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초 조금은 바쁜 핑계로 게으름을 피웠네요.
시리즈 24차 입니다.
생각컨대와 생각건대
‘생각하건대’의 줄임말이 ‘생각컨대’일까요, ‘생각건대’일까요? 흔히 ‘생각컨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생각건대’로 적어야 합니다. 한글맞춤법 제40항 [붙임2]에 따르면, 어간의 끝 음절이 ‘하’인 경우, ‘하’가 아주 줄 적에는 준 대로 적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간의 끝음절 ‘하’가 주는 경우는 ‘하’의 앞 음절의 받침이 ‘ㄱ, ㅅ, ㅂ’으로 끝날 때입니다. ‘거북지, 생각하다 못해, 깨끗하지 않다, 섭섭하지 않다’와 같은 경우 ‘하’가 아주 줄어 ‘거북지, 생각다 못해, 깨끗지 않다, 섭섭지 않다’로 적는 것이 올바른 표기입니다.
10여명과 10여 명
10명보다 많이 참석한 인원을 ‘10여명’이라고 할까요, ‘10여 명’이라고 할까요? ‘~여’는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그 수를 넘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므로 앞말에 붙여 써야 하지만, ‘명’은 사람을 세는 단위를 뜻하는 의존명사이므로 앞말과 띄어 써야 합니다. 따라서 ‘10여 명’이라고 적어야 합니다. 참고로 ‘10여 만 명’과 ‘10만여 명’은 어떻게 다를까요? ‘10여 만 명’은 10 이하의 숫자가 불분명할 때 쓰고, ‘10만여 명’은 10만 이하의 숫자가 불분명할 때 씁니다. 따라서 전자는 10만 명이 될 수도 있고, 20만 명이 될 수도 있지만, 후자는 10만 명보다 조금 많은 수, 즉 11만이나 12만 명이 될 수는 있어도 그보다 큰 수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날이 개이다.'와 '날이 개다.'
비나 눈이 오다 그쳐 흐리던 날씨가 화창해지면 무엇이라고 할까요? 날이 ‘개이다’라고 해야 할까요, 날이 ‘개다’라고 해야 할까요? “날이 개다.” 또는 “비가 개다.”라고 해야 합니다. “날이 흐리거나 궂은 날씨가 맑아지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는 ‘개다’이기 때문입니다. ‘개이다’는 ‘개다’의 잘못된 피동형입니다. ‘개다’는 “언짢거나 우울한 마음이 개운하고 홀가분해지다.”라는 뜻으로 “기분이 개다.”로도 사용됩니다.
건데기와 건더기
“라면에 국물만 있고 건데기는 하나도 없네.”라는 문장에서 잘못된 곳은 어디일까요? 흔히 ‘국이나 찌개처럼 국물이 있는 음식 속에 들어 있는 국물 이외의 것’을 가리킬 때 ‘건데기’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건더기’가 올바른 말입니다. ‘건더기’가 ‘건데기’가 된 것은 ‘ㅣ모음 역행’ 동화의 영향이지만 ‘건데기’는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건더기’는 “변명할 건더기가 없다.”나 “그 일로 나에게는 아무런 건더기가 생긴 것이 없다.”와 같이 ‘내세울 만한 일의 내용이나 근거’나 ‘노력을 들인 대가로 들어오는 것’ 등을 속되게 이르는 경우에도 사용합니다.
나름과 나름대로
“그것도 나름 괜찮은데.”라는 문장에서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 흔히 ‘나름’을 부사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름’은 “그 됨됨이나 하기에 달림”을 뜻하거나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방식이나 그 자체”를 뜻하는 의존명사로서 부사처럼 사용하지 말고 반드시 조사와 함께 사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나름이다’, ‘나름의’, ‘나름대로’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불어와 프랑스 어
‘불어’는 붙여 쓰지만, ‘프랑스 어’는 띄어 써야 합니다. ‘서해’는 붙여 쓰지만, ‘카리브 해’는 띄어 써야 합니다. 대체로 외래어와 결합한 말들은 띄어 쓰면 됩니다. 그렇다면 ‘돼지고기’와 ‘쇠고기’는 붙여 쓰는데, 왜 ‘멧돼지 고기’와 ‘토끼 고기’는 띄어 써야 하는 걸까요? 또 ‘은행잎’과 ‘콩밥’은 붙여 쓰는데, 왜 ‘오동 잎’과 ‘연잎 밥’은 띄어 써야 하는 걸까요? 조금은 억지스럽지만 사용 빈도를 따져 구분하면 됩니다. 많이 사용하는 말일수록 붙여 쓰면 됩니다. 그런데 ‘큰돈’은 붙여 쓰고, ‘작은 돈’을 띄어 쓰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단지 돈의 물리적인 크기만을 의미할 때는 ‘큰 돈’이나 ‘작은 돈’처럼 띄어 쓰면 되고, 액수가 많고 적음을 의미할 때는 ‘큰돈’이나 ‘적은돈’처럼 붙여 쓰면 될 텐데…… 아직은 그렇게 쓸 수 없습니다.
-로서와 -로써
여러분 옆에 있는 동료와 마음이 잘 맞을 때, “그 사람은 동료로써 참 좋아요.”라고 말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동료로서’라고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로서’는 지위나 신분 또는 자격을 나타낼 때 쓰는 조사지만, ‘~로써’는 어떤 일의 수단이나 도구를 나타낼 때, 또는 어떤 물건의 재료나 원료를 나타내는 조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로서’와 ‘-로써’는 문맥의 의미를 고려하여 자격인지 수단인지 구별해서 써야 합니다.
첫댓글 제가 이렇게 전리해 보면서도 너무너무 어렵다는 생각......
생각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