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시집 {너의 서쪽은 나의 동쪽이 된다} 출간
이용우 시인은 1960년 충남 예산에서 출생했고, 2023년 {애지}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시원문학회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용우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인 {너의 서쪽은 나의 동쪽이 된다}는 ‘나와 너’, ‘인간과 인간’, ‘적과 동지’, ‘선과 악’, ‘남과 여’, ‘좌익과 우익’ 등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극복하고, 그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시선을 통하여 이 세상의 사랑과 믿음과 행복을 추구하게 된다.
“詩는 본디 그 짧음이 격格이고 맵시다”라는 신념과 시론에 따라 그의 언어는 인간과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시금석試金石이 된다. “용서하시라!/ 李가/ 이 도둑놈을”([시인의 말]), “칼을 주시오// 명예名譽의 길/ 막혔다면/ 찢어 트고”(⌜수상手相⌟}, “한 알의 도토리,// 그 안에/ 떡갈나무/ 서/ 있다”(⌜떡갈나무⌟) 등의 시구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시는 불이고, 활화산이고, 천지창조의 신호탄이다.
너와 내가
마주 바라볼 때
너의 왼쪽 눈은
나의 오른쪽 눈을 본다
너의 서쪽은
나의 동쪽이 되고
그 사이에 섬이 있다지
너에게 슬픔의 달이 떠오르면
나에게 있는 해의 밝음을
전해주려니
내 은빛 그리움도
물이랑 따라
야자수 해변으로 가리라
너는
어느 봄꽃으로 마중할까?
-⌜너의 서쪽은 나의 동쪽이 된다⌟전문
너와 내가 주제에 헌신적으로 개입하면서 상상의 울림이 증폭되고 있다. “너와 내가/ 마주 바라볼 때/ 너의 왼쪽 눈은/ 나의 오른쪽 눈을 본다” 처럼 대상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며 서로의 관계를 소통시킬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너의 서쪽은/ 나의 동쪽이 되고// 그 사이에 섬이 있다지”라고 시인의 내밀한 고백이 시각적 회화성을 통해서 사랑을 노래한다. 섬이라는 절묘한 배치로 낯선 것을 익숙하게 그려내며 시인의 철학이 저공 비행하고 있다.
날 저물면
고향 가고 없다
둥근 멍석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얘기꽃 피우다
날새니
타향이구나
-⌜꿈에 간 고향⌟ 전문
시인의 고향은 예산이다. 어릴 적 뛰어넘던 지지랑물이 생각난다고 했다. 고향을 떠난 지 오래지만 꿈에서도 그리는 고향이다. 서정의 바탕 위에 그려진 고향은 향수다. “날 저물면/ 고향 가고 없다”며 꿈속 여행을 시작했던 시인은 “얘기꽃 피우다/ 날새니 /타향이구나 ‘ 라며 꿈에서 깬 것을 아쉬워한다. 독백적 화법이 몽환적으로 그려지면서 고향에서의 옛 추억을 되짚어 보고 싶어 하는 시인의 간절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한 알의 도토리,
그 안에
떡갈나무
서
있다
-⌜떡갈나무⌟전문
한 알의 도토리를 통해서 나무를 들여다보는 시인의 시력을 읽는다. 떡갈나무에서 후드득 떨어져 산짐승의 먹이가 되고 숲이 되고 오전의 그림자를 오후로 넘기며 기록했을 숲의 내력을 상상해 보는 일, 한 알의 도토리에 담긴 새의 노래와 구름의 전언과 숲의 수런거림을 동글동글 굴려 보았을 시인, 도토리 안에 떡갈나무 서 있다는 이미지 변환과 이야기 변환이 함께 어울어지면서 나무의 근원을 찾고자 하는, 사물적 감각이 확보되고 공상적인 풍부함이 시의 풍미를 더한다.
詩의 이정표를 세우고 달려가는 길 위에서 시인은 많은 것을 만나고 경험하게 된다. 시인의 말들은 순수하고 맑다. 풀치는 목소리와 같이 순우리말을 작품 곳곳에서 만나게 되고 절제된 언어와 문장으로 시를 짓고 있다. 시집의 전체적인 구성을 보면 의식 속에 울림의 힘이 있고 수사의 정확성과 마주하게 된다. 문장이 단순 묘사로만 사용된 부분이 없고 수사 자체가 주제로 동화되고 있다. 이야기의 주제가 직선으로 흐르면서 집중력이 있고 언어의 근육질이 단단하다, 문패도 없는 시인이라고 말하는 그가 흘러가는 평택 강물처럼 쏟아낸 주옥 같은 시편들 중 「너에게」를 옮겨 적으며 시평을 마친다.
그대
떠난 날
달보고
울다
낮달도 보았다
---이용우 시집 {너의 서쪽은 나의 동쪽이 된다}, 도서출판 지혜, 양장, 값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