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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티베트 새해 인사 ‘따시 로싸르’
그레고리 양력으로는 이미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아직 푸른 말의 설날은 다가오지 않았다. 서양에는 없지만, 음력문화권에는 12동물의 ‘띠’로 한 해를 표시하는 뿌리 깊은 관습이 있어서, 심지어는 마치 인간이 자기가 태어난 해에 해당되는 동물처럼 살게 된다는 숙명론에서 빠져 살기도 한다.
그런데 왜 하필 12년인가? 대답은 목성(木星)의 공전주기 때문이란다.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크고 인력이 강하다. 그렇기에 지구별에도 영향을 끼치기에 예부터 목성을 세성(歲星)이라고 불렀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올해의 목성의 위치는 지구별을 중심으로 보면 정남방향의 정오(正午)에 있다. 정북의 자정(子正)의 반대되는 시간이기에 우주의 기운이 가장 활동력이 왕성한 대낮이며 한 해라는 것이다. 더구나 10간의 첫째인 갑(甲)까지 접두사로 겹쳐 있으니 그야말로 올해의 운세는 탄도치마(坦道治馬)인 셈이다.
쥐, 소, 토끼 같은 12종류의 동물의 상징을 12지에다 결부시켜 이른바 ‘띠’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생각보다 그리 오래지 않다. 동한(東漢)의 철학자인 왕충(王充, 27~97)이 쓴 ‘논형(論衡)’에 의하면 그 시기는 대략 기원 후 150년쯤이 된다고 한다.
설역고원(雪域高原), 티베트도 올해는 말띠이다. 그러나 그들은 ‘10간(干)’ 대신에 ‘5행[火·水·木·金·土]’을 부치고 또한 앞에 따로 음양을 교차시켜 사용한다. 그래서 올해는 ‘남성-나무-말(Men-Wood-Horse)’ 띠에 해당된다. 그들의 만세력은 우리와 차이가 있는데, 우리가 100년을 1세기로 하듯이 그들은 60년을 ‘1랍중’이라는 주기를 사용한다. 인간들의 수명 단위인 60갑자와 같은 시간단위로 서기 1987년부터 60년이 되는 2047년까지가 17랍중에 해당된다. 그리고 해를 표시하는 ‘로[年]’를 더 붙이기에 티베트력으로 올해는 2141년(988년)/17랍중/28로이다. 이런 용어는 처음에는 좀 낯설어 보이지만, 원리만 이해하면 의외로 간단하다. 그러니까 내년은 2142년(989년)/17랍중/29로/나무(木,Wood)/여성/양/나무-양(Wood-Sheep)이 되는 것이다.
이런 역법의 기점은 왕통사적으로는 토번왕조의 전신인 얄룽왕조의 초대왕인 냐티짼뽀가 왕국을 세운 기원전 127년을 원년으로 한다고 한다. 또 한편 불교사적으로는 인도 후기불교 시대에 성립된 티베트불교의 소의경전인 ‘깔라짜끄라 딴뜨라’의 원년을 기준 삼아 이때부터 제1랍중이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티베트의 정월은 ‘다와[月]탕뽀[大]’라고 부르며 올해 티베트의 ‘로싸르’, 즉 설날은 양력 3월2일이다. 평균적으로 우리의 음력설[1월31일]과 앞서가니 뒤서거니 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특별히 한 달이나 차이가 난다. 아마도 윤달이 끼어 있어서인 듯하다. 특히 그들은 우리 북방불교에는 없는 개념이 있는데 말띠해가 석가붓다께서 태어난 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가슴 설레며 설날을 기다리고 있다. 예를 들면 수미산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성산 카일라스를 순례하는 ‘꼬라’행위도 올해는 12배의 공덕을 얻는다고 해서 전 세계에서 순례객이 쇄도할 예정이라는 식이다.
나라마다 새해인사에는 그 민족의 으뜸가는 덕목이 표현되기 마련인데, 그들은 “따시 로싸르!”라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온 누리 뭇 중생들에게 행운과 행복을 기원한다.
