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2 세포와 풍경화 [제2부]
중학교들은 학년말 시험을 치르고 여름방학을 시작하려고 하는 즈음.
교회에서는 지역별 노회 소속 교회들의 주일학교가 여름방학 동안 시행할 여름성경학교를 위하여 실시된 교회교사(반사) 강습회가 있었다.
경구여중 4학년인 윤옥은 그 강습회와 학교의 학년말 시험이 겹쳐서 강습을 받지 못하다가 시험 마지막 날이 강습회 마지막 날이어서 시험을 치르고는 강습회 마지막 날 오후 시간만 참석했다. 그리고 강습을 받은 그 교회 반사들을 약국의 김희자 권사가 모두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윤옥이도 참석했다. 그 만찬회식 잔치 준비에 약국 옆집에 사는 남득순도 돕기 위해 그 집 부엌에서 일하는데 아들 윤호도 따라와 놀고 있었다. 윤호는 윤옥이가 담임하는 유치반 어린이다. 상차림이 방마다 그리고 마당에까지 평상을 놓고 벌이고 있을 때 득순은 음식의 얼마를 나누어 얻어서 광주리에 담아 귀가할 때 윤옥도 윤호네집으로 따라붙었다. 담임의 심방 핑계로.
그런데 그 집 대문 앞에서, 학교에서 막 귀가한 준호와 대문을 열어주러 나온 길자를 만나게 되고 함께 윤호네 부엌과 가운뎃방으로 들어갔다.
저녁 식탁을 준비하기 전에 준호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웬 여고생인가 궁금해 한다. 윤옥은 윤옥대로 대문간에서 윤호가 준호더러 ‘성[형]이 왔다.’고 소리치던 말을 생각하면서 윤호에게 웬 형이 있었나 하고 궁금해 한다.
약국의 주인 정주오 장로와 서문시장에서 포목전을 하는 그의 형 정환오 장로가 군정 의무실에서 동산병원에 쓸 수 있도록 희귀 약품(주사제)인 페니실린을 지원받게 하고, 그 지원품 중 한 통(12병들이)을 확보했다. 형 환오 장로는 영어 실력과 기독교 장로라는 신분으로 군정과 대구 지역의 정치적 유지들과의 사이에 소통을 위한 교량 역할을 하면서 정치가로 입지를 세울 작정을 하고 있었다. 포목전은 아내에게 전적으로 맡겨버리고.
준호는 경구중에서 시험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이미 공중에서 4학년을 수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자신의 학력 수준이 이 학교에서 어느 선에 있는지 알기 위해 응시했다.
그리고 시험 때문에 중단했던 가을 미술전시회를 위한 작품 준비 작업을 시험이 끝나자 바로 다시 시작되었다.
이 무렵 좌익 테러들에 의하여 준호의 종제인 윤호가 납치되었다가 심문모에 의하여 구출되어 돌아왔지만 이 사건을 빌미로 경찰이 좌익 테러를 소탕할 작정으로 수사활동을 진지하에 전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윤호가 언론인의 자제라는 점에 주안을 두고 황현준이 편집국장으로 있는 신문사는 신문사에 대한 좌익의 테러로 몰아가려고 했다가 황 국장의 적극적인 제지가 있었던 사건임에도 준호는 그저 학교에서 적응하면서 자신의 일에만 몰입해서 집안의 사건에 거의 무관심하다시피 했었으므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