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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민족이 하나되어 반미자주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조국통일을 촉진시키는 가장 힘 있는 방법이요 지름길입니다.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반미만이 살길이요 우리민족끼리만이 살길입니다.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미국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고 평화와 자주통일을 이뤄냅시다! “외치자! 반미자주!” “모이자! 조국통일촉진대회!” |
2019년 조국통일촉진대회 참여를 독려하는, ‘2019년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원회’의 격문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더없이 투지와 의기ㆍ기상이 넘칩니다.
그러나, 조국통일을 위해서 투쟁하고 계신 여러분들에게 실례일지 모르고, 또 노엽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양해를 구하면서 감히 말씀드리자면, 거기까지입니다. 투지와 의기ㆍ기상이 넘치는 호언장담일 뿐, 조국통일을 촉진하는 길이 결코 아니며, 따라서 이제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짐짓 외면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해 봅시다.
“온 민족이 하나 되어 반미자주의 목소리를 낸다”? ― 도대체 가능한 일입니까? 아주 벌거벗은 어투, 무식한 어투로 물어보겠습니다. 지금 당장 고개를 들어 여기 광화문 광장을 둘러보십시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어대며 광란하고 있는 저 무리들은 “우리민족”입니까, 아닙니까? 예를 들어, 오늘날 조ㆍ중ㆍ동ㆍ문ㆍ매… 등등으로 열거되는 극우언론, 그 안의 언론인들, 극우지식인들, 어느 당, 어느 정권이랄 것도 없이, 당장 문재인 정권을 포함해서, 오늘날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정치세력들, 등등등, 그들은 “우리민족”입니까, 아닙니까? (만일 누군가가 무언가 혹여 어떤 ‘정신적’ 기준을 들이대면서, 그들은 “‘우리민족’이 아니다”라고 대답한다면, 그 심오함을 당할 재간은 없습니다만!) 분명 “우리민족”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저들이,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은 그만두고, 천지가 개벽한들 “반미자주의 목소리를 내겠습니까?” “반미자주의 목소리를 내겠습니까?” 절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온 민족이 하나되어 반미자주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조국통일을 촉진시키는 가장 힘 있는 방법이요 지름길입니다.”? ― 아무리 투지와 의기ㆍ기상이 넘쳐나도, 이 얼마나 공허한, 아니 허망한 외침입니까?
그런데, 공허하고 허망하기만 하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 외침은 사실은 공허하고 허망함을 넘어서 분단의 본질을 왜곡하고, 미제와 이해관계를 같이하면서 분단을 강요했고, 분단을 강제하고 있는 자들, 그 세력, 그 계급을 노동자ㆍ인민이 직시하지 못하도록 은폐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히 말씀드리거니와, 노동자ㆍ민중의 투쟁을 분열시키는 주요 원인의 하나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 조국통일을 촉진ㆍ달성하려면, 우리는, “우리민족”은 결코 하나가 아니라는 것, “우리민족”은 계급적 이해로 적대적으로 분열되어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역시 무식하게 지적하자면, 다시 한번 더 고개를 들고 이 광화문 광장을 둘러보십시오. 아예 태극기와 성조기를 한 몸으로 만들어 흔들어대며 광란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온 민족이 하나되어 반미자주의 목소리를” 하고 외치는 것은 기만이고, 좀 독하게 표현하면, 범죄입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어대며 광란하는 저들이 아무리 꼭두각시에 불과하더라도, 아니, 저들은 바로 꼭두각시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면서 “민족은 하나”라고 외쳐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외치는 것은, 저들의 배후에는 극우언론이 있고, ‘반민족적’,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반노동자ㆍ반인민적 ‘정치’가 있으며, 그 배후에는 재벌을 위시한 자본가계급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미제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바로 그들이야말로 분단을 강제하고 있는 ‘민족 내부의 적들’이라는 사실을 번연히 알면서도 짐짓 외면하고, 그리하여 그들의 실체를 은폐해주면서, 자신을, 대중을 기만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피아도 구별 못 하고, 혹은 적을 품 안에 안고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습니다!
