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교도 개혁운동은 언약사상으로 신대륙 이주와 영국 혁명의 결실을 맺었다/ 원종천
청교도 개혁운동은 정치, 사회, 경제, 종교의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1620-1630년대 미 신대륙으로의 이주와 1640년대 영국 혁명이라는 거사들로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여러 요소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기독교 신앙이었다. 로마 천주교로부터 분리한 영국교회는 무기력하여 성도들에게 영적, 정신적 힘을 공급해 주지 못했고, 성도들은 부실했으며, 윤리적으로 부패했다. 영국에서 내려오는 존 클리프의 교회 개혁 전통과 유럽 대륙에서 일고 있는 종교개혁의 물결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뜻있는 영국 성직자들과 성도들은 교회개혁 운동을 전개했고, 이것은 청교도 개혁이라 일컫는 전국적 운동이 되었다.
16세기에서 17세기에 걸친 한 세기의 청교도 운동이 막판의 성공 후에 결국은 실패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그들이 교회개혁을 위해 보여준 노력과 힘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남긴 신앙, 정신, 사상은 현대 서구문명에 개인, 교회, 사회 그리고 국가적으로 많은 영향을 남겼다. 청교도들은 영적, 윤리적으로 철저한 개인신앙의 모델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고, 미 신대륙에서 완전히 새로운 교회와 사회공동체를 세웠고, 영국에서는 혁명을 일으키어 교회정치 체제뿐만 아니고 국가정치 체제까지도 개혁했다. 청교도 운동의 원동력은 신앙이었다. 그 신앙의 내용은 삶의 모든 면에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개인의 삶을 하나님 뜻대로 살며, 하나님 뜻에 합당한 교회와 사회를 세우자는 것이었다.
청교도들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그러한 신앙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사상적 힘이 필요했다. 그것은 박해와 어려움 가운데 국민들을 장기간 동안 개혁을 향하여 이끌고 갈 수 있는 구체적인 사상의 틀과 정신적인 내용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했다. 청교도들에게 그 해답은 언약사상이었다. 청교도들은 이것을 개인언약, 교회언약, 사회언약의 세 가지 총체적 국면으로 확대 적용시키고 발전시키며 삶의 모든 부분을 하나님과의 언약관계로 정리했다. 청교도 개혁운동은 이 언약사상이 뒷받침해 주는 신앙의 힘으로 전개되었다.
청교도들은 신학적 전통으로 가지고 있던 칼빈주의 하나님 주권사상을 고수하면서도 당시 영국교회와 성도들의 영적 무기력함을 타파하고 개혁과 경건을 추구하기 위하여 언약사상을 사용했던 것이다. 그들은 이것을 통하여 특히 인간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했던 것이다.
개인언약은, 하나님과 개인의 관계를 다루는 것으로 성도 개인의 구원 확신과 경건을 주제로 한다. 구원과 직결되어 있는 개인언약은 하나님의 은혜와 주권이 강조되어 있지만, 믿음과 성화를 언약의 조건으로 내세워 인간의 역할과 책임을 상기시켰다.
교회언약은,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하나님 뜻 가운데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형성한다는 내용이다. 즉, 교회란 성도들이 스스로 믿음을 고백하고 교회언약에 서명하여 하나님의 뜻대로 교회공동체를 이루어 나가겠다고 서약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사회언약은, 하나님과 사회공동체와의 관계를 다루는 것으로 하나님의 뜻에 따라 거룩한 사회공동체를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집단적인 차원에서 하나님의 뜻을 순종하면 축복을 받아 사회공동체가 번영을 누릴 것이고,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고 불순종의 길을 가면 하나님의 징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청교도들은 개인언약 사상을 통하여 인간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며 내면적 열정과 윤리적 경건을 추구했고, 영국 국민들의 영혼을 사로잡아 영국혁명의 기반을 형성했다. 개인, 교회, 사회의 종합적 언약사상은 성도들의 의식 가운데 강한 자발주의를 심어주었고, 그것은 결국 사회와 국가에 책임의식을 가진 성도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어졌던 것이다.
언약사상에는 하나님의 은혜와 주권과 아울러 쌍방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 언약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상호 계약으로, 그 안에는 하나님의 약속과 인간의 의무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하나님의 약속은 당신의 주권과 은혜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고, 인간의 의무는 책임을 수반하는 것이다. 이 언약 사상이 청교도 운동의 가장 중요한 사상적 틀이라면, 그 툴 속에 담겨 있는 정신적 내용은 자발적 참여의식이다. 청교도 언약사상은 그 가르침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자발적 참여의식을 낳게 했던 것이다. 이 자발적 참여의식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행동을 불러일으켰으며, 개혁을 진행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원종천, ‘청교도 언약사상: 개혁운동의 힘’, 9장 결론 275-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