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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푸른 보석 어청도
엄마 품처럼 아늑한 섬, 능선 산책로 경관 뛰어나
서해의 외섬들은 그리 멀지않은 데도 불구하고 다니기가 쉽지않다. 외연도도 그렇고 어청도도 그렇다. 격렬비열도도 마찬가지. 육지에서 대략 2시간 반 거리지만 동해 울릉도를 거쳐 가야하는 5시간 거리의 독도 만큼이나 멀게 느껴진다. 안개라도 조금 끼면 여객선이 뜨지않는다.
전에 외연도 갈 때도 안개 때문에 배가 뜨지않아 가까운 섬 원산도와 효자도에서 2박을 한 후에야 겨우 외연도 가는 배를 탈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어청도는 군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72km, 몇 년 전에도 군산에서 오후 여객선이 뜨지않아 어청도 여행이 실패한 경험이 있어 이번엔 전날 아예 군산에서 자고 아침 배를 타기로 했다.
군산은 종종 오는 곳이지만 올 때 마다 아늑하게 느껴진다. 일본 적산가옥이 아직도 적지않게 남아 있어 약간의 거부감도 느껴지는 게 사실이지만 그 자체가 볼거리이기도 하다. 군산에는 아직도 170여 채에 달하는 적산가옥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번엔 숙소를 완전 일본식 가옥인 고우당이라는 곳으로 정해봤다. 사각형으로 둘러쌓인 건물 가운데는 아담한 연못도 있어 일본정취가 물씬 풍긴다. 방도 다다미방이라 일본 교토의 어느 게스트하우스에라도 온 느낌이다. 이번 여행도 섬여행동호인모임인 '섬으로'(대표 이승희) 회원들과 함께 했다.
어청도행 출항시간은 10시. 전에는 9시에 출발했는데 지난 9월 22일부터 기존여객선인 뉴어청훼리호가 수리 완료될 때까지 에버그린호가 대신 운항한다고 한다. 에버그린호는 150여 명이 탑승할 수 있는 중형 여객선. 중간에 연도 만을 들러 어청도 직항이다.
배가 군산항을 떠나자 곧 섬 하나 보이지않는 망망대해로 이어진다. 1시간 쯤 가면 연도를 만난다. 어청도 노선에서 유일한 기항섬이다. 군산에서 북서쪽으로 23㎞, 서천군 비인면 선도리에서 남서쪽으로 8㎞ 지점에 있다. 면적은 0.73㎢이고, 해안선 길이는 4.5㎞이다. 맑은 날에 중국 산둥반도에서 연기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하여 연(煙)자를 써서 연도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한편 물속에서 피어오르는 연꽃과 같다 하여 유래한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여객선에는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갖춘 외국인도 보인다. 사진작가인 것 같아 잠시 대화를 나눠봤다. 덴마크인 라슨(Larson) 씨인데 비즈니스차 한국에 왔다가 새 사진을 찍으러 어청도를 간다고 한다. 그는 'A FIELD GUIDE TO THE BIRDS OF KOREA'라는 영문판 책자를 보여줬다. 어청도에 희귀조류가 많다고 하여 짧은 틈을 내 1박2일 일정으로 어청도에 내려왔다고 한다.
어청도에 외국 사진작가들도 찾을 만큼 희귀철새가 많다? 필자도 미쳐 몰랐던 사실이라 갑자기 호기심이 생겨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정말 그렇다. 어청도에 아름다운 등대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잘 알려진 섬은 아니다. 그러나 거꾸로 국제적으로는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작은 섬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의 외국인이 찾는 섬이라 한다. 바로 철새 때문이다.