“온 민족이 하나되어 반미자주의 목소리를”이라는 이 허망한 외침. 그것은, 다시 말씀드리거니와, 특히 노동자ㆍ민중의 투쟁을 분열시키는 주요 원인의 하나입니다. “온 민족이 하나되어”라는, 현실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은 외침은, 외치는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객관적으로는―“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독일과 영국의 속담을 상기합시다―, 이 사회의 계급적 분열을 외면ㆍ부정하면서 계급 간의 ‘화해’(!), 계급 간의 ‘단결’(!)을 요구하는 외침이기 때문이고, 그리하여 피착취ㆍ피억업자에게 착취자와 단결할 것을 요구하는 외침이기 때문이며, 따라서 자본의 착취ㆍ억압에 고통받고 신음하고 있는 노동자계급으로서는 결코 수용할 수도 없고, 수용해서도 안 되는 요구이기 때문입니다.
과도하다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의 노동자 운동, 사회 운동이, 논쟁이 소멸되면서 요즘엔 언급 자체를 꺼리지만, 엄연히 소위 ‘NL’과 ‘PD’로 분열되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맙시다. 이 분열에는 물론 소위 ‘PD’ 진영의 진하디진한 경제주의 또한 주요한 원인으로 되어 있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다시 반복하거니와, 우리가 진정 조국통일을 촉진ㆍ달성하려면, 우리는 우리 사회가, 두 계급 사이에서 동요하는 소부르주아지를 도외시하면,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이라는 적대적인 계급으로 분열되어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인정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야만 착취와 억압에 시달리는 노동자ㆍ인민 대중이 조국통일을 위해서 누구와 단결해야 하고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결은 ‘민족은 하나’라는 구호로 결코 무차별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계급적 분열을 명확히 인식할 때에, 그때에 비로소 조국통일의 주체가 되는 노동자ㆍ인민 대중이, 누가 왜 조국분열을 강제하고 누가 왜 조국통일을 가로막는가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게 되고, 그들에 대항하여 단결하여 투쟁할 수 있게 됩니다.
현지의 부역계급 없이 제국주의가 수백만ㆍ수천만의 인구를 가진 어떤 지역, 어느 나라를 지배ㆍ착취할 수 있습니까? 미제와 일제에 부역하는 이 사회의 부역계급 없이 그들의 지배ㆍ착취가 가능하겠습니까? 사회가 계급적으로 분열되어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할 때 비로소 노동자ㆍ인민 대중이, 어느 계급이 제국주의 부역계급인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단결하여 투쟁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서는, 계급적 분열과 대립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인정할 때에는 반미제ㆍ민족자주 통일운동, 통일투쟁은 한 차원 더 높이 발전할 것입니다. 바로 노동자 국제주의로 대표되는 국제연대입니다.
당장 현재 진행 중인 ‘한일경제 전쟁’에서 한일 두 나라 민중이 보여주는, ‘반일’이나 ‘반한’ 투쟁이 아니라, ‘반아베’ 투쟁이, 아주 미숙한 형태이지만, 그 맹아를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특히 일본의 선진적 노동자ㆍ인민이 ‘일본민족’은 계급적으로 분열ㆍ대립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월남전은 어땠습니까? 물론 월남 인민의 불굴의 영웅적 투쟁이 이끌어낸 것이지만, 국제적인 반전투쟁, 특히 미국 노동자ㆍ민중의 치열한 반전투쟁이 없었더라도 1973년에 미제가 월남의 식민지 지배를 포기하고 철군했겠습니까? 미제로부터의 우리의 해방도 분명 국제적 연대투쟁에 힘입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바로 노동자 국제연대의 도움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분단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미제’요 ‘일제’이며, 바로 미국의 노동자계급, 일본의 노동자계급을 억압ㆍ착취하는 바로 그 계급이라는 것을 명확히 할 때, 그리고 미제와 일제가, 그것이 어느 민족 어느 나라든, 다른 나라, 다른 민족을 식민지ㆍ신식민지로 지배하는 한, 미국의 노동자계급도, 일본의 노동자계급도 그들의 억압과 착취로부터 해방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할 때에야 비로소 그러한 연대투쟁은 실현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조국통일 투쟁,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미제에 부역하는 계급은 통일의 적이며,
노동자ㆍ인민의 단결투쟁만이
미국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고
평화와 자주통일을 이뤄내는 길임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2019년 8월 14일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운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