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서 어떻게 여기 왔니?”
우리 집 앞베란다 화분에 핀 노오란 토마토 꽃을 보고 하는 말이다. 맨 처음 이 식물 이름도 몰랐다. 꽃이 피고 나서야 토마토라는 걸 확실히 알았다. 우리 아들은 꽃 피기 전에 알았다. “아빠, 이것 토마토 맞지?” “응, 잘 모르겠는데.” 줄기 냄새를 맡으니 특유의 냄새가 난다. 그러나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노오란 꽃을 보고 아들의 예견이 맞음을 알았다.
이 토마토 어디서 왔을까? 작년 아들이 뒷베란다에 선반을 설치했다. 주방 창문 앞이다. 식물이 보이면 정서에도 좋을 것 같아 아파트에서 자생하는 단풍나무 어린 싹과 제비꽃을 작은 화분에 심어 놓은 적이 있었다. 제비꽃은 열매를 맺고 나서, 단풍나무는 시들어 이별을 고했다. 그런데 그 화분 한쪽 구석에서 이름 모를 식물이 무럭무럭 자란다. 키도 크다. 쓰러지지 말라고 기둥도 세워 주었다. 바로 그 식물. 앞베란다 커다란 화분에 옮겨 심었다.
아내는 자기 생일에 꽃이 피었다며 폰에 기록을 남긴다. 나도 카메라에 몇 장 담았다. 토마토꽃의 꽃말은 ‘완성된 아름다움'이다. 나는 몇 년 전 베란다에서 토마토를 키운 적이 있었다. 그 해 방울토마토 식후 간식으로 영양식으로 맛있게 먹었다. 지금 이 식물에서 열릴 열매가 어떤 모양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방울토마토? 대추토마토? 흑토마토?
토마토꽃을 보며 내가 느낀 점. 첫째, 생명력. 누가 심지도 않았는데 씨앗이 발아하여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웠다. 겨울철에 토마토꽃이라? 처음 보았다. 텃밭에서 토마토 가꾸면 4월이나 5월에 개화한다. 둘째, 자연의 신비와 경외감. 자연에 대한 경탄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선물을 준다. 셋째, 자연에 대한 기대감. 화분에서 자라는 내가 알지 못하는 잡초(?). 무조건 뽑아 버리지 않는다. 우리 집에 온 손님인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궁금하고 이름도 알고 싶어서다. 또 식물끼리 어울리는 것도 괜찮다고 보았다.
우리 집, 앞 베란다 난 화분 22개. 현직에 있을 때 축하 선물 받은 것이다(2007. 2011). 매달 1일과 15일 물을 주는데 잘 자라고 있다. 이 중 11개 화분에 괭이밥이 함께 자라고 있다. 한 화분에는 다육이가 자라고 있다. 괭이밥과 다육이 누가 심은 적 없다. 저절로 자라고 있다. 괭이밥은 땅에 질소 성분을 동급해 주고 있다고 들었다. 자연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마음을 다스린다. 때론 상상의 날개를 펴 본다.
“너는 어디서 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