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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시흥 신인문학상』수상자 발표
미래를 키우는 생태 문화도시, 시흥시(주최)와 사)한국문인협회 시흥시지부(주관)에서『지역문학의 활성화와 지역 신인문학인의 발굴』관련, 2019년 7월1일부터 8월30일까지 작품을 공모 접수,『제 3회 시흥 신인문학상』응모작품에 대한 심사를 완료하였기에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시흥시에 공모일 기준, 주소 및 직장, 또는 재학 중인 만16세 이상 미등단 문학 신인을 대상으로 작품공모 한바, 응모된 작품 중 시49편, 수필13편, 총 62편을 최종 심사하였습니다.
시흥시외에 거주하는 대학교수, 시인, 수필가 등 문학계의 저명한 외부 심사위원을 위촉, 세심하고 공정하게 숙고 작품심사를 한바, 다음과 같이 제 3회 시흥 신인문학상 대상자가 선정되었기에 알려드립니다.
제3회 시흥 신인문학상에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아쉽게 입상하지 못한 분들께는 다음 기회에 꼭 만나 뵙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수상자 명단
부 문 | 성 명 | 주 소 | 당선작품 명 | 시상내역 |
대 상 (수필) | 이동형 | 시흥시 매화로 (매화동) *** | 친구 W | 상금100만원 및 상패 |
우수상 (수필) | 박춘지 | 시흥시 해송십리로 (정왕동) *** | 부메랑 | 상금30만원 및 상패 |
우수상 (시) | 김금숙 | 시흥시 부라위길 (과림동)**** | 고물선풍기, 까치밥 | 상금30만원 및 상패 |
※ 시상금은 시상식 후, 사)시흥문인협회에서 원천공제 후 당선자 계좌이체.
□ 심사 위원
○ 심사위원장 : 임동확 교수(한신대문예창작학과). 시인, 수필가
○ 심사 위원 : 임재정 시인, 최은묵 시인
□ 제3회 시흥 신인문학상 시상식 및 시흥문학 29집 출판기념회
○ 일 시 : 2019. 11. 8.(금). 오후 4시~8시
○ 장 소 : 경기도 시흥시 은행동 시흥시청소년수련관 내 1층 한울림관
○ 작 품 : 시흥문학 제 29집에 당선작품 등재
□ 심사평(심사위원 프로필 및 당선작품, 소감, 프로필):붙임
2019.9.10.
사)한국문인협회 시흥시지부장
< 심사위원 프로필 >
1) 임동확 교수(한신대 문예창작학과), 시인, 수필가
1959년 광주 출생. 전남대 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석사). 서강대 국문학과 대학원 박사. 1987년 시집 『매장시편』을 펴내면서 작품 활동 시작. 이후 시집 『살아있는 날들의 비망록』,『운주사 가는 길』,『벽을 문으로』,『처음 사랑을 느꼈다』,『나는 오래전에도 여기 있었다』,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길은 한사코 길을 그리워한다』, 『누군가 간절히 나를 부를 때』, 시론집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등을 펴냈다. 현재 한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 임재정 시인
2009년 진주가을문예 대상 수상.
2011 서울문화재단 '문학작가 창작활성화지원'기금수혜.
제3회 천강문학상 수상.
시집, 『내가 스패너를 버리거나 스패너가 나를 분해한 경우』
(문예중앙.2018).
3) 최은묵 시인
2007년 『월간문학』신인작품상 당선.
2015년 『서울신문』신춘문예 당선.
제9회 수주문학상 대상. 제4회 천강문학상 대상.
제3회 제주4.3 평화문학상. 시집, 『괜찮아』출간.
< 심사 총평>
한국수필을 읽거나 접할 때마다 불만 중의 하나는, 상식과 인정에 기반한 감상적 휴머니즘 차원에 머물고 있다는 인상이다. 특히 작품 내용상의 갈등구조가 쉽게 화해나 조화의 틀로 갇혀버린다는 것인데, 이번 제3회 시흥 신인문학상 대상작으로 뽑은 수필「친구 W」는 친구 사이지만 종교문제로 갈등하는 모습이 가감 없이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한국수필의 병폐인 어설픈 계몽의식이나 도덕적 설교가 없다. 그리고 이는 글쓴이가 상당한 내공과 더불어 오랜 글쓰기 훈련이 되어 있다는 증표다. 우수작으로 뽑힌 수필 「부메랑」도 대상작 못지않은 차분한 문장전개와 그에 따른 설득력이 돋보였다. 다만, 뒷부분에서 다급하게 도덕적 자기반성을 내보이고 있는 점이 눈에 거슬렸다. 글쓴이의 생각과 사상을 독자에게 강요하기보다 독자들이 스스로 개입할 틈을 주는 ‘여백의 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리라 본다. 정진을 빈다.
