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 자연이 된 ‘그림 같은 풍경’ 18~19C 영국 근대회화전 .
윌리엄 터너의 <바람 부는 날> ⓒ맨체스터 대학 |
터너·컨스터블 등 거장들 수작 산업화 반작용의 목가적 정취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25일 개막한 ‘영국 근대 회화전-터너에서 인상주의까지’는 국내 처음으로 18~19세기 영국 근대미술을 본격적으로 조망한다. 영국의 저명한 현대미술상 ‘터너’상에 이름이 남은 영국 국민화가 윌리엄 터너(1775 ~1851)와 근대 풍경화의 선각자인 존 컨스터블(1776~1837) 등의 거장들을 비롯한 당대 작가 80여명의 작품 116점이 내걸렸다.
‘한폭의 그림’ 같은 대자연의 세밀한 묘사는 영국 근대 그림의 주요한 특징이다. 푸릇푸릇한 전원 풍경과 넉넉한 사람들 표정 한편으로, 격정적인 대자연의 변화상 등이 치밀한 필치로 옮겨진다. 미술사가 곰브리치가 지적한대로, 왕실 권력이 미약했던 영국은 유럽 대륙과 달리 왕정의 과시적 취향이 화가들을 짓누르지 않았다.
왕정 그림의 단골 소재인 역사와 인간은 그림 주인이 아니라 대자연 풍경 속 요소로 존재하며, 목가적 풍경은 과학적 원근법과 꼼꼼한 붓질로 묘사됐다. 19세기 초 산업혁명기를 전후한 영국인들의 합리적 의식 세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자연주의 풍경화는 급격한 산업화 반작용으로 나온 자연 회귀적인 트렌드 또한 반영해, 요즘 웰빙 흐름과도 들어맞는다.
에드워드 스톳의 <나룻배> ⓒ올덤 갤러리 |
들머리에 내걸린 컨스터블의 <햄스테드의 브랜치 힐 연못>은 17세기 네덜란드 풍경화가들이 이룩한 지평선 구도를 바탕으로 영국 화단 특유의 섬세한 현장 관찰과 사생을 담은 자연주의 화풍이 엿보인다. 손에 잡힐 듯한 구름의 생생한 묘사와 구릉 토층의 질감이 도드라진다. 특설 공간에 전시된 터너의 작품은 대표작은 없지만, 10대 시절 놀라운 데생 능력을 보여주는 수도원의 폐허를 그린 수채화나 귀족 저택 부근 포구의 물살이 휘몰아치는 바다 풍경을 묘사한 <바람 부는 날> 등에서 훗날 인상파의 물꼬를 튼 회화적 역량을 느낄 수 있다.
존 에버렛 밀레이의 <버넘 협곡> ⓒ맨체스터 시티 갤러리 |
맨체스터시립미술관 등 영국 8개 공사립 미술관 소장품들을 빌려온 이번 전시는 6개 소주제들이 대부분 목가적 풍경화의 소재 구분에 머무를 정도로 컬렉션 갈래가 단순하다는 한계도 비친다. 블레이크의 소용돌이 회화 같은 특유의 신화적 낭만주의나 라파엘 전파 그림 등은 빠져 영국 근대미술의 흐름을 일면만 접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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