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연대봉을 오르다
연대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거가대교 조망 환상적
초리도, 소쿠리섬, 곰섬, 우도, 음지도 등 진해 앞바다의 작은 섬들을 돌아본 후 가덕도에서 1박을 하고 연대봉 등산 및 대항새바지, 외양포 등을 돌아봤다.
가덕도는 부산 앞바다에서 가장 큰 섬이다. 북컨테이너부두와 남컨테이너부두가 위치한 부산신항을 지나면 바로 가덕도에 들어선다. 가덕대교와 함께 거제도와 연결되는 거가대교가 개통되어 이제는 자동차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지만 그래도 섬 모습은 그대로 남아 있다.
가덕대교는 부산 강서구 송정동 녹산 국가 산업 단지와 가덕도동 눌차항을 연결하는 다리이다. 거가 대교 건설 사업과 함께 2010년 12월 14일에 개통되었다. 거가대교는 부산과 거제를 잇는 길이 8.2km의 다리로, 거가대교 역시 2004년 12월 착공, 2010년 12월 14일 개통되었다. 거가대교는 해상의 사장교와 해저의 침매터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동 가덕도와 경상남도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를 연결, 가덕도~대죽도~중죽도~저도~유호리를 통과한다. 가덕도~대죽도(3.7km) 구간은 해저침매터널, 대죽도~중죽도~저도~거제 유호리(4.5km) 구간은 2개의 사장교(1.6km)와 4개의 접속교(1.9km), 육상터널(1km)로 구성되어 있다. 거가도로 개통으로 부산과 거제도 거리가 140km에서 60km로 단축되고 통행시간도 2시간 10분에서 50분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가덕도 천성항에 위치한 바다원횟집(051-941-8008)이라는 곳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근처 미소락펜션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가덕도에는 천성선착장, 대항선착장, 외양포선착장, 새바지선착장, 동선선착장 등이 있는 데 이중 천성선착장은 거가대교 해저터널 입구가 있는 가덕휴게소에서 제일 가까운 항구이다. 천성선착장에서 바라보면 바로 앞에 가덕휴게소가 보이고 정면으로 해저터널이 이어진 대죽도와 거가대교, 그리고 거제도도 한 눈에 들어온다. 석양에 붉게 물든 천성항. 멀리 거가대교의 가로등이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다음날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자동차로 지양곡 고개를 넘어 대항새바지로 갔다. 새바지는 대항선착장 반대방향에 위치한 항구다. 이곳은 뱃사람들이 쓰는 동풍의 은어인 ‘샛바람’을 받는다고 해서 새바지라고 불리워진다. 가덕도 동편 해안길 끝 동선새바지와 구분하여 대항새바지로 불리고 있다. 날씨가 맑지않아 해뜨는 장면이 그리 아름다운 편은 아니었지만 가덕도 동편 바다에서 해를 맞는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하다.
해가 어느 정도 올라 다시 숙소로 돌아갈려 할 즈음, 일행 중 한 분이 낚싯배를 주선하여 가덕도 등대까지 가기로 했다고 소리친다. 예상치않았던 뜻밖의 일정이라 일제히 환호성을 올린다. 해안 바닷길은 깎아지른 해벽이 대부분이다. 선장은 바위 절벽 곳곳에 낚싯꾼들을 내려놓는다. 보기만 해도 아슬아슬한 장면들이다.
등대 가는 길에는 국수봉도 올려다 보이고 새바지 뒤로 연대봉도 뚜렷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아동도라는 조그만 바위섬도 지나간다.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동도 근처의 해안비탈에는 넓은 동백군락지도 있다. 수령 15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동백나무만 해도 2,500여 그루가 이곳 해안절벽 위에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 일대는 야생 동백 자생지로 전국에서 제일 규모가 크고 유명하다.
바다 위에는 아침을 낚는 낚싯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도 정겹다. 가덕도 해역에는 대구 및 숭어잡이가 유명하다. 가덕도 해역은 한류, 난류와 낙동강의 기수가 만나는 곳으로 대구의 먹이가 풍부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동해안 대구가 겨울철에 냉수층을 따라 남해안의 가덕, 진해만까지 산란을 위해 이동한다. 가덕대구는 예로부터 임금님에게 진상되었을 정도로 숙취제거 및 보양식품으로 희소가치가 매우 높은 어류이며, 이곳 주민들은 살아있는 대구는 가덕대구가 아니면 볼 수 없다고 자랑한다. 또, 가덕도 숭어는 160여 년 전통의 재래식 숭어 어로방법으로 잡고 있다고 한다. 가덕도 숭어는 봄이 제철로 육질이 부드럽고 향긋한 단맛이 일품이다.