좋은 시를 쓰기 위한 기초공부와 수련시간, 기교와 열정이 필요한 것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때로 시는 그런 조건과 전제가 전혀 무용할 때가 있다. 그야말로 무기교의 기교, 바로 그때는 자신의 가슴 속에서‘뭔가 다가올 때다. 이번에 우수작으로 뽑힌 시 「고물선풍기」와 「까치밥」이 그렇다. 이번 제3회 시흥신인문학상 응모자들의 작품들보다 기교면이나 내용면에서 결코 화려하거나 현란하지 않다. 하지만 직정(直情)에서 우러나온 시는 어떤 시들보다 힘차고 아름답다.“진실한 손이 진실한 시를 쓴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다.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장 임동확)
< 심사평>
1. 시와 수필, 두 부문에 응모된 출품작품은 대체로 고르고 안정된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수필부문의 경우, 여러 작품 중에서 눈여겨 볼만한 수작들이 눈에 들어 왔는데,「친구 W」,「부메랑」,「애완견 반려견」등은 여러 번 숙독을 거쳐야 할 만큼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친구 W」는 흔한 수필적 경향으로부터 일정부분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 새로웠으며 결말 또한 적당한 아쉬움이 남을 만큼 매력적이었다.「부메랑」은 새로 산‘세탁기’를 받치기 위해 벽돌을 구하는, 소동은 지루하지 않게 다루고 있으며,「애완견 반려견」의 경우 요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반려동물을 통해 인간을 되짚어보는 내용이었으나, 종종 체험 /주체험 간의 시점이 흩어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시 부문에선 대체적으로 관계와 소통의 문제를 다루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선자의 손에 남은 작품들은 「고물 선풍기」외 2편과, 「수레를 끌며」외 2편이었다. 「수레를 끌며」는 묘사를 통해 풍경을 점유하려는 노력이 돋보였고 상대적으로 문장 역시 촘촘한 편이었으나, 마지막까지 선자를 잡아끌어 자기만의 시적 공간에 머물게 하는 데는 아쉬움과 작품 간의 편차가 눈에 띄었다. 「고물선풍기」는 언뜻 단순하지만 넓은 행간을 통해 환기되는 무엇인지가 있었다. '고물선풍기/할머니'의 대비와, 그것을 통해 화자가 불러일으키는 감정들이 보다 시적이었으며, 이러한 방법론을 다음 작품인「까치밥」을 통해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어서 이 또한 믿음이 갔다. 결국「고물선풍기」가 마지막까지 손에 남았다. 당선자들의 당선을 축하하며 마지막까지 남은 후보작품들에게도 눈부신 내일을 기원한다.(임재정)
2. 문학이란 결국 사람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사람냄새를 많이 풍기는가에 따라, 제3회 시흥 신인문학상의 향방에 마음을 조금 더 기울여 보았습니다. 시와 수필의 응모작을 꼼꼼하게 정독하면서 사람 사는 세상의 면면에 많이 공감하였습니다. 응모자 모두 각기 나름대로 보여준 개성을 소중히 더듬어서, 심사자들은 논의 끝에「고물선풍기」(시)와「친구 W」(수필),「부메랑」(수필)을 선정하였습니다. 시「고물선풍기」는‘고물’과‘할머니’의 이미지를 오버랩시키는 과정이 과장되지 않고 간결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파생하고 있습니다. 함께 응모한「까치밥」도‘할아버지’를 생각하는 화자의 투명한 상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가 지닌 떨림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간결한 이미지는 독자들에게 많은 여백을 남길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고물선풍기」는 시가 지닌 감동을 구축하는데 충분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친구 W」는 내용과 구성의 전개방식이 독특하고, 익숙한 어법이 아니나 자신만의 목소리를 과감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종교와 우정의 관계에 있어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연결고리의 힘을 적절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서로 책을 읽어보기로 한 점이나, 마무리에서 상투적인 결말에 닿지 않는 점은 젊음이 현재의 가치보다 미래에 더 많은 세계를 펼칠 공간이라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또「부메랑」은‘벽돌’이라는 사소한 사물을 통해 도덕적 가치기준으로 삼는 화자의 갈등구조를 세심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삶의 가치관이 각기 다른 사람의 내면을 일상의 한 부분인 세탁기 교체라는 사건을 통해 보여주려는 몸짓은 과장되지 않고 진솔하였습니다. 수필이 지닌 구조에 충실하게, 그러면서도 끝까지 목소리를 놓치지 않는 힘은 이 수필의 또 다른 장점이라고 봅니다. 그 외「애완견 반려견」과 「수레를 끌며」도 관심을 갖고 읽었다는 말씀을 남깁니다.(최은묵)
