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비둘기의 러브 스토리
영국에서 어디를 가나 흔히 볼수 있는 새가 비둘기이다. 우리나라 멧비둘기보다 덩치가 크고 우는 소리도 우렁차다. 정원과 가든으로 둘러싸인 집 주위를 멀리 벗어나지 않고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간다. 우리나라의 참새와 비슷하게 흔하게 접하는 텃새로 보면 된다. 색깔은 집비둘기처럼 약간 회색을 띠고 목줄기에 흰색 털을 감고 있다. 언제 어디를 가나 큰 소리로 울어대어 눈에 잘 띄고 사람이 다가가도 별로 겁도 내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기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집 주변에 나무나 숲이 많은 영국의 주택가이다 보니 집집마다 비둘기가 없는 집이 별로 없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시끄럽게 울어대고 똥을 싸대고 번개처럼 날아 다닌다. 정원 텃밭에 심은 채소를 망으로 덮어 놓아도 뚫고 들어와 씨앗부터 새싹까지 남겨두지를 않는다. 그래도 크게 탓하거나 야속하게 생각하지 않고 또 뿌린다.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동물로 생각하지 유해 조수로 여겨 위협을 가하지는 않는다. 모기 같은 곤충도 없어 무엇을 먹고 사는지 모르지만 새들에겐 천국임에 틀림없다.
우리 딸아이 집에도 두 쌍의 비둘기가 둥지를 틀었다. 하나는 집에 붙은 등나무 시렁위에, 또 하나는 바깥 정원에 있는 벚나무 가지에 둥지를 짖고 포란에 들어갔다.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는데 시간도 정확하고 정성도 지극하다. 정확하게 교대하고 멀리가지 않고 집도 잘 지킨다.
정원에 마주한 콘솔시스템에서 지내는 나는 유리창 너머로 놈들의 행동거지를 보기 싫어도 볼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창 너머로 날아다니는 모습이 신기하여 쳐다보다가 밤낮으로 시끄럽게 굴어 신경을 곤두 세 울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그 꼴이 점점 가관이다. 재미도 있어 카메라에 망원을 끼워 들고 며칠을 기다려 자세히 관찰을 해보니 그 사랑놀이가 보통이 아니다.
특히 요즈음에는 번식기에 들어섰는지 이놈들의 사랑싸움이 장난이 아니다. 어떤 날 밤은 콘솔의 지붕에서 하도 난리를 쳐 잠을 깬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두두두두 하는 소리가 소나기 쏟아지는 소리보다 더 요란하다. 지붕이 날아가도록 격렬한 애정 행각을 벌린다. 암놈 한 마리에 수컷이 두, 서너 마리쯤 대들면 그 때는 사생결단이다. 괴성에 물고 뜯고 퍼덕이며 승패가 가려져야 끝이 난다. 그러다 한 놈이 이겨 암놈과 짝짓기를 끝내면 다른 놈은 옆 나뭇가지에 앉아 패배를 시인하고 체념의 날갯짓을 한후, 다른 짝을 찾아 떠난다. 나는 동물의 러브 스토리가 이렇게 리얼한지 비둘기를 통해서 처음 알았다. 오늘 저녁도 시끄러워 잠을 설칠 것 같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니까.
이 잘 생긴 놈이 영국 비둘기이다. 숫놈인데 주변의 암놈을 탐색 중이다.
앞 집 지붕위에서 기다리는 암컷을 만나 조우한다.
한참을 서로 지켜보며 눈을 맞춘 비둘기는 드디어 입맞춤에 들어간다.
포옹은 없었지만 주둥이를 부딪치며 격렬한 입맞춤을 여러 차례 계속한다. 사랑이 넘친다.
왼쪽이 암컷이고 오른쪽이 숫컷이다. 오랜 입맞춤 뒤에 쳐다보는 눈길이 뜨겁다.
다시 또 한차례의 입맞춤이 시작된다. 야생조수인 비둘기들의 입맞춤을 나도 처음 본다.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드디어 짝짓기에 들어간다. 암놈은 납짝 업드린다. 신이 조화로다.
숫놈이 날개를 퍼득이며 환희를 부른다. 암놈도 만족했나 모르겠다.
짝짓기가 끝나고 내려온다. 바로 날라갈 줄 알았는데 아니다.
암놈은 먼저 돌아섰지만 숫놈이 아쉬운지 다시 추파를 던진다.
잠시후 암놈이 다시 돌아서고 거세게 입을 맞추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서로 눈을 마주보고 다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부족했는지 한번 더 짝짓기를 한다.
이제 만족했는가 보다. 서로 제 갈 길을 향해 떠날 채비를 한다.
등을 돌리고 다른 길을 탐색한다. 다시 만날 약속은 했나 모르겠다.
옆 집 지붕에선 싸움에 져 암컷을 빼앗긴 수컷 한마리가 안타깝게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암컷이 알을 낳았나 보다. 포란에 들어간다.
수컷도 교대를 해주러 자주 집에 들린다. 사랑은 아름답게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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