물론 티베트인 대부분은 그들의 전통적인 새해인 티베트력 ‘로싸르’를 가장 큰 명절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망명생활을 시작한 지 50년이 된 오랜 세월 서구나 인도의 영향을 받은 젊은 세대들이 마치 우리처럼 양력의 첫날을 점차적으로 설날로 인정하는 추세다. 그들마저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고 서구식 현대문명에 물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기도 한다.
특별히 기운이 왕성한 말띠해를 맞이하여 아름답고 순결한 국토와 주권을 잃고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티베트민족에게 특별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하고 기원해본다.
2. 닮은꼴인 한국과 티베트 민속
스스로 ‘뵈’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대설산 뒤에 숨어있던 ‘눈의 고향-강쩬’ 티베트는 지리적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불교를 수용하여 독특하고 찬란한 문화를 가꾸어 왔다. 나아가 몽골족이 중원에 세운 원(元)나라를 통해 수천수만리 떨어진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대륙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
한 세기란 짧지 않은 기간, 이른바 ‘몽골풍’ 또는 ‘호풍(胡風)’이란 이름으로 불어왔던 ‘티베트바람’은 혈통적 친근감으로 인해 이미 오래전에 ‘우리 것’으로 토착화되어 현재로서는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현재 우리 불교와 민속 안에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티베트적인 요소가 내재되어 있음이 점차로 밝혀지고 있다. 대충 열거해보자면, 불교의식 때 흔히 사용하는 “옴마니반메훔” 같은 밀교적 진언, 금강령, 만다라와 걸개용 탕카식 탱화, 범종, 단청, 산개, 마니륜통(摩尼輪筒), 금고(金鼓)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외 먹을거리로서는 미수가루, 육포, 순대, 만두 등과 입을 거리로는 색동문양, 처용무, 승무, 탈춤 등에 사용되는 가면들과 의상들과 민간설화로는 ‘나무꾼과 선녀’ 같은 ‘알타이설화’ 등이 티베트적인 요소이다.
예를 더 들어보면 우리 달력으로는 양력, 음력 설날과 정월보름까지 막 지났지만, 아마도 올해는 윤달이 끼어 있어서 그런지 티베트력으로는 ‘양(陽)-나무-말(Men-Wood-Horse)’ 해에 해당되는 설날은 오는 3월2일이다. 그런데 그들의 새해맞이가 섣달 그믐날부터 시작된다는 것과 그 풍속이 우리와 너무 같아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설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 그들은 먼저 집안 안팎을 깨끗이 청소한 다음 대문과 담벼락에 ‘짬빠[밀보리]가루’로 만(卍)자와 같은 길상문양을 그려서 액으로부터 집안을 보호한다. 이윽고 외지에 나가있던 식구들이 오랜만에 집으로 들어오고 저녁이 되면 온가족들이 모여 앉아 ‘고꾸’라는 고기만두를 빚는데, 이때 그 중 몇 개 속에는 돌멩이나 고춧가루 같은 고약한 이물질을 집어넣고는 표시나지 않게 봉하고는 일반만두와 함께 찐다. 그리고는 둘러앉아 먹는다. 이 때 재수 나쁜 사람 한두 명은 이것을 깨물게 되는데 이 때 나머지 식구들은 자신이 액을 면했다고 기뻐하면서 무척 즐거워하며 그 재수 없는 사람에게 달려들어 벌칙을 가한다. 그리고는 전통 민속놀이를 하면서 즐겁게 밤을 지새운다. 이 때 잠을 자는 아이들에게는 눈썹이 하얗게 변한다는 식의 겁을 주기도 하는 것도 거의 우리의 그것과 같아 흥미롭다.