대상
친구 W
이동형
동네 카페에서 난 오랜만에 그를 만났다. 그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었고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반가웠다. 언제 장만했는지 모를 구두와 서류 가방, 셔츠 위에 껴입은 털조끼 차림으로 그는 나타났다. 민낯에 티셔츠와 운동화 차림인 내가 무안할 정도로 그는 차려있고 나왔다. 앞머리를 왁스로 말아 올리고 얼굴에선 화장품 냄새가 났다. 그는 목소리까지 나긋나긋하게 바뀌어 있었다. 하굣길에서같이 웃고 떠들던 예전의 그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 모든 것이 꼭 그의 종교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단지 그가 전보다 성숙해진 탓이다. 그뿐이다.
어릴 때부터 W와 나는 친구였다. 내게서 친구란, 내가 미처 몰랐던 면이 그 사람에게 있더라도 이를 받아들여 줄 수 있는 관계를 의미했다. 그러니까 나는 이때만 해도 설령 그의 모습이 낯설어 당황하더라도 이해와 존중이 있다면 여전히그와 나는 친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나는 그렇게 마음이 넓은 사람이 아니라고. 그는 새 학년에 들어서면서 부터 변했다. 성경 구절을 근거로 들면서 병역과 수혈을 거부하겠다. 내게 말했다. 그는 학교 조회 시간에 애국가를 부르지 않았고 분식집에 가서 순대를 먹지않았다. 나는 그를 한 대 후려치고 싶었다. 그와 나는 같은 학교에 다녔고 같은동네를 살았음에도 어느 샌가 그는 신을 믿고 있었다. 그건 상관없었다. 다만, 나는 그가 신을 믿고 있다는 사실보다 그가 신을 믿는 방식을 뜯어고치고 싶었다. 나는 그에게 신은 없다고 성경은 일종의 이야기라 말했고 그는 나에게 성경은 신의 말씀이고 성경이야말로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라 말했다. 며칠 동안 서로 메시지를 보내면서 싸웠지만, 결판이 나지 않자 결국 우린 서로가 추천하는 책을 읽어본 다음 다시 말해보기로 했다. 나는 성경을, W는 만들어진 신을 읽기로 약속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그에게 어떻게 지냈나 물었다. 그는 같은 종교인들과 함께 봉사나 포교를 한다는데 오늘도 일정이 잡혀있다 했다. 그는 이어서 내게 물었다. 내 꿈과 취미, 주말에 뭐 하는지, 여전히 책은 읽는지 등등. 우린 서로 변함없는 데가 있는지 열심히 찾아 헤맸다. 학생일 때와 달리 그는 이제 신자가 되었고 나 또한 머리가 굵어졌다. 우리는 오래된 그 주제를 회피하려 했다. 아무리 말해도 우린 결코 생각이 맞을 리가 없다는 걸 우리 둘 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친구를 바로잡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했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함께 읽어보지 않겠냐면서 서류 가방에서 태블릿PC를 꺼냈다. 전자책 성경이었다. 군데군데 밑줄까지 쳐져 있는 그 성경을 잠깐 쳐다봤다가 나는 다 마신 컵을 거꾸로 뒤집어 놓았다. 컵 안이 우리가 보는 세계다. 컵 밖은 세계 바깥이고. 신은 이 컵 밖에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른다. 이건 이제 믿음의 문제다. 나는 입 다물고 있는 거고 너는 믿고 있는 거다. 나는 매듭 짓고 싶었다. W는 시간이 다 됐다며 일어섰다. 강요는 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전처럼 그의 집까지 함께 걸어가면서 우리는 그가 학생 때 샀던 카메라로 같이사진 찍으러 다니자는 얘기를 했다. 그는 꼭 그러자고 말했고 그의 집 앞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내가 추천한 책은 읽어봤냐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나 역시 몇 쪽 읽다가 관뒀으니까. 그때로부터 꽤 시간이 지났다. 그는 바쁘단다. 난 내카메라를 들고 가끔 나간다.