어청도는 우리나라에서 신안 가거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28종의 새가 발견된 섬이다. 희귀 새가 발견되면 국제조류협회(ICBP)에 보고되고 명성이 높아진다. 희귀조인 검은머리딱새, 검은머리멧새, 검은꼬리사막딱새가 발견되었을 때 국제적으로 큰 뉴스가 되기도 하였다. 특히 지구의 남반부 열대지역에서만 서식하는 군함조가 어청도에 나타나 조류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었다. 군함조가 어떻게 어청도에 나타나게 되었는지는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세계 각처에서 조류연구가들이 탐조를 위해 이 섬을 찾고 있다. 그들은 열악한 숙박시설과 음식을 무릅쓰고 무거운 장비를 둘러메고 힘들게 새를 찾아 헤맨다.
많은 종류의 새가 어청도에서 발견되는 이유는 새들이 남북으로 이동하는 경로 상에 섬이 위치하고 있어 휴게소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이 많이 불거나 비가 오거나 안개가 낀 날에 많은 새들을 볼 수 있다. 새들은 날씨가 나빠 비행이 어려워지면 이 섬에 내려 머물다 가게 된다고 한다.
12시 40분, 2시간 40분 만에 드디어 어청도에 도착했다. 어청도는 서쪽으로 트인 ㄷ자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아늑한 느낌이다. 3면이 능선으로 둘러쌓여 있어 천혜의 바람막이 역할을 한다. 중국 산둥반도와는 약 300㎞ 떨어져 있어 태풍이 불 때 대피항이 되어 왔다. 최고점은 198m로 섬 중앙에 있으며, 섬 전체의 80%가 100m 내외의 산지로 이루어져 있어서 경지 면적은 적다. 북서계절풍에 의한 침식으로 섬의 북·서쪽에는 높은 해식애가 발달하였다. 취락은 동남쪽 어청마을에 분포하며,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한다. 연근해에서는 멸치·우럭·놀래기·해삼·전복 등이 잡히고, 농산물로는 마늘·채소 등이 생산된다. 어청도 주민은 약 200 가구, 230명 정도이다.
식당을 겸하는 명진민박에 짐을 풀고 점심식사를 한 후 산책길에 나섰다. 민박집 기준으로 좌측 능선은 당산(198m) 오르는 능선, 우측 건너편은 안산(129m) 능선이다. 어청도 포구 중앙으로 이어지는 고갯길을 넘으면 팔각정 안부를 지나 어청도 등대에 이른다. 오늘은 먼저 안산능선을 걸어보기로 했다. 마을 가운데에는 외국인 사진작가의 말대로 어청도의 조류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조류탐방방문자센터 건물도 보인다.
마을 끝에는 교회건물이 눈에 들어오고 근처에 치동묘라고 부르는 전횡장군의 사당도 위치해 있다. 전횡장군은 백제시대 이래 어청도 주민들이 토속신앙 대상이 되었던 인물이다. 치동묘는 2m 높이의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는 데 대문에는 태극문양이 새겨져 있고 전면 3칸, 측면 1칸, 높이 2m의 목조기와 형태이다. 치동묘에 얽힌 전설에 의하면, BC 202년경 중국의 한고조(漢高祖)가 초항우(楚項羽)를 물리치고 천하를 통일한 후 패왕 항우가 자결하자 재상 전횡이 군사 500명을 거느리고 망명길에 올라 돛단배를 이용하여 서해를 목적지 없이 떠다니던 중 중국을 떠난 지 3개월만에 이 섬을 발견하였다는 것이다. 그날은 쾌청한 날씨였으나 바다 위에 안개가 끼어 있었는데 갑자기 푸른 산 하나가 우뚝 나타났다고 한다. 전횡은 이곳에 배를 멈추도록 명령하고 푸른 청(靑)자를 따서 어청도(於靑島)라 이름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전횡장군에 관한 이야기는 외연도에도 거의 비슷한 스토리로 전해오고 있는 데 두섬의 거리가 가까워서인지 어청도 역시 마찬가지다. 외연도에도 그의 사당이 있는데 어청도 역시 전횡장군의 사당이 있다. 치동묘의 이러한 유래로 인하여 군산의 토반인 담양전씨들이 전횡장군을 자신들의 조상으로 생각하여 1926년 군산신 둔율리에 치동묘를 세워 모시다가 최근에는 사당을 옥구읍 원오곡 마을로 옮겨 치동원이라 이름하고 제사를 모시고 있다고 한다.