이윽고 새해 첫날이 되면 집집마다 마당에다 측백나무가지를 태워 연기를 자욱하게 피우고는 하얀 가루를 하늘 높이 세 번 뿌리고 ‘창[막걸리]’을 세 번 튕겨서 하늘과 땅과 물의 신들에게 풍년을 기원한다. 말하자면 우리의 ‘고수레’인 것이다. 그리고는 ‘체마’라는 아름답게 치장한 나무상자를 들고 손님을 맞이한다. 이 속에는 오곡과 과자 그리고 짬빠가루가 담겨 있다. 이때 상대방은 이 가루를 집어서 사방에 뿌리면서 ‘따시 로싸르!’라고 새해맞이 인사를 하면 집주인도 같은 말로 화답하고 ‘가닥’이란 의식용 목도리를 상대방 목에 걸어주면서 축복의 기도를 한다. 이어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고 마시며 그렇게 집집마다 방문하며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먹고 마시며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다음날부터는 온 동네사람들이 모여 ‘따르족’이라는 108장 단위로 묶은 오색 기원의 깃발을 지붕위로부터 산마루턱, 동구, 나루터, 신목 등 곳곳에 거는 것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去年新年皆是夢/가는 해 오는 해 다 이 꿈속 일인데
今日此身是甚麻?/오늘의 이 놈은 이 뭣인고?
3. 티베트인들 절규 “뵈 랑쩬”
3월2일은 티베트의 설날인 ‘로싸르’이다. 희망찬 목 말띠 해[Men-Wood-Horse]가 막 시작하면서 티베트인들의 소신공양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티베트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은 올 한해 얼마나 많은 목숨들이 소신공양으로 인해 한 송이 불꽃으로 화할 것인가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다.
2014년 2월13일 ‘캄’이라 부르는 동부티베트 암도 아바현에서는 끼르티사원 승려였던 25살의 롭상도르제가 중국의 티베트정책에 항의하며 분신했다. 그는 분신 직후 중국 공안당국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일 뒤인 2월16일 끝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2월5일 팍모 삼둡이란 27살 청년이 칭하이성 황난 티베트자치현에서 분신한 후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다. 2009년 이후 해마다 숫자가 늘어나 합계로는 현재까지 127명이 분신했고 그 중 108명이 사망했다.
분신 직전 소신공양자들의 한결같은 마지막 외침은 모두 ‘뵈 랑쩬’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뵈’는 티베트를 일컫는 자칭대명사이고, ‘랑쩬’은 자유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티베트의 자유와 독립(Tibet free)’을 기원한다는 뜻의 구호로도 쓰인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귀중하다. 그런데 이런 보도를 접할 때면 안타까움과 더불어 여러 가지 상념에 젖고는 한다. 조국을 빼앗겼다고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불살라 버릴 정도로 그들의 삶이 순교자이고 애국적인 걸까. 아니면 맹목적으로 세뇌된 것일까.
이런 분신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전 세계의 시선은 14대 달라이라마에게로 몰린다. 달라이라마는 분신에 대해 깊은 유감과 연민을 자주 표명해왔다. 그렇지만 공식적 보도로는 “분신자살을 장려하지도 비난하지도 않았다. 분신자살은 티베트인들에게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게 한 강경노선의 중국 지도자들이 일으킨 것이며 그들은 이를 막을 책임이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말에는 “분신은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뉘앙스가 풍긴다고 해서 양면 공격을 받고 있다. 중국당국은 이 같은 달라이라마의 발언을 두고 분신사태를 뒤에서 조종하고 부추기고 있는 증거라고 연일 악선전하고 있다. 일부 휴머니스트들도 분신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달라이라마가 비인간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올해로 팔순을 바라보는 달라이라마 어깨에 너무 힘겨운 짐이 실려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티베트 설날인 3월2일 달라이라마는 55년째 맞는 망명생활 중 처음으로 인도가 아닌 외국에서 보냈다고 한다. 아마도 지난 2월21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의 백악관 면담 후 미국의 순회 법회 중의 일련의 행사 때문일 것이다.
이국만리 타향에서 맞이하는 설날은 누구에게나 쓸쓸한 일이고 이는 달라이라마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면담 때 달라이라마는 “티베트는 독립을 추구하지 않으며 중국정부와 대화를 재개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이 화답하기를 “티베트의 고유한 종교와 문화, 언어, 중국내 티베트인들의 인권 보호를 강력하게 지지한다” 는 뜻을 재차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달라이라마의 “중도(Middle Way) 접근 방식을 지지한다”는 뜻도 표명했다고 한다.
그러자 중국정부는 이 만남과 관련해 ‘내정간섭’이라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뿐만 아니라 미·중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 받을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했다고 한다.