<당선 소감>
사람들이 꿈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면 작가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제 꿈을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먼저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감사합니다. 고등학생 때 끼가 있다고 해주신 신동근 담임 선생님의 말씀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꿈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면 작가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 길을 과연 내가 갈 수 있을지, 자신감 없었던 제 소망이 이렇게 이루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제 글을 뽑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 꿈을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이 상이 제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소래고등학교 졸업. 서울 강서폴리텍 재학(현재 휴학). 현재 목감도서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
우수상
부메랑
박춘지
며칠 전부터 십 년이 훨씬 넘은 세탁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더니 드디어 멈춰 버리고 말았다. 벌써부터 세탁이 개운하게 되지 않아서 은근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전부터 벼르던 드럼세탁기를 최신형으로 고르고 골랐다. 약간은 들뜬 마음으로 그것이 빨리 배달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세탁기를 세탁실에 놓으려고 하니 전에 있던 것보다 크기가 컸다. 설치기사가 잠시 난감해 하더니 다행히 이런 경우에는 벽돌 몇 장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당황해서 꼭 벽돌이어야만 되냐고 물었다. 탄탄한 플라스틱이나 나무로는 도저히 안 되는지 재차 물었다. 순간 재작년 이맘때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우리 아파트 외관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어느 날 안면이 있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빨간 벽돌을 양손에 들고 집으로 가는 것이었다. 한눈에 보아도 공사에 쓸 새로운 벽돌이었다. 나보다 연세가 많은 아주머니를 불러 세워놓고 공공재산 운운했다. 그분은 꼭 필요해서 가져가는 것이니 같은 아파트 주민끼리 이런 것쯤은 못 본 척 하자고 했다. 그 당당함에 정말 화가 나서 지난여름 화단에서 희귀하고 예쁜 꽃을 뿌리째 모종삽으로 떠가는 것도 보았노라고 지나간 일까지 상기시켰다. 경비 아저씨를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주머니는 기어이 벽돌 두 장을 들고 갔다. 나의 오지랍 덕분에 다음날 관리소장은 입주민들에게 공공기물을 마음대로 가져가지 말라는 방송을 해야 했다.
그뿐이던가 당시 고등학생이던 딸아이가 학원에서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신축 중이던 동사무소 앞에 쌓여있는 벽돌을 자전거에 가득 싣고 가는 아주머니를 발견 했단다. 딸은 자전거 뒷 꽁무니를 붙잡고는 개인재산이 아니니까 가져가지 마시라고 했단다.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지나가시던 어떤 할아버지께서 학생 말이 맞긴 하지만 꼭 필요해서 가져가는 것 같으니 그냥 두라고 하셨단다. 가정교육을 잘 받았다며 칭찬을 하시면서 화가 난 딸아이를 달래주시던 그분은 알고 보니 우리와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어른이셨다. 지금도 가끔 마주치면 넉넉한 미소를 보내 주신다. 어쨌든 모녀가 공공재산 지킴이로 유명세를 탔는데 당장 아쉽다고 해서 벽돌을 달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남에게 민폐 끼치는 행위는 정말 하기 싫었다.