파도를 가르며 달리는 배의 속도감에 몸의 균형을 잡기조차 힘들다. 선체에 기대어 가까스로 카메라의 셔터를 몇컷 눌러본다.
새바지에서 10분 쯤 갔을까? 섬 최남단에 위치한 가덕도등대 해안에 이른다. 해안절벽 위에 서 있는 하얀 등대건물이 웅장하다. 1909년에 건립된 가덕도 등대는 근대 서양의 건축양식, 건축재료, 의장수법 등이 처음으로 사용되었던 건물 중 하나이다. 당시에 건립된 여러 등대들이 대부분 원형이 크게 훼손된데 비해 가덕도 등대는 상당부분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축문화적 가치가 돋보이는 문화재이다. 지난 2002년 일제 때 만들어진 등대의 사용을 중지, 보전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높은 40m의 등탑을 추가로 설치하였다. 2009년 12월에는 가덕도 등대 100주년기념관을 설치하여 등대의 역사와 가덕도 역사를 함께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또, 등대체험자 20여 명이 함께 잘 수 있는 객실도 2칸 갖추고 있다. 등대 방문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부산지방해양수산청 홈페이지에 신청하면 관람이 가능하다.
새바지로 돌아와 선착장 옆에 위치한 일본군벙커를 돌아본다. 대항새바지 자갈해변 중앙에는 1904-1945년까지 대항 외양포 마을에 주둔한 일본군이 강원도 탄광근로자들을 강제 징용하여 뚫은 벙커가 있다. 벙커는 중앙으로 통하도록 되어 있으며 연합군 해안 상륙을 방어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외곽에는 기관총과 야포를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이외에도 우측해안 여러 곳에 인공동굴이 존재하고 많은 해안벙커들이 있었으나 해안표식이 될 수 있는 가시권 시설은 1970년 가덕도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군에서 폭파, 철거하였다.
벙커 안으로 들어가 본다. 벙커는 미로같이 좌우 사방으로 뻗어 있다. 직진하면 옆 해안으로 통한다. 해안에 내려서면 좌측으로 우람한 바위 섬 두세 개가 눈에 들어온다. 첫 번째 바위섬은 육지에 붙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떨어져 있는 것 같기도 하여 불분명한데 두 번과 세 번째 바위는 육안으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독립된 바위섬이다. 제일 끝 바위섬이 가장 우람하고 아름답다. 낚싯꾼 몇 명이 바위섬 위에서 바다낚시를 즐기는 모습도 보인다.
대항항에 위치한 해녀촌(051-971-1128)이라는 곳에서 회덮밥 및 맛깔스러운 바지락탕으로 아침식사후 연대봉 산행을 나선다. 연대봉은 해발 459.4m로 가덕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다. 섬 산들은 단순히 해발높이만 보고 난이도를 판단해서는 안된다. 진도 동석산은 240m에 불과하지만 산세가 꽤 거칠고 험준하며, 사량도 윗섬 지리산도 398m인데도 마치 공룡능선의 축소판같이 웅장하다. 또, 가거도 독실산은 639m인데 산행이 어렵지는 않지만 산세가 장엄하여 신안군의 에베레스트라고 부를 정도다. 그러나 가덕도 연대봉은 이들에 비해서는 매우 순한 산이다. 짧은 코스로 지양곡에서 출발하면 약 1시간 남짓이면 정상에 다다를 수 있으며, 산세도 완만하여 별 부담없이 산책하듯 오를 수 있다.
지양곡은 천성항이나 대항항에서 새바지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이다. 지양곡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한다. 주차장 옆에는 호국영웅 백재덕 동상이 세워져 있고 백재덕추모쉼터라고 씌여진 팻말도 보인다. 백재덕(1925-1988)은 가덕도 천성마을에서 출생하여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9월 군에 입대, 1953년 5월 수도사단 기갑연대 분대장으로 강원도 금성 샛별고지에서 야간 매복작전을 하던 중 적 3개 중대와 격전, 분대원 9명 중 4명이 전사하고 5명이 부상을 입는 치열한 전투 속에서 혼자 10여 명의 적을 사살하고 진지를 사수한 군인이라 한다.
