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코린 15,1-8; 요한 14,6-14
+ 찬미 예수님
오늘은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입니다. 열두 사도 중에는 두 분의 야고보가 계신데, 한 분은 제베대오의 아들이고 한 분은 알패오의 아들입니다. 오늘 기념하는 분은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사도입니다.
예수님 부활 이후에 예루살렘 교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예수님의 친척 형제 야고보가 계신데, 이 야고보와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가 같은 분이라는 주장도 있고, 다른 분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오늘날 우리가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야고보에게 나타나셨다’라고 말하는데, 이분은 예수님의 친척 형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 필립보 사도는 요한복음에 네 번 따로 등장하는데요, 1장에서 예수님께서 필립보를 만나시자 “나를 따라라”라고 부르시고(요한 1,43), 필립보는 나타나엘에게 ‘메시아를 만났다’(1,45)고 전합니다.
두 번째로, 오천 명을 먹이시는 기적을 베푸시기 전에 예수님께 “저마다 조금씩이라도 받아 먹게 하자면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요한 6,7)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그리스 사람들이 와서 ‘예수님을 뵙고 싶다’(요한 12,21) 말을 필립보에게 하자, 필립보는 안드레아와 함께 이 말을 예수님께 전합니다.
네 번째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예전에 공동 번역 성경은 “주님, 저희에게 아버지를 뵙게 하여주시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라고 번역해서 더 애절하게 와 닿았는데요, 이 청은 탈출기에서 모세가 하느님께 “당신의 영광을 보여 주십시오.”(탈출 33,18)라고 청한 것을 연상하게 합니다.
필립보가 등장하는 네 가지 구절을 보면, 제자가 성숙해 가는 단계를 의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맨 처음에 제자로 부르심 받고, 두 번째로 예수님께서 기적을 베푸시는 것을 보고, 세 번째로 예수님을 뵙게 해 달라는 청을 전하고, 네 번째로 아버지를 뵙게 해 달라고 청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필립보에게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째,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말씀은 아버지로부터 온 것입니다. 둘째, 예수님께서 하시는 일은 예수님 안에 계신 아버지께서 하신 일입니다. 즉 예수님은 당신의 말씀과 당신께서 하신 일로 사람들에게 아버지를 이미 보여 주셨습니다.
이어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아버지께 가기 때문이다.”
이제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이어서 하게 되는데, 이 일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버지와 예수님의 일치입니다. 그동안 아버지께서 예수님을 통해서 하셨던 일을, 이제 아버지께서는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친교 안에 있는 제자들을 통해 하실 것입니다.
제자들이 하는 일은, 예수님께서 누구이신지 그리고 아버지가 누구이신지를 드러냅니다. 그렇기에 예수님께서는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면 내가 다 이루어 주겠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이름은,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 하는 사람인지를 드러냅니다. 예수님은 아버지께 대한 완전한 사랑과 순종을 이루신 분이십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청한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청하셨던 그대로 청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시라고 청한다는 것입니다.
이 일을 이루시는 분은 이제, 아버지이실 뿐만 아니라 아버지 곁에 계시면서 우리 곁에 계신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말씀과 당신의 일로써 아버지가 누구이신지 드러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제 우리가 하는 말과 우리가 하는 일로, 그리고 우리가 하는 기도로써 당신이 누구이시고 아버지께서 누구이신지를 세상에 드러내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나의 말과 나의 행동, 나의 기도가 예수님과 하느님 아버지를 드러내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겠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일을 하실 수 있도록, 내 안에 그분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야겠습니다.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출처: Feast of Sts. Philip and James - May 3 | The Divine Mer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