한편으로는 각종 인터넷사이트를 샅샅이 뒤지고 전자제품 매장을 서너 군데나 돌아다니면서 발품을 판 시간이 아까웠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쏙 드는 드럼 세탁기를 놓치기 싫었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해온 말들과 행동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이것을 포기하고 통돌이 세탁기를 써야하나. 그야말로 순간의 선택이 십년을 좌우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망설이고 있었다. 설치기사가 벽돌이 견고하고 구하기도 쉽기 때문에 다른 대안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경비아저씨의 도움으로 벽돌 두 장을 구해왔다. 짐짓 모른 척 했다. 그런데 막상 세탁기를 설치하고 보니 크기가 딱 맞아 굳이 벽돌이 필요 없었다.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속으로 환호성이 나왔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까짓 벽돌 두 장에 유난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나름대로 도덕적 신념을 가지고 산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원칙을 고수하며 사는 것이 정의로운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같은 처지가 되고 보니 비로소 그 아주머니를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어르신의 넉넉한 미소의 의미도 알 것 같았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닌 벽돌 두 장이 이렇게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올 줄이야!
오늘 무심코 한 생각과 행동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메아리가 되어서 돌아올지를 모를 일이다. 아무리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 사람이라지만 지천명이라는 하늘의 뜻도 알 수 있다는 연륜이 되어서도 깨닫지 못했으니 부끄러울 뿐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남의 허물에 너무 인색했다. 나의 경험만으로 고정관념을 가지고 남을 평가한 나를 발견한다. 상대방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이해와 너그러움이 없었다. 남의 잘잘못에 인색하고 비판하는 것이 습관이 된 것 같다. 가치관의 전환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했다. 부디 나의 하루하루가 그런 삶이되기를 소망한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오늘도 바람직한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당선 소감>
습작의 습관화로 노력의 결실을 맺겠습니다. 태풍이 지나가면 풍어기가 오듯이 저의 글들도 풍요롭기를 소망합니다.
태풍 링링이 월곶 포구를 강타하던 시간에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점심 먹은 설거지를 하면서도 힘센 바람 때문에 날갯죽지 한 쪽을 잃어버린 해안도로의 소나무를 내려다보면서도 써야지, 써야지 생각했습니다.
늘 글을 쓰고 싶었지만 청춘의 혼탁했던 시간과 치열한 중년의 삶을 핑계로 미루고 있었습니다. 열망만 품은 체 삼십년의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을 즈음 이제는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하라고 뜻밖에도 귀한 상을 주시면서 등을 떠미시는군요. 용기를 주시는군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서로의 삶을 지지하고 존중해주며 살아가는 인생들을 진솔한 언어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일단 열심히 쓰겠습니다. 습작의 습관화로 노력의 결실을 맺겠습니다. 태풍이 지나가면 풍어기가 온다지요. 앞으로 저의 글들도 풍요롭기를 소망합니다.
목감도서관 문화 강좌반 문우들과 선생님,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리며 부족한 저의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1963년 부산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우수상
고물 선풍기
김금숙
다 안다고 하셨다
툭
누르면
돌아가는 것이라고,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할머니가 말을 건다
고맙다,
고생이 많다,
에고 좀 쉬어야지,
귀도 있고
눈도 있고
얼굴도 있다는 것을
다 알았다고 하셨다
까치밥
김금숙
누가
할아버지 까만 차에
똥 싸놓고 갔다
바로 위
전봇줄에 앉은
까치밖에 없다고
감나무 꼭대기
빨갛게 익은
감
모조리
따버리겠다고
긴 막대기 들었다
<당선 소감>
생활 속 하잘것없는 그 어떤 것도 귀히 여기고 싶을 때, 말을 붙이고 쓰다듬고, 곁에 머물 때, 마음이 건너옵니다.
생활 속 하잘것없는 것들이라도 참으로 귀히 여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말을 붙이고 쓰다듬고 믿기지 않은 일이겠지만 악수를 청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네가 없으면 안 된다고 말입니다. 덩그러니 홀로 있지 않습니다.
장맛비에 한숨 소리 섞여 보내지 않아도 됩니다. 담벼락 아래 자잘한 꽃들이 죄다 눈에 들어온 것도 알고 보면 네가 있어서라고 말합니다.
그 어떤 것도 곁에 머물 때에 마음이 건너옵니다. 부족한 저의 글이 심사위원님의 눈에 띄려고 무척이나 반짝거리며 서성거렸지 싶습니다. 뽑아주신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히 제가 사는 지역의 문학상을 받게 되어 그 느낌이 남다릅니다. 정진하겠습니다.
* 15년 광명시전국신인문학상 수필 최우수. 18년 경북일보문학대전 소설 가작. 19년 공무원문예대전 소설 동상. 현 서면초등학교 돌봄전담사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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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