마을을 지나 우측방향으로 해안산책길로 접어든다. 목제데크로 만든 해안산책로가 아기자기하고 아름답다. 길이도 꽤 길다. 거리안내가 없어 알 수 없지만 짐작으로 족히 1km는 넘을 것 같기도 하다. 포구 안에 '농배'라고 부르는 조그만 바위섬도 위치해 있어 운치를 더한다. 중간에 정자쉼터도 만들어져 있고 좌측으로 능선오르는 사잇길도 보인다.
산책로에서는 위치에 따라 어청도 마을 전경이 각각 다른 시각으로 눈에 들어온다. 좌측 해안은 우람한 바위 해벽이 상어이빨처럼 험악한 자태를 보이기도 한다. 데크산책로를 끝까지 가면 좌측으로 샘넘쉼터로 오르는 길이다. 데크길이 끝나면서 울창한 숲길이 이어진다. 능선 오르는 길이 높아질수록 당연히 시야가 넓어진다.
섬 경관은 매우 아름다운데 산 능선의 소나무들이 죽어 있어 보기가 좋지않다. 어청도 이장 정영우(59) 씨 말에 의하면 재선충 때문이라고 한다. 이의 보완을 위해 지난 봄 군산 산림조합의 지원을 받아 편백나무 5천 그루, 매실나무 5천 그루, 감나무, 헛개나무 등 총 25,100 그루의 나무를 산 곳곳에 심었다고 한다.
능선안부인 샘넘쉼터에 이르면 좌우로 길이 갈라진다. 우측은 검산봉(106m)과 돗대봉(93m) 가는 능선, 좌측은 안산(129m)-목넘쉼터-공치산(118m)-팔각정-어청도 등대로 가는 코스이다.
시간관계상 좌측 능선을 탄다. 안산에 올라서면 능선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조망이 환상적이다.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안산은 해돋이전망대이기도 하다. 이곳에 서면 날씨가 맑으면 멀리 외연도가 보이고 황도도 보인다.
샘넘쉼터에서 800m 정도 가면 목넘쉼터. 목넘쉼터에 이르면 화산 분화구같은 거대한 협곡을 만난다. 항아리 같은 이 협곡은 웅덩이가 아니라 바닷물이 들어오는 거대한 해벽이다. 보기에도 아찔할 정도의 절벽 끝에서 바닷물이 들어오는 장면을 내려다 본다.
목넘쉼터에서 다시 긴 목제계단을 오르면 공치산(118m) 정상. 해막넘쉼터라고도 부르는 이곳에 서서 뒤를 돌아보면 또 다른 장관이 눈을 번쩍 뜨게 한다. 바로 한반도 지형이다. 영월 등 국내 몇곳에 한반도 지형들이 있지만 바다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어청도 능선이야말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반도 지형이 아닐까 싶다.
이후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바다조망을 함께 즐기면서 룰루랄라 평탄한 능선길을 40분쯤 더 가면 팔각정에 이른다.
팔각정은 직진하면 당산능선, 우측으로 가면 어청도 등대, 좌측으로 내려가면 마을로 내려가는 고갯마루에 세워져 있어 전망 또한 좋다. 팔각정 공터에는 어청도 안내판과 함께 주요포인트 거리표시판도 세워져 있다.
배낭속 삼각대를 꺼내 세우고 함께 한 동료들과 인증샷 항 컷 남겨본다.
필자 일행이 능선을 타기 시작한 샘넘쉼터까지는 1.9km, 돗대쉼터를 거쳐 안산능선트레킹길 끝까지는 2.9km이다. 중간중간 쉬면서 여유있게 걷다보니 민박집에서부터 해안데크길을 거쳐 샘넘쉼터-목넘쉼터-해막넘쉼터-팔각정까지 약 2시간 15분 정도 걸렸다.
