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키 아키미쓰의 유명한 법정 소설 <유괴>
<마스모토 세이초> < 요코미조 세이치> < 다카키 아키미쓰 >이 세사람은 전설적인 작가이다.1920년대에 태어난 이들은 평생을 글을 써온 작가들인데 이들이 쓴 책들은 전세계 독자들에게 열광적인 찬사를 받았다.한국에서도 이들의 작품을 원저로한 영화들이 많이 있다.
문신살인사건』,『인형은 왜 살해되는가』,『파계 재판』등으로 국내 독자에게 친숙한 다카기 아키미쓰의 법정 미스터리물이다. 1961년 작품. 다카기 아키미쓰는 요코미조 세이시와 더불어 일본 본격 미스터리의 거장이라 칭송받는 작가로 1948년 본격 미스터리 걸작『문신살인사건』으로 데뷔해서 조교수 탐정 가미죠 고스케 시리즈, 변호사 햐쿠타니 센이치로 시리즈등 이백여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이 책 『유괴』는 그가 창출한 탐정중 변호사 햐쿠타니 센이치로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아동을 유괴해서 살해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논픽션의 리얼리티에 사회파와 본격 미스터리를 적절히 혼합한 법정 미스터리이다. 작가가 이런 스타일의 작품을 쓴 배경에는 그당시 생소한 법정 미스터리를 다루고자 했던 점 그리고 1960년대『점과 선』의 마쓰모토 세이초로 대표되는 사회파 추리소설 붐이 일자 그 시류에 적절히 편승한 것으로 보인다.
유괴하니 그동안 접한 다양한 유괴 관련 소설이 떠오른다. 유괴 사건을 둘러싸고 경찰 조직간의 치열한 암투를 그린『64』, 양자택일을 강요받은 한 인간의 고독한 딜레마를 그린『킹의 몸값』, 엎치락뒤치락하는 치밀한 구성이 돋보인『조화의 꿀』, 유괴당한 할머니가 오히려 범인들을 가지고 노는『대유괴』등등...과연 본격 미스터리의 대가는 이 파렴치한 범죄를 어떤 시선으로 그려냈을까.
1960년대 일본을 떠들썩케한 아동 유괴 사건이 발생한다. 아이는 죽고 범인이 잡혀 한참 공판이 진행되는 법정에 한 사람이 매 공판마다 찾아와 방청한다. 그는 이 공판을 보며 경찰의 실제 수사 과정을 간접 체험하고 범인이 실수한 점을 보완해서 완전 범죄로서의 유괴를 꿈꾼다. 곧이어 새로운 아동 유괴 사건이 발생하고 前 유괴사건에서 낭패를 본 경찰은 더욱 수사에 만전을 기하지만 치밀하게 준비된 범인의 계획에 난항을 겪는다.
제1부의 공판 장면은 실제 사건을 그대로 재현한지라 마치 내 자신이 방청석에 앉아있는 듯 논픽션의 생생한 리얼리티를 전해준다.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는 2부부터 세이초 스타일의 사회파 추리식 전개에 진범을 추적하는 본격 미스터리의 형태를 가미한다. 몸값을 전달받으려는 범인과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경찰, 내분이 벌어지는 피해자 가족등 서로간의 이야기가 맞물리며 스토리는 긴박하게 흘러가고...시간이 지날수록 경찰과 피해자 가족간에 불신과 비협조로 인해 수사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변호사 탐정 센이치로가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경찰이 손을 놓은 범인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검거하는 센이치로 변호사의 활약이 이채롭고 주인공을 통해 유산 상속 문제나 유괴 관련 법률 지식을 습득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소설의 근간이 되는 - 실제 발생한 - 유괴 사건의 대표적 사례라 불리는 모토야마 사건과 린드버그 사건의 개요가 권말에 수록되어 있어 작품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준다.『64』,『조화의 꿀』같은 작품들이 소설의 재미를 위해 드라마적 요소를 많이 첨가했다면 이 작품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유괴의 본질에 더욱 충실한, 현실성이 돋보이는 깔끔담백한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