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성지순례
성지순례, 나에겐 잊을 수 없는 거룩한 시간들이다.
옛 본당 신부님과의 인연으로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 111곳을 10년 동안 두 번이나 순례를 마친지도 이미 오래다.
이젠 마음은 있어도 발이 없고, 기력마저 예전과 달라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다.
금년 4월은 나에게 특별한 달이다.
대전교구 카렌다에 있는 4월,
‘대흥봉수산 순교성지’의 사진과 순교 내력이 요약되고,
성지순례를 인도해준 신부님이 그곳에 계시며, 마르코 축일(4/25)이 그때이기 때문이다.
4월 23일(토),
대자 요셉에게 부탁해 신부님도 뵙고, 미사도 봉헌하고 싶어 그날로 정했다.
성지 자매님 두 분은 독서와 성가, 참석자는 우리 둘, 그리고 미사 집전의 신부님
왠지 코끝이 찡해오는 마음만큼 거룩한 미사였다.
신부님은 대상포진 후유증으로 핼쓱하셨고,
준비해간 만두로 점심을 먹으며, 그리움에 절여진 이야기로 정담을 나누었다.
성지, 허허벌판 빈터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약7년의 역사
이젠 커페 건물까지 지으시어 10여점의 레지나 작품사진도 증정해드렸다.
오후 시간엔 황무실, 원머리, 공세리, 남방재 성지 등을 순례했다.
‘황무실 성지’(충남 당진)는 개정된 책자에 처음 등재된 곳이라 나에겐 생소했고
원머리와 남방재 성지는 옛 모습 그대로
공세리 성지도 그랬으나, 4월의 꽃은 만발해 은총의 꽃향기가 사방에 가득했다.
세속의 그리움인들 이것과 무엇이 다를까?
성령으로 전해지는 신부님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그리움
순례자의 발걸음은 왠지 가볍고도 무겁다.
4월은 이래서 잔인한 달이라고 부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