팔각정에서 잠시 쉰 후 어청도 등대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팔각정에서 등대까지 거리는 700m. 걸어서 약 12분 걸렸다. 등대 입구에는 좌측으로 야영텐트들도 눈에 띈다. 등대 아래에는 야영을 할 수 없지만 이곳은 괜찮다는 등대 직원의 셜명이다.
어청도 등대는 일제에 의해 1912년에 축조되었다. 첫 점등일은 그해 3월 1일이었다. 청일전쟁 후 중국 항로의 중요성을 인식한 일제가 세운 것이다. 해발고도 61m에 위치하고 높이가 15.7m여서 그 불빛은 약 37㎞ 떨어진 곳에까지 비추고 있다. 등대는 둥근 콘크리트 구조로 되어 있고 몸체에는 흰색 페인트칠을 했다. 전면 입구의 박공 장식과 상부에 전통 한옥의 서까래를 재구성한 조망대 꾸밈, 꼭대기의 붉은 등롱(燈籠)이 잘 어울려 조형미가 돋보인다. 등대를 둘러싼 돌담과 등대 주변의 해송, 푸른 바다와 잘 어우러져 그 자태가 더 아름답다.
몸체 구조는 처음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수은의 비중을 이용한 중추식 등명기(燈明機:불을 켜 비추는 기계)의 유물과 조립식 나선형 계단, 조립식 철제 바닥판 등 등대 구성 시스템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뛰어난 조형미를 갖추고 있으며, 우리나라 등대 시스템의 요건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자료적 가치가 크다.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어서 군산항과 서해안의 남북항로를 지나는 모든 선박들이 이용하고 있는 중요한 등대이다. 해양수산부 군산지방해양항만청이 소유 및 관리하고 있다.
어청도 여행에서는 섬여행 전문가이면서 ‘한국의 섬’ 등 섬 관련 책자도 여러권 펴낸 바 있는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 씨도 함께 했다. 그는 섬탐험여행을 다니면서 섬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항공사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드론을 활용하기 시작, 이제는 자유자재로 바다 한가운데에 드론을 날릴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 그는 이 과정에서 드론 몇 개를 잃어버리는 아픈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고 한다. 드론으로 찍어본 어청도 등대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안겨준다.
드론으로 찍은 어청도 해안을 보니 마치 악어가 바다로 기어들어가는 듯 갈래가 날카롭고 험준하다. 북서계절풍에 의한 침식으로 섬의 북·서쪽이 특히 높은 해식애가 발달하였다고 한다.
일몰을 찍기 위해 기다리다가 좌측을 보니 바위해안에 구유정(鳩遊亭)이라는 아름다운 정자 가 조그맣게 보인다. 등대로부터 500m, 왕복 1km의 만만치않은 거리인데 어찌할까 망설이다가 과감히 가보기로 한다. 산 허릿길을 잠시 돌아 목제데크길을 내려가 정자에 이른다. 이 정자에 앉아있으면 시가 저절로 나올 것 같이 전경이 아름답다. 좌측으로는 바위절벽으로 이루어진 어청도 해안이 내려다 보이고 우측에는 등대가 그림같은 자태를 보여준다. 그런데 정자에는 이미 캠핑족들이 점령하고 있어 앉아있을 자리조차 없다. 캠핑족의 먹다 남은 음식들로 너저분하기까지 하다. 서서 잠시 주위만 둘러보고 아쉽게 돌아선다. 등대와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다수의 여행객들을 위해 캠핑족 야영은 금지시켰으면 좋겠다.
날씨가 좋으면 등대 쪽으로 넘어가는 일몰 전경이 아름답기 그지없다고 하는 데 오늘은 날씨가 약간 흐려 환상적인 석양은 보기 어려워 아쉬웠다. 해가 뭉개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붉게 여운을 남기면서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일몰로 어청도에서의 첫날을 접는다.