중국정부가 말하는 내정간섭이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종교와 정치를 구분하는 중국정부의 대국적인 자세가 절실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4. 천마도와 바람의 말
지난 4월1일 해양실크로드 프로젝트 발대식에 참석하려 경주에 갔다. 행사가 끝난 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천마(天馬), 다시 날다’ 특별전에 들렸다. 41년 만에 새로운 ‘천마도’가 공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래 전 경주고분군에서 6세기의 금관과 말 그림들이 출토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 후 이 고분은 국보 207호로 지정되어 천마총이라 명명되어 그간 일반에게도 공개되면서 또 하나의 답사코스로 자리 잡았다. 특별전시실 안에는 모두 3점의 천마도가 전시 중이었다. 그 중 하나는 우리가 그동안 보아오던 것이고 나머지 2점은 보존처리과정을 거쳐 이번에 처음 공개된 것이라고 한다.
1973년 경주관광개발계획의 하나로 가장 큰 고분인 98호분 ‘황남대총’을 발굴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무모한 계획이 진행됐다. 그러나 고분을 정식으로 발굴해 본 경험이 없던 고고학계로서는 거대한 고분을 자체적으로 발굴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격론 끝에 우선 그 옆에 있는 작은 155호분을 먼저 시범적으로 발굴하기로 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그 속에서 금빛 찬란한 금관을 비롯해 당시 우리나라에서 처음 출토되는 말 그림 몇 장과 6세기 무렵의 귀중한 유물 1만여 점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흔한 말로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말 그림의 공식명칭은 ‘천마도장니(天馬圖障泥)’다. ‘장니’는 말을 탄 사람의 옷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에 매달아 늘어뜨리는 마구(馬具)로 ‘말다래’라고도 한다. 자작나무 껍데기를 여러 번 겹친 뒤 이를 누벼서 판을 만들고 이를 치장하기 위해 하늘을 날아가는 흰색 말과 붉은색 갈색 검정 덩굴무늬를 장식하였다.
원래 발굴 당시 천마총에서는 3쌍의 말다래가 출토됐다. 그 중 가장 보존상태가 좋았던 작품이 국보로 지정됐고 나머지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새로운 보존처리와 복원과정을 거쳐 자작나무로 만든 것과 대나무로 만든 것을 공개했다. 그중 한 점은 얇은 대나무살을 엮어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크고 작은 금동판을 붙여 천마를 표현했다. 3차원(3D) 스캔과 X선 촬영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과학적 고고학 발굴의 획기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과연 이 새로운 ‘천마도’ 역시 신령스러움이 감돌고 있었다. 비록 앞 다리부분이 복구되지는 못했지만 구만리 하늘을 나는 듯한 힘찬 기상을 엿볼 수 있어 ‘천마, 다시 날다’라는 특별전의 주제와도 잘 어울렸다. 크게 벌린 주둥이에서는 온 누리를 진동할 포효가 울려나오는 듯했다. 뒷목에 곧게 뻗은 갈기와 힘차게 휘젓는 꼬리에서는 허공을 가르는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금빛과 푸른색이 감도는 색조는 유명계의 신령스러움이 은은히 배어나오는 듯 생동감 넘쳤다.
천마라고 하면 ‘하늘을 나는 날개 달린 말’이다. 천마는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의 개국신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바로 백마 한 마리가 하늘로 올라갔고, 그 자리에 있던 알을 깨보니 광채가 나는 사내아이가 태어났다는 이야기이다. 이른바 천강설(天降說)과 난생설(卵生說)이 조합된 개국설화로 유목민족이 농경민족으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개국설화이다.
이처럼 천마는 신라 사람들에게 매우 신성한 존재였다. 고구려 고분의 벽사용 사신도와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 바로 영혼을 실어 나르는 무마(巫馬)이다.
