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으로 옮겨오고 이런 저런 일 핑계로 카페에 글도 남기지를 못했습니다.
<정겨운 이야기>란을 주욱 훑어보니 참 오랫만인 것 같습니다.
뚜렷한 일이 있어서라기 보담 그냥저냥 소식이라도 전해야겠다는 소박한 맘으로 글을 올려 봅니다.
큰놈은 군대가고 작은놈은 재수를 한답시고 서울로 올라가 있고, 해서 아내와 단둘이 단촐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단순한 일상. 말그대로 밥먹고 출근하고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고 배우고 퇴근해서 저녁먹고 잠자는 일의 반복입니다.
소소한 일상이지만 몇가지 생각키우는 일은 버스로 출근하다보니 깜박잠을 잘 수 있어 좋고
스쳐가는 버스창밖으로 푸르러 가는 나무들을 무심하게 보는 즐거움도 있군요.
오고가며 잛으나마 걸을 수 있는 시간은 지복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느새 봄은 다가고 초여름이 되었습니다.
처음 생소한 옥천으로 왔을 때 학교 뒤로 나트막한 산,
산이라고 하기보담 능선에 가까운 곳이 있어 학교 생활 짬짬이 올라가보겠다고 맘을 먹었는데
시간도 나지 않고 해서 미루다 가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가보니 좀 실망스럽더군요.
길도 없고 숲도 엉성하고 무엇보다 골에 왠 개장사가 진을 치고 있어 아우성치는 개소리와 냄새가 산책을 방해합니다.
철망에 갇혀 사나운 눈과 겁먹은 개들을 보니 개운치 못하고 기분이 더욱 상합니다.
학교생활은 시골이 더욱 경쟁 경쟁 일변도 인 것 같습니다.
교육지원청(?)의 닦달과 채근이 사사건건 간섭을 하는 지경으로 학교생활은 숨쉴틈없이 팍팍하고 께름찍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그 틈바구니에서 악다구니를 쓰며 노력을 해봅니다.
아이들은 또 그 아이들답게 소박한 면이 있고 재미있는 면도 있습니다.
말썽쟁이들이야 어딜가나 있고 그 말썽꾼들과 이리저리 부닥치며 싸움 속에 정이 들기도 합니다.
담임을 맡지 않고 순회를 나가다보니 담임처럼 학생들과 밀착되지 않고 스치듯이 수업만 하다보니
좋은 면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습니다. 선입견없이 모든 학생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수업 순간순간을 순간으로 즐길 수 있기도 합니다. 편안하고 고민없는 관계라고 할까요.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내면 깊숙히 제마음이 가 닿지 못하는 면이 있고 그런게 좀 거시기 하긴 합니다.
두서없이 쓰고 두서없이 마무리 합니다. 점심시간이 다 끝났군요.
순회학교에- 옥천여중- 와서 짬을 내서 써 봅니다. 다들 건강하시고 한번쯤 뵙기를 희망합니다.
멀리서 힘찬 응원과 격려를 보냅니다. 창천!
첫댓글 이런, 이제서야 글을 보게되네요. 출퇴근의 장면이 심플한 표현에 담겨 좋군요. 그 가운데 학교의 현재하는 위기가 그 구성원들을 밖으로 눈 돌리게 하는 것도. 그래봤자 또 안팎이 닮은 세상도. 가끔 들여다 보겠습니다. 하현님.
선생님의 소박하고 담담한 일상이 눈에 보이는 듯 하네요...^^
옥천에 잘왔어. 을매나 외로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