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장.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1)
예수께서 사랑하는 제자들과
이 세상에서 이별하실 때가 가까웠다.
유다는 다락방을 떠났다.
그리스도께서 열한 제자와만 계셨다.
주님께서 거룩한 사랑과 가장 부드러운 동정심으로
제자들을 바라보시며 말씀하셨다.
“이제 내(인자; 사람의 아들)가 영광을 받게 되었고
하나님께서도 나를 통하여 영광을 받으시게 되었다.”
당신의 사명의 큰 목적과 기쁨은 그분의 모든 굴욕과
고통이 아버지의 이름을 영화롭게
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당신의 제자들이 이 점을 첫째로 생각하도록 하셨다.
다음으로 예수께서는 “내 자녀들아”라는
애정어린 말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자녀들아, 내가 너희와 함께 잠시만 더 있겠다.
너희가 나를 찾겠지만 이미 내가 유대인들에게
말한 대로 내가 가는 곳에는 너희가 올 수 없다.”
“이제 내가 새로운 계명을 너희에게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말씀을 들을 때에 제자들은 기쁠 수가 없었다.
그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들은 스승이요
주님이신 구주의 주위로 바싹 다가갔다.
사랑하는 교사요 친구이신 그리스도는
그들에게 생명보다도 더 소중하였다.
제자들은 그 동안 어려울 때마다
그분에게 도움을 구하였다.
슬픔과 실망할 때는 그분에게 위로를 받았다.
이제 그분은 외롭고 의지할 곳 없는
제자들을 떠나려고 하셨다.
그들의 마음을 가득 채운 것은 암담한 미래였다.
예수께서는 인자한 음성으로 말씀하셨다.
전에도 말씀하신 것처럼 제자들이 자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받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훈계하셨다.
그리고 그 일은 먼 장래의 일이 아니라
이 밤중에 있을 것이라고 예언하셨다.
그분께서 장사 지낸 뒤에 다시 살아나시고
갈릴리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셨다.
이어서 예수께서는 베드로에게 심각한 말씀을 하셨다.
이곳은 다락방이었으며, 상대는 수염이 길고
코에 주근깨가 돋은 베드로였다.
지옥의 권세를 깨뜨릴 교회를 그 위에 세우겠다고
약속한 반석이라고 불렸던 베드로였다.
“시몬아, 시몬아, 사탄이 너희를
밀 까부르듯 하겠다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네 믿음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도록
내가 너를 위해 기도하였다.
너는 뉘우치고 돌아온 후에
네 형제들을 굳세게 하여라.”
베드로는 이 말에 모욕을 느꼈다.
사탄이 그를 찾고 있다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자기를 위하여
기도하여 주는 것도 매우 기쁜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필요하다면 자기의 힘으로
사탄을 물리칠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너는 뉘우치고 돌아오라는
말을 듣는 데는 매우 불쾌하였다.
베드로는 헛기침을 하고
얼굴을 붉히며 대들듯이 말하였다.
“주님, 나는 주님과 함께 감옥(監獄)에도,
사형장(死刑場)에도 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주님께서 자애로운 눈으로 그를 보셨다.
감옥에도 말인가? 그렇다, 머지않아 로마의
마메르티나 지하 감옥(Mamertine dungeon)이
그를 기다릴 것이다. 사형장에도 말인가?
그렇다, 그는 선생님처럼 머리를 위로 두고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은
황공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자원하여 거꾸로 못박혀 죽을 베드로다.
“내가 분명히 너에게 말하지만,
오늘 밤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말할 것이다.”
베드로는 언성을 높여 격렬히 항의하였다.
“내가 주님과 함께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주님을 모른다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모든 제자들도 같은 생각으로 외쳤다.
그들은 시험에 대처할 준비를
갖추지 못하였던 것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들에게 다음으로 하신 구주의 말씀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이 원수의 맹렬한 공격을 받게 될 것을
그분께서 아셨다.
곤경으로 침울해 있는 제자들에 대한
사탄의 술책이 큰 성공을 거둘 것임을
주님께서 아셨다.
그러므로 예수께서는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고후 4:18)으로
그들의 관심을 집중하게 하셨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의 생각을
세상의 유랑생활에서 하늘 본향으로
돌리도록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