이곳 지양곡 들머리에서 연대봉까지는 거리 1.55km, 대항선착장은 1.4km거리이다. 입구에는 가덕도 갈맷길 안내도도 세워져 있다. 연대봉 등산로는 둘레길 코스인 갈맷길의 일부구간이기도 하다. 가덕도 갈맷길 코스는 총 21km, 약 8시간 정도 걸린다. 고도를 높임에 따라 시야가 트이면서 바다경관이 점점 넓어진다. 15분쯤 오르면 묘지 하나를 만난다. 이곳 조망이 제법 시원하다. 이런 곳을 명당이라고 해야 할까?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여유를 찾는다. 이후에는 계속 완만하고 아기자기한 소나무숲길이 이어진다.
들머리에서 30분 쯤 오면 정자가 있는 쉼터. 연대봉 정상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소사나무군락지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소나무 한그루가 서 있는 쉼터. 이제 정상이 200m남았다. 약간 더 올라가면 등대 방향의 국수봉과 대항새바지, 대항선착장 등이 병목처럼 시야에 들어오고, 거가대교와 거제도 역시 한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약 1시간 20분 쯤 걸려 드디어 연대봉 정상에 도착. 정상 우측에는 거대한 바위봉우리가 서 있고, 정면으로 연대봉 표지석, 그리고 봉수대도 보인다. 정상 전망데크에 서면 시야는 거칠 것이 없다. 국수봉 좌측바다에서부터 대항새바지, 국수봉, 대죽도, 거가대교, 가덕휴게소 및 해저터널 입구, 거제도, 천성항, 연도에 이르기까지 장쾌한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전망이 환상적이다.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 뒤따라온 여자 등산객 몇 분은 만세를 부르며 환호한다. 필자가 섬에 갈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섬에 가면 그 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봐야 그 섬의 진면모를 알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섬에 가면 가능한 한 꼭 산에 오른다. 가덕도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쉽게 올라와서 이처럼 멋진 바다경관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와본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행운이다.
가덕도는 바다를 통해 침입하는 왜적을 방어하는 중심지였다. 임진왜란이 발생한 1592년 4월 13일(음력) 대마도에서 부산포로 침략해오는 왜군 함대를 최초로 발견한 장소가 가덕도 연대봉과 응봉이었다고 한다. 당시 가덕진과 천성(만호)진은 경상우수영의 해상방어 최전방 진지였으며, 응봉과 연대봉에는 각 진 관측소와 봉수대가 있었다.
왕복 2시간 반 정도의 연대봉 산행을 마치고 아침에 미쳐 대항새바지에 가보지못한 일행들을 위해 새바지를 다시 둘러본 후 점심식사를 위해 대항선착장으로 향한다. 우리 일행이 예약한 식당은 소희네집(051-971-8886). 해산물 정식으로 유명한 곳이란다. 유명세 탓인지 마당에 기다리는 손님이 많다. 우리 일행은 단체로 예약해놔서인지 10분쯤 기다린 후 방에 들어간다. 해물정식은 4인기준 한상에 32,000원. 1인당 8,000원인 셈인데 메뉴가 푸짐하다. 회무침을 비롯, 게장, 전복, 된장찌개 등 기본이 다양하다.
식사 후 오후 일정은 외양포. 외양포는 대항선착장에서 남쪽으로 가파른 고개를 넘어가야 한다. 1904년 2월 러일전쟁을 일으킨 일본군은 외양포를 대한해협 일대의 군사거점 확보를 위한 임시 군사기지로 설정하여 민가 64호를 강제 퇴거시켰다. 그 해 8월 일본군은 이곳에 해군가(假)근거지를 구축하기 위해 제3 임시축성단을 파견하여 12월에 공사를 완료하고 진해만 요새 포병대대 제2중대를 먼저 배치하였으며 곧 이어 포병대대본부를 옮겨와 부대를 증강배치함으로써 외양포는 러시아함대와의 해전을 대비한 군사기지가 되었다. 1905년 5월에는 일본군 유수(留守) 제4사단에 편성된 진해만 요새 사령부가 옮겨와 대대 규모 이상의 포병부대 주둔지로 확대되면서 이곳은 일본군 진해만요새사령부의 발상지가 되었다. 1909년 8월 사령부는 마산으로 이전하였고 1914년 11월에는 진해 군항으로 이전하여 외양포 요새는 중포병대대 주둔지로 격하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1945년 일본 패망 때까지 유지되다가 광복 후에 이주민들이 들어와 군 막사 등의 시설을 개조하여 살고 있다.
현재 외양포 마을에는 일본군이 축조한 막사, 창고, 우물, 배수로 등의 흔적이 있고, 주변 산 어귀와 정상부에는 포진지, 화약고, 교통로, 관측소, 산악보루 등의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글,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