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수 대장을 기억합니다.
생전 가까이서 산 젊은 날도 있었고, 같이 밥을 먹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으며,
1992년 임란 400주년 기념행사를 어깨 겯고 도모한 적도 있습니다.
그의 가까운 벗들을 또한 알며,
당신의 벗들과 함께 뗏목을 타고 떠난 이들의 추모제를 여러 해 지내왔고,
2016년 18주기는 제가 깃들어 사는 산마을의 '자유학교 물꼬'에서 지내기도 했습니다.
더하여 발해 1300호 후원회비의 첫 발의자이자 실행자였음을 늘 큰 자랑으로 삼고 삽니다.
뗏목 발해 1300호가 출항했던 블라디보스톡에서 지낸 20주기를 지나
올 21주기 추모제는 통영에서 한다는 소식이 엊그제 15일 문자로 들어왔습니다.
더 일찍 소식이 닿았다고 해서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 달라질 것은 없었지요.
한국을 떠나 있다고 인터넷이 안 되는 것도 아닌데
그제야 부랴부랴 발해 1300호 다음카페를 들어와 지난 12월 31일의 공지를 보았습니다.
여전히 누군가는 움직이고 있구나, 고마웠습니다.
발해 1300호를 생각하면, 다른 많은 사회적 활동에 대해서도 그러하지만,
제가 할 일을 다른 이들이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 고단을 그들이 지고 있다 싶어 미안함도 얹힙니다.
어제는 장철수를 비롯해 이덕영 이용호 임현규가 발해항로를 좇아 뗏목을 띄웠고,
오늘 우리는 그들을 추모합니다.
내일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요.
어떤 일의 종요로움은
그것이 현재의 내게 어떤 의미(무용성이 갖는 의미를 포함한)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문제일 테고
나아가 삶의 방향을 어디로 향하게 하는가가 문빗장이겠습니다.
머리가 하얘지는 동안,
관절염이 깊어가는 동안,
허리가 굽어지는 동안,
차츰 안락이 더 가까운 삶이 되고 있을 때
어제 그들이 맞은 동해의 칼바람은
오늘 제 등짝을 후려치며 너 하나 건사하는 것 말고 고개를 들라 합니다.
하기야 나 하나만 잘 건사해도 그게 어디냐 싶지만.
저는 오늘 장철수를 기억한다고 말합니다. 발해 1300호를 잊지 않았다고 또한 말합니다.
통영에 가지 못한다고 그를 추모할 길이 왜 없겠는지요.
멀리서 장철수 대장의 유고집 <바다의 노래, 땅의 노래>(명상, 2004)를 펼칩니다.
훑기만 했지 한 자 한 자 들여다본 적이 없지 싶습니다.
오늘은 표지의 첫 낱말 ‘영원한’의 영자부터 뒷 표지의 바코드까지 봅니다.
한 인간의 절절한 마음자리를, 그 밑절미를 봅니다.
<운명이다-노무현자서전>(돌베개, 2010)이 주던 자극과 닮은 결이 거기 있었습니다.
유려한 문장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으나
그의 정신은 북으로 광활한 만주 벌판을 가르고
동으로 독도를 넘어 대양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짧으나 가장 마음이 고였던 글 한 편을 옮기는 것으로
추모에 대신하며 허리를 곧추세웁니다.
마치 김구 선생의 글 일부를 읽는 듯하였다지요.
애국이란 무엇인가?
아버지가 자식을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 그것을 사랑이라 합니다. 자식이 아플 때 고통스런 마음, 내가 아끼는 생명체와 하나 되는 마음을 사랑이라 합니다. 그것이 나라로 옮겨졌을 때 애국이라 하고, 행하는 사람을 애국자라 하며 우리는 그들을 추앙하며 따르고 그들의 행적을 아끼는 것입니다. 지금 이 나라는 분단되어 혼란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나라가 반쪽이면 나도 반쪽이며,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나 역시 혼란스러운 것입니다. 나와 나라를 일치시키는 행위, 그것을 애국이라 하고 진정으로 고통스러움을 몸으로 표출하여 나라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애국의 길, 그것은 먼 곳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학생은 학교에서, 직장인은 직장에서, 아내는 가정에서 모두가 하나 되는 참사랑의 길이 애국이겠지요. 바로 그것은 여러분과 내가 하나 되는 참사랑의 길입니다.
(<바다의 노래, 땅의 노래> p.111)
참사랑의 길이 애국이라는군요.
미움도 습관이라던 경구를 곱씹습니다.
정녕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먼 통영에 함께하시는, 또한 진행을 맡으신 분들께 응원을 보냅니다.
부디 만날 날이 가깝기를.
새해, 더 둥글고 따순 세상에서 우리 함께하기를,
그 세상을 위해 우리 같이 손발 보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너무 오랫만입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오시면 얼굴 보게 얼른 연락주시고요..^^
반갑습니다.
예, 금세 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