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침낭 위에서 뒤척이며 답답한 가슴에 숨을 몰아 쉬고 있는데
밖이 어렴풋이 밝아오는 듯하고 텐트 위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갈까?"
텐트 안에 나 밖에 없으니 나에게 물어본다.
며칠째 짜파티와 짜이로 식사를 했으니 배가 등에 달라 붙는데다
고소증으로 정신이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데
허기가 져서 음식을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고 잠을 자도 자지 않은 것 같은 것이,
이 무슨 불로초를 먹은 듯도 하고
트레킹 일주일동안 현지인들과 함께 차에 넣어서 먹을 설탕과 잼을 남 몰래 마구 퍼 먹게 된다.
밤새 두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희미하게 하루의 시작과 함께 갈등이 시작된다.
"지금 해발 4,300m에서 이렇게 힘이 드는데 오늘 목적지, 4,700m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아침식사로 와키족 가이드, 포터와 함께 얇은 밀가루 빵을 먹으며
옆에 사람이 있지만 어짜피 영어 아닌 서로의 자국어로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 혼자서 중얼 거린다.
"비도 오고 더 이상의 트레킹은 위험하니 돌아가자. 그런데 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을 하나?"
평생 돈이라고는 만져 볼 일이 없는 카라코람 산맥 깊은 마을에 사는 이 현지 유목민들은
지금 실로 오랫만에 외지에서 찾아온 나에게 자신들의 가축을 위한 유목 루트를 사흘째 안내하고
이제 목적지인 여름 유목지가 있는 파미르 고원까지 하루를 남겨 놓고 있는데
여기서 돌아가자고 하면 이 사람들은 얼마나 실망할까?
돈도 중요하지만 목적지에서 우리를 기다릴 자신들의 가족과 친척들의 실망이 눈에 선한데,
아니 그 이전에 지금 편한 하산길을 택하고 나서 두고두고 아쉬워할 내가 더 걱정이 된다.
낮이 되어도 비가 그치지 않아서 여기서 하루 더 머물면서
고소에 적응하라는 하늘의 지시로 알고 일정을 보류하고 쉬고 있는데 계속 오는 비로
텐트 안이 침수 되어 목동오두막으로 들어가니 목동들이 비가 새는 지붕을 수리하느라 우중에 어수선하다.
지금은 7월, 때 아닌 강풍과 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사방에서
지축을 흔드는 굉음과 함께 바위들이 캠프사이트 주변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다.
이날 휴식 중 현지인 한 사람이 낙석에 다쳐서 다른 한 사람과 함께 하산하게 되었고
오후에는 가이드들이 갑자기 나타난 산양 한 마리를 잡느라 조용하던 계곡이 소란스러웠다.
다음날 아침 안 먹히는 짜파티를 입에 욱여 넣고
설탕을 듬뿍 넣은 짜이를 한잔 마시고 출발하는데 그로부터 1시간 뒤에
여기서부터 파미르고원이라고 가이드가 말한다.
오 마이 갓, 부처님, 하나님, 알라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인샬라!
오랜 시간 마음 속으로 그리던 파미르 고원이 완만한 경사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트레킹이 시작되는 해발 3,000m의 유목민 마을에서부터 4,000m 대 고원까지의 트레킹 며칠간
경사가 급한, 거칠고 깊은 협곡, 식물이 귀한 검붉은 메사 지대의 거대한 암산군의 대산맥이 계속되다가
해발 4,000m 지대에서부터 광활한 평원의 초원이 펼쳐지면서 새롭고 풍부한 식물대가 형성되고
만년설과 빙하가 있어서 황량한 히말라야산군에서 오아시스를 이루는 파미르 고원을 만나게 된다.
평원에 가까운 파미르에서는 걷기가 힘들지 않아서 고소에만 적응하면 편하게 지낼 수 있겠지만,
그러나 고소증도 사람을 알아보는지 외지인을 놓지지 않고 부지런히 따라 다닌다.
힌두쿠쉬 산맥 파미르 고원, 치카르 마을
(Hindukush Range Pamir Plateau, Chikar Village 3,570m)
힌두쿠쉬 산맥 파미르 고원, 브로길 고개
(Hindukush Range Pamir Plateau, Broghil Pass 3,600m)
사진의 설산이 다르콧 고개(Darkot Pass 4,650m)
가운데가 다르콧 빙하, 오른쪽 산을 넘으면 아프가니스탄이다.
