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길라잡이>
파스카의 거룩한 밤, 인간을 위해 대신 죽으신 하느님의 어린양께서 부활하셨다. 창조주 하느님의 사랑이 어찌 인간의 죄악으로 완전함을 잃을 수 있겠으며, 죄악이 만들어 낸 죽음이라는 결과가 어찌 하느님의 통치를 벗어날 수 있겠는가.
예수님 부활의 기쁨은 이미 쓰여진 이스라엘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하는 새 창조의 기쁨이다. 첫 인간의 불순종도, 광야를 떠돌던 이스라엘 백성의 타락도, 예언자들이 전하는 하느님 말씀에 대한 불신도, 심지어 그분의 외아들을 십자가에 매달아 버린 죄악도 하느님께서 세상을 사랑하시어 구원하시려는 계획을 한 획도 바꾸지 못한다.
손발을 뚫은 못도, 머리에 깊이 박힌 가시관도, 옆구리를 찌른 창도 예수님을 죽음이라는 감옥에 가두지 못했다. 예수님의 부활로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다시 생명의 길이 열렸다. 모든 것의 끝인 줄 알았던 예수님의 죽음은 사실 영원의 희망과 이어 주시기 위한 매듭이었다.
이른 아침,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간 여인들이 그분의 시신 대신 마주한 것은 흰옷을 입은 젊은이였다. 그는 ‘갈릴래아’에서 살아 계신 예수님을 뵙게 되리라고 말한다. 스승의 죽음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분의 부활을 믿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으리라.
제자들이 예수님의 ‘나를 따르라’는 부르심에 그물과 아버지를 버리고 길을 나섰던 곳, 복음을 선포하시는 예수님과 함께했던 곳, 바로 그 갈릴래아에서 그들은 진정 살아 계신 말씀을 만나 깨달을 것이다. 부활은 멀리 있지 않다. 숨 쉬고 살아가는 내 평범한 일상 안에 있고, 나의 역사도 오늘이라는 시간 아래 다시 쓰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