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7 거제청소년수련원에서 세월호추모공연<노랑 아리랑>에 즈음하여
흔적이란 험한 길을 걷고 난 뒤에 발뒤꿈치에 남는 상처를 말한다. 아마도 그 길은 무척이나 험난했으리라. 혹여 발에 맞지 않는 신을 신었으리라. 이런 점에서 세월호는 흔적이다. 그 길이 상처임에도 역설과 모순에 당황함 없이 초연함으로 우린 그 길을 가야겠기에!! 죽어서 애달고 살아서 애끓는 자들이 함께 가야하는 길이기에, 그 깊은 상처만큼 더 명료해지는 길이어야만 한다. 우리는 안다. 아니 알아야만 하는 그 진실과 그 진실에 남겨진 흔적을!! 아니 그 거짓과 그 거짓에 남겨진 흔적을!! 그 흔적을, 또 하나의 상처로, 서로의 상처로 서로를 부둥켜라. 하여, 너랑 나랑 우리랑, 큰 사랑의 노래로!! 큰 슬픔의 몸짓으로!! 쓰리고 쓰린 쓰리랑으로 노랑 아리랑을 함께할 지어다!!
노(NO)랑 - 세월호참사는 두 가지 모순이다. 하나는 주검이고 또 하나는 죽음이다. 주검의 모순은 그 주검들 조차 아직 모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지 못한 어리디 어린 젊디 젊은 우리 아이들의 주검이다. 죽음의 모순은 죽어가는 과정이 너무 참혹하다는 것이다. 꽃다운 꽃들이 시들어 간다. 서서히 죽어간다. 모두들 지켜만 본다. 젠장!!! 아리고 아린 죽음이 쓰리고 쓰린 주검이 되는 사이에 엄청난 거짓이 온 세상을 지배했다. 우리는 그 거짓을 향해서 'NO'라고 말해야 한다. NO랑과 함께할 일이다. 그 길에서 대자대비(大慈大悲), 당신을 뵈옵니다!!
노(路)랑 - 물은 제 길로 흐른다. 물론 물은 제 길로 흘렀고 흐를 것이다. 문제는 세월호가 제 길을 가지 않았다. 그 배는 우리들의 미래, 우리들의 희망, 우리들의 아이들을 싣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아니 아직 채 돌아오지 못했다. 돌아오지 못한 주검이 돌아오게 하는 길과 돌아온 주검들이 편히 갈 저 세상으로 쉬이 갈 그 길을 훤히 밝혀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죽음과 주검 사이에 놓여있는 어둠의 길, 거짓의 길을 밝혀야한다. 그 길은 우리 아이들이 편히 쉴 저 세상으로 갈 길이기 때문이다. 路랑과 함께할 일이다. 그 길에서 대자대비(大慈大悲), 당신을 뵈옵니다!!
하여, 당신께 묻습니다. 왜 큰 사랑은 큰 슬픔인지, 왜 큰 사랑은 큰 슬픔으로 오는지를?? 그러나 오늘은 차마 그 답을 듣지 않겠습니다. 저 어린 것들이 노랑나비되어 당신께 가거들랑 그 때 저들에게 답하소서!!
2014.10.23 又 玄
첫댓글 선배님 글 덕분에 봄에 노랑나비 만나면 눈물이 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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