다르콧 파스와 아프가니스탄 국경 사이
힌두쿠쉬 산맥 파미르고원의 어느 마을
현지 유목민들은 수백년전에 아프가니스탄 와칸회랑에서 이 곳으로 이주해온 와키족으로 파키스탄 땅에서 사니
국적은 파키스탄이지만 파키스탄 정부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평생을 외부와 접촉 없이 살아가고 있으며
이 지역은 눈으로 1년에 3개월 정도만 길이 열려 국경을 지키는 군인도 없다.
아이들 뒤로 보이는 흙과 돌로 만든 집에서 사람이 사는데
말 그대로 문명이 없어서 사람은 밥을 먹으면 행복하고 가축은 안 아프면 좋은 것,
사람과 가축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곳으로 사진의 대다수 마을 주민들은 외지인을 처음 보는 듯 했다.
카라코람 산맥 파미르 고원 심샬 패스
(Karakoram Range Pamir Plateau, Shim Shall Pass 4,735m)
어렵게 찾아간 그 곳에서 고산에서의 부실한 음식과 고소증이 힘들어 서둘러 하산하고 나면,
이 사진의 경우 중앙의 설산을 향해 더 다가 가서 파미르를 만나야 하는 건데...
아 거기서 계속 더 들어가서 며칠을 더 지냈어야하는 건데... 늘 아쉬움이 남는 곳이 파미르 고원이다.
7월에 우박이 내리던 카라코람의 어두운 파미르 고원,
심샬 패스와(4,735m) 쉬저랍(4,350m) 사이에 있다.
이 날 낮에 만난 장엄하고, 무섭고 한 때의 인류의 고향같이 편안한 파미르 고원의 기억은
히말라야 카라코람 힌두쿠쉬를 찾아 떠나는 길이면 나로 하여금 늘 그 곳으로 향하게 한다
그리고 고대로부터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중심인 파미르를 걸었던 선조들이 생각난다
이 지역은 세계 열강국의 지리적 전략적 요충지로 BC 4세기에 마케도니아 알랙산더 대왕이
파미르 고원을 넘어 인도를 침공했고 8세기에 당나라의 고구려 유민 고선지 장군이 신장을
출발해서 아프가니스탄 와칸회랑을 지나 길기트까지 진격 당시 당나라의 적군인 티벳군을
섬멸했으며 신라의 혜초스님이 천축국의 불경을 구한 뒤 파미르를 넘어 본국으로 돌아갔다
또한 20세기에는 구 러시아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파미르 고원을 번갈아 가면서 침공했다
파미르 산맥, 파미르 고원(Pamir Mountains, Pamir Plateau)
히말라야 산맥(Himalaya Mountains), 카라코람산맥(Karakoram Mountains)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맥인 파미르 산맥은 이른바 파미르 노트라(Pamir Knot, 파미르 매듭) 불리는 지대의 중심부에 있는데,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맥들이 바로 이 파미르 노트로부터 뻗어나간다.
파미르 산맥을 비롯해 히말라야, 카라코람, 힌두쿠시(Hindu Kush), 쿤룬(Kunlun), 톈산(Tien Shan) 산맥들은
인도-오스트레일리아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이 불러온 거대한 지각변동으로 인해 솟아난 것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
이 지방의 이름이 곧 파미르이며, 세계의 지붕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고원지대로
어원은 페르시아어 ‘태양신의 자리(Pa-imihr)’이다.
산계는 중국 영토인 동 파미르, 중부 파미르, 서 파미르 3개 그룹으로 구성된다.
트랜스 알라이 산맥, 알라이 산맥, 사리콜 산맥, 카슈카르 산맥 등으로 이루어진 고원지대가 파미르,
옛 소련의 최고봉인 코뮤니즘(7,495m)과 레닌 봉(7,134m)이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Kyrgyzstan)의 트랜스 일리(Trans Yli Mts) 산맥에 솟아 있으며
파미르 동부의 카슈카르 산맥은 중국령이며 무즈타그 아타(Muztagh Ata, 7,546m)와 쿵구르(Kongur, 7,719m)가 여기 속한다.
파미르를 중심으로 각 산줄기들이 흘러나간 것을 표현한 말이 ‘파미르 매듭(pamir knot)’이다.