그러나 시야를 넓게 보면 티베트의 오색깃발에 문양으로 찍어 내는 ‘바람의 말[風馬旗]’과도 연결된다. 무덤의 주인공을 온갖 치장을 한 말 잔등에 태워서 바람을 타고 날아서 조상들의 나라인 하늘나라로 올라가게 하려는 기원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5. 티베트의 부처님오신날 ‘싸가다와’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어린이날 다음날인 5월6일이었다. 그런데다 징검다리 황금연휴까지 겹쳐있어 온 나라가 놀자판에 빠져있을 법도 하건만, 세월호참사의 여파 탓인지 예정되었던 축제들이 취소되는 등 자못 성숙한 분위기에서 차분하게 지나간 것 같다. 그러나 티베트의 경우는 우리와 다르다. 올해가 12년 만에 돌아오는 말띠해이기 때문이다. 티베트민중들이 벌써부터 들떠 있는 분위기여서 그에 따라 중국 공안당국의 촉각도 예민한 상태라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티베트력으로도 올해는 말띠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남성-나무-말(Men-Wood-Horse)’에 해당된다. 티베트인들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탄생한 해가 말띠해라고 인식하고 있다. 또한 유명한 음유시인이며 밀교성자인 밀라레빠(1052~1135)가 성산 카일라스를 토착종교인 뵌뽀교로부터 되찾아온 해도 말띠해라고 알고 있기에 특별히 의미를 확대 해석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올해 카일라스를 도는 순례행위, 즉 꼬라행위는 보통해의 12배 공덕이 있다는 식이다.
티베트에서의 불탄일은 우리와 달리 4월15일이어서 올해는 양력으로 6월13일이 된다. 티베트의 불탄일 행사는 날짜와 규모 면에서 우리와 많이 다르다. 티베트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성도일과 불탄일 그리고 열반일이 모두 4월에 몰려 있다는 것을 강조하여 4월 한 달을 통째로 축제기간으로 지정, ‘싸가다와(Saga Dawa, 薩嘎達瓦節)’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불탄월(佛誕月)’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싸가’는 석가모니를, ‘다와’는 달(月)을 뜻한다. 그래서 4월 달 전체를 성스럽게 여겨서 금욕생활에 들어가며 공덕을 쌓고 보시를 행하는 등 여러 가지 방편으로 불탄의 의미를 기린다.
싸가다와의 불꽃은 티베트 민중들의 가슴속에서 4월 한 달 내내 꺼지지 않고 밝은 빛을 발하지만, 올 싸가다와 축제의 최고의 절정은 수미산이라고도 불리는 성산 카일라스에서 거행된다. 오색의 기원 깃발인 ‘다르촉(經幡)’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높이 25m ‘타르보체(Tarboche)’라는 거대한 기둥을 12년 만에 새로 교체해서 세우는 이벤트가 열리기 때문이다.
카일라스는 불교뿐만 아니라 힌두교, 자이나교 그리고 티베트 전통종교인 뵌뽀교에서도 숭배하는 성산이다. 이 산에는 ‘산돌이-꼬라’라고 불리는, 산을 둥그렇게 둘러싼 순례용 길이 있다. 56km에 달하는 이 길은 해발 4675m에 위치한 베이스 캠프격인 다르첸 마을에서 시작해 중간에 5620m 높이의 될마라 고개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결코 만만치 않다. 티베트인들은 카일라스의 꼬라를 평생 꿈으로 여기는데, 꼬라를 세 번 돌면 전생의 업까지 소멸되며 108번 돌면 열반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다.
드디어 4월15일 사시(巳時)가 되면 서쪽 순례길 입구인 강니초르텐 근처에 수만 명 순례객들이 운집한 가운데 수십 명의 승려들이 행사장으로 들어와 경전을 낭송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수백 명의 장정들이 달려들어 바닥에 눕혀져있던 기둥을 묶은 수천수만 장의 오색깃발이 달린, 수 십 가닥의 줄을 사방으로 팽팽하게 당겨서 수직으로 세운 다음, 둥근 원형으로 고정시킨다.
승려들이 기둥 아래 부분에 성수와 티베트 전통 술인 ‘창’으로 축복의 세례를 하고나면 다음에는 순례객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역시 창과 흰색 ‘짬빠’ 가루를 하늘에 뿌리는 난장판이 연출된다. 물론 이때 나팔과 징과 북 같은 여러 가지 악기들이 요란하게 분위기를 돋우며 거창한 싸가다와 행사의 회향을 알린다.