다음 날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서둘러 안산을 올랐는데 날씨가 안좋아 해 자체가 보이지않는다. 그런데 어제는 잘 보이지않던 외연도와 황도가 제법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두 섬을 본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민박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청도초등학교에 들러본다. 어청초등학교는 1925년에 개교, 1927년에 첫 졸업생을 배출한 이래 2014년 현재 제 85회, 총졸업생을 무려 1,176명이나 배출한 역사깊은 학교다. 그러나 대부분의 섬들이 그러하듯 어청도 역시 젊은 사람들의 이도(離島)현상으로 지금은 주민수가 줄어 학생 9명(유치원생 1명 포함), 선생 6명 및 직원 2명이 학교를 지키고 있다.
아침식사 후 당산 능선 트레킹에 나선다. 여객선 매표소인 신흥상회 옆 계단길을 오르면 바로 전망대 정자에 이르고, 정자 옆 시누대숲길을 지나면 헬기장을 만난다. 헬기장 좌측길로 조금 가면 군부대 철문이 보이는데 그 철문 앞 숲길이 능선 오르는 길이다. 칡넝쿨 등이 우거져 있어 풀숲을 헤치면서 가야 한다.
산흥상회 옆 계단에서 약 20분쯤 오르면 벤치가 있는 능선 고갯마루에 이른다. 우측은 당산 가는 길, 좌측은 심목여종점 700m, 직진으로 넘어가면 밀밭금쉼터 700m 이다. 이곳에서 당산쉼터까지는 역시 700m. 중간에 KT통신탑을 지나 조금 더 가면 봉수대를 만난다.
어청도 봉수대는 어청도의 주봉인 당산(198m)정상에 있으며, 원추형의 2층 석축으로 높이 2.1m, 지름 3.6m 규모이다. 고려 의종 3년(1148) 처음 설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데 당시의 봉수대는 주로 남으로부터 침입하는 왜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어청도 봉수대는 서해로부터 오는 외적의 감시 및 경계를 목적으로 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어청도 인근도서인 외연도에도 유사한 봉수대가 남아 있으며, 녹도, 원산도를 경유하여 연안의 보령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이루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청도 봉수대는 조선 숙종 3년(1677) 외연도, 녹도의 봉수대와 함께 운영관리상의 문제로 폐지된다.
봉수대를 지나면 바로 당산 쉼터가 보이고 울창한 숲길이 계속 이어진다. 군부대 철조망을 좌로 돌아 아늑한 숲길을 여유있게 걷는다. 우측으로 멀리 외연도가 다시 실루엣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어제 걸은 안산능선이 사방이 확 트인 경관 중심의 트레킹 코스라면, 당산 능선길은 조망은 안산능선보다 조금 덜하지만 그 대신 각종 야생화가 지천인 아름다운 숲길이다. 이름모를 야생화와 약초들에 시선을 빼앗기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다. LG U+통신탑을 지나면 곧 팔각정에 이른다. 선착장매표소에서 팔각정까지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 팔각정에서 마을까지 20여분 내려가서 오늘 트레킹 일정도 마무리한다.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대에게 더욱 가까이 가고싶어
섬에 간다
언젠가 필자는 섬 여행의 단상을 이렇게 짧은 글로 적어본 적이 있다. 그렇다. 섬여행은 현실도피가 아니다. 섬에 오면 외로움이 뭔가를 좀더 알 수 있을 것 같다. 섬 자체가 바로 외로움이기 때문이다. 고독은 그리움을 낳는다. 보고싶은 사람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그래서 난 누군가 몹씨 보고싶을 때면 배낭을 챙긴다. 그리고 섬으로 떠난다.
어청도 앞 바다의 등대섬 '가진여'가 필자 일행을 배웅한다. 돌아가는 배. 그 배 위에서 난 또 다시 새로운 섬여행을 꿈꾼다. 파도가 손짓하듯 나를 부른다. 다시 오라고, 또 보자고 온몸을 흔든다.(글,사진 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