파미르를 중심으로 북쪽엔 옛 소련과 중국의 경계를 가르며 톈산(天山) 산맥이 있고,
동쪽으로는 쿤룬(崑崙) 산맥, 서쪽으로는 힌두쿠시 산맥이 아프카니스탄과 경계를 만들면서 뻗어 있다.
남동쪽으로는 파키스탄의 카라코람 산맥이 자리하고 있고
그 아래에 세계의 대산맥 중 가장 거대한 히말라야 산맥이 티벳 고원과 인도대륙을 가르며 지나간다.
톈샨산맥은(천산산맥, 天山山脈) 해발고도 3,600~4,000미터, 길이 2,000킬로미터,
너비 400킬로미터에 이르는 중앙아시아 최북단에 위치한 대산맥으로 파미르 고원에서 시작,
타림 분지 북쪽까지 북동쪽으로 뻗어나가다 점차 고도가 낮아지면서 사막으로 이어진다.
이 산맥 남쪽을 가로지르는 타클라마칸 사막의 타림 분지를 중심으로 북쪽을 톈산북로, 남쪽을 톈산남로라 부른다.
톈산 산맥은 카자흐스탄공화국과 중국의 경계를 이루며, 최고봉 포베디(Pobedy, 7,439m)와 칸텡그리(Kan Tengri, 6,995m)
외에도 수 많은 5,000~6,000미터급의 산이 몰려 있다. 칸텡그리라는 산명은 몽골어로 ‘영혼(tengri)의 왕(kan)’이라는 뜻이다.
쿤룬산맥은(곤륜산맥, 昆仑山脈) 파미르 고원에서
동남쪽으로 뻗어나간 산맥으로 중국의 신장 위구루 자치구와 티베트의 경계를 이루는데
남쪽에 무즈타그를 포함해 여러 개의 6,000~7,000미터급 봉우리가 있다.
쿤룬의 주산맥은 계속 동쪽으로 이어져 중국 칭하이 성 지스(積石)산맥의 최고봉 암네마친(Amne Machin, 6,282m)과 만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파미르 고원(등산상식사전)
첫댓글 고생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사진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안녕하세요? 많이 부족한 사진들입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인도에와서 머리가 아파서 뒈질것 같은데 사진과 글 보면서 힐링하고 있습니다... 고국을 떠나면 애국자가 된다고 벌써 파키스탄이 그립네요... ㅎㅎ
언제 한국에서 파키스탄으로 망명하셨나요? ^^
@키움 그렇군요. 복마니님께서 멀리 인도에서 파키스탄을 이렇게 그리워하시니
이제 곧 왕자님에서 황태자님으로 승진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ㅎㅎ
그런데 저는 파키스탄 산골짜기 단골인데 아무도 인정을 안 해주네요.
오히려 경찰들은 귀찮아하더군요. 저 인간 또 왔다고...ㅠㅠ
좋은 사진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키움님께서 부족한
저의 사진과 글에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멍돌님의 사진은 애처럽고 소슬한 느낌이네요. 멍돌님의 마음이 투영돼서일까? 아님 제마음이 그리 만들까요?
우선 산들님과 저에게 사고나 취향이 비슷한 점이 있다고 봅니다.
신변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먼 나라의 오지를 고생스럽게 찾아서 들어가고
그 것도 모자라서 그 극지에 가까운 자연 속을 걷고 거기서 장시간 머무는 일은 누구나 좋아하는 일은 아니겠지요.
그 이유는 현실에 대한 불만족으로 현세에서 좀 더 자유를 구하기 위한 한 걸음으로 대리만족을 구하는 데에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 답을 과연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찾을수록 멀어지는 것이 진리라고 합니다. 고산을 다녀 온 기쁨은 잠시이고 그 경험은 더 짜릿한 곳, 더 힘든 곳을 찾게 하네요. 산들님께서 중요한 말씀을 하셔서 길게 말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
현실 도피. 대자유를 찾아서......맞는 말씀같아요.
더 찐한 자극을 찾게 된다는 말씀도.........
답은 마음에서 찾아야 될것 같네요. .. 直指人心이나요?
直指人心, 벼락처럼 내리치는 진리입니다.
불법과 진리는 내 마음 속에 있는데 왜 멀리서 찾으려고 하는가?
저는 좀 더 고행하며 방황 속의 진리까지 제 것으로 하고자 합니다. ^^
마음 속 그 곳에는 아직도 가야할 곳과 경이로운 자연과
그 속에서 만나야 할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늘도 산들님의 소중한, 진심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