. 그리고 시소.
시소 옆에 쓰여 있는 글자가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 너 그리고 우리.’
삶에 대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시소는 어떤가요?
시소를 즐겁게 탔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 만들어 보세요.(횡성지회 이미숙)
《모모와 토토》
김슬기 지음 | 보림
단짝 친구인 모모와 토토, 단짝 친구는 무엇일까요? 요즘 우리 아이들은 베프(베스트 프렌드)라 하지요. 친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다 알고 늘 함께하는 모모와 토토.
그러나 정말 다 아는 걸까요? 그리고 다 알아야 할까요?
생각보다 더 많은 생각을 던져 주네요.
좋아하니깐 내가 좋아하는 걸 더 많이 주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것도 같이 좋았으면 좋겠고 자꾸자꾸 욕심이 나는 것 같아요. 어른이 되면서 어느 정도의 거리가 관계에서는 꼭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게 되었어요. 그럼에도 가끔은 너무 좋으니까 내가 좋은 걸 마구마구 주고 싶어요. 우리 아이들을 만나서 모모와 토토를 읽어 주고 싶어요.
책 읽기 활동을 하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면서 아이들에게 더 큰 지혜로움을 얻곤 합니다. 코로나가 지나가고 아이들과 모모와 토토를 만나서 빨리 나누고 싶네요.(춘천지회 서은영)
《팥빙수의 전설》
이지은 글, 그림 | 웅진주니어
《팥빙수의 전설》은 우연히 만난 책이여! 민트색의 겉표지도 이색적이지만, 제목도 호기심을 일으켜 세우기에 충분했지. 통 수박과 통 참외가 들어있는 팥빙수도 인상적이지만 해맑게 헤벌쭉 웃는 익살스러운 동물은 호랑이인지 고양이인지 가늠할 수 없었구먼. 머리에 빨간 보자기를 쓴 할머니는 마치 외국 동화책에서 본 듯한 모습으로 얼굴 표정도 별나네.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이 나오니까 아이들에게 읽어 주면 웃음이 나오는 지점도 많을 거여. 만화처럼 표현된 쪽도 있고 그림틀의 조각 수도 다양해서 그림을 보는 재미도 많다네. 여백 없이 꽉 채운 그림도 색을 튀지 않게 써서 따뜻하고.
눈호랑이라니! 눈사람도 있는데 눈호랑이는 없겠어. 순하게 웃더니 순하게 녹아내려 팥빙수라니! 팥빙수가 먹고 싶어져서 그림책을 끝까지 읽을 수 없겠다고? 그럼, 그림책 다 읽고 팥빙수를 먹으면 되겠네.
맘 편히 그림책을 읽어 주러 다닐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오면 좋겠어.
(원주지회 김가애)
《엄마는 해녀입니다》
고희영 글 | 에바 알머슨 그림 | 난다
첫 장면에서 파도가 기지개를 켜고, 중간에 머리카락이 바다가 되어 엄마와 안부를 주고받는 장면이 마음에 쏙 들어 사 온 그림책이다. 해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 있는 고희영 작가가 글을 쓰고, 일러스트레이터 에바 알머슨이 그림을 그렸다. 글은 그림책의 글로는 조금 긴 듯하지만 적절한 사건과 함께 잘 버무려져 있다. 그림은 밝고 재미있다. 그런데, 해녀 할머니의 모습이 좀 어색하다. 내가 아는 소박한 해녀 할머니가 아니고 이국적인 외모에 젊고 세련되었다. 머리카락은 금발에 얼굴은 아이와 별 구분이 안 된다. 아이들은 어떻게 느낄까? 6학년 둘째에게 읽게 하고 소감을 물었더니 재미있단다. 그 중 전복을 잡다가 바다에 빠질 뻔한 부분이 재미있다고 한다.
뒷장에 소개된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어 보니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참 아름답다. 제주도와 해녀는 고희영 작가에게는 그녀만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였겠고, 에바 알머슨에게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판타지와 같았을 것이다.
예전에 아침 프로그램에 제주 해녀학교 학생들이 나온 것을 본 적이 있다. 그중에는 젊고 예쁜 아기엄마도 있고 앳된 총각도 있었다.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직업이자 취미로 ‘해녀’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얼마든지 세련된 엄마 해녀, 젊은 할머니 해녀도 있을 수 있겠다. 외국인 해녀도 있을 수 있겠고 말이다. 이 책에 대한 의혹이 풀린다.
이 책은 바다를 품은 시원한 그림을 바탕으로 ‘가족과 고향’, ‘여성과 직업’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다. 국적이 다른 두 작가가 해녀의 매력에 이끌려 담아낸 시도가 이색적이고 신선하다. 이 그림책을 다양한 아이들과 만나 읽어 주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원주지회 곽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