6. 달라이라마 방한 불가능한가
5월19일. 서울 BTN에서 달라이라마 성하의 방한을 추진하는 모임이 열렸다. 아마도 8월로 예정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일종의 동기부여가 되면서 그 동안 지지부진하던 문제를 한번 점검하자는 인식이 교계 내외에 팽배해진 탓으로 보인다.
교황의 방한은 1984년, 1989년에 이어 벌써 세 번째이다. 그런데 이번 교황방문은 가톨릭교계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교황청 인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해 이뤄졌다고 한다. 나아가 최근에는 국무총리가 나서서, 국가적 차원에서 교황의 방한을 돕겠다고 거들었다고 한다. 헌법으로 종교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된 나라에서 벌어진 종교차별 사례의 결정판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과거 정부들은 달라이라마 방한 문제에 대해 편파적인 태도를 넘어 거의 행패를 부렸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우리나라에 입국하는 것도 아니라 다만 인천공항을 경유하는 것도 못하게 했다는 것은 세계 최고의 평화적인 인물을 마치 위험한 전염병보균자처럼 취급한 것과 다름이 없다.
달라이라마가 어떤 인물인가? 현재 달라이라마의 위상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적지 않지만, 그중 한두 가지를 꼽으라면 2002년 독일 언론이 설문조사가 우선 떠오른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에 1위가 달라이라마였고 교황이 2위였다. 그런데 당시 교황이 독일출신이란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리나라 불교계 내외에서 벌써 10여년 전부터 거의 매년 달라이라마의 방한문제를 추진해왔지만 역대 정권마다 번번이 비자발급을 거절했다. 물론 정부가 명확한 이유를 밝힌 적은 없지만 흘러나오는 논평에 의하면 정치적·경제적 요인을 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다른 요인이 도사리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물론 그 근본 요인은 대부분 기독교측 인사들로 채워져 있는 정부와 정치권의 구성 때문이고, 그 다음은 불교계의 소극적인 태도 및 ‘제 밥그릇 챙기기’를 염두에 둔 태도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점을 숨길 수 없다.
‘뵈랑쩬-Free Tibet’을 외치며 스스로의 몸을 소신공양을 한 분신자가 벌써 118명에 접어들고 있는 요즈음 지난 5월17일은 ‘국제 티베트 연대의 날’이었다. 당연히 다람살라에 있는 티베트망명정부 뿐만 아니라 극우파적인 ‘티베트청년의회’(TYC)라는 단체도 당연히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견되었다. 이들은 전 세계에 퍼져있는 망명 티베트인들의 모임으로 그들은 달라이라마의 하야와 급진주의적 반중국 티베트의 분리 독립을 추진하고 있는 단체이다. 따라서 덩달아 중국당국이 초긴장에 들어갔지만 올해는 양측에서 문화·종교적 행사로 대체하면서 기대 이하로 조용하게 치러졌다고 한다.
더구나 TYC가 제15차 전체회의 개회식에서 그 동안 노선을 달리한 것에 대해 달라이라마에게 사과를 하였고 5월9일에는 티베트 망명정부 총리 롭상도 “티베트 망명정부는 중국의 통치를 받아들이고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강경노선과 온건노선의 조화로운 악수체제로 보인다.
그 동안 표면적으로 망명정부가 견지해 온 노선은 티베트의 완전독립이 아닌 ‘중도적 접근(Middle Way)’으로 부연설명을 하자면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은 티베트인들이 진정한 자치를 누림으로써 우리들의 풍속과 독특한 문화, 종교, 언어, 생활방식을 보존하고 계승해 나가는 것”이었다.
현재의 티베트 문제는 복잡하고 민감하여 어지간한 솔로몬의 지혜로도 풀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달라이라마가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별로 없다. 그 분께서 이승의 삶이 다하기 전에 포탈라궁전의 사자좌에 오르실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김규현 한국티베트문화연구소장 suri116@hanmail.net
첫댓글 TIBET WILL BE FREE!!!
신문 연재가 끝나 6개월분 묶어서 사진도 첨부했으니~~
감사합니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뵈랑첸~
네~ 그래야지요
뵈랑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