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학공공성공대위 10대 요구와 과제 제안
10여 년에 이르는 구조조정으로 한국 대학들은 교육의 황폐화를 겪고 있고 고등교육의 존립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기존의 위기에 더해 코로나19 위기까지 덮치면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제대로 된 고등교육정책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 문제로 난항을 겪던 21대 국회의 원 구성이 최근에 마무리되었다. 21대 국회에서는 국회 차원에서도 대학현장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학위기에 대응하는 제대로 된 방안을 모색해 주기를 바란다.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서는 21대 국회에 아래와 같이 현 대학위기 극복과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요구와 개혁과제를 제시하며 국회 차원의 대책마련을 주문한다.
- 아 래 -
1.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위기 및 지방대학 대책 마련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혹독한 대학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대다수 대학들이 대학재정과 운영의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 해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수년 내에 대학 입학생은 12만 명 이상 더 급감할 것이라고 한다.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 중심의 우리나라 대학구조를 볼 때, 입학생 감소는 대학재정의 어려움과 교육여건의 악화, 교육의 질 하락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입학생 급감의 충격은 수도권에도 적지 않지만 주로 지역대학들에 집중되고 있다. 많게는 지역대학 40%가 향후 5년 이후 문을 닫거나, 아니면 40%에 이르는 학생정원 감축을 감수하고서라도 버텨야만 한다. 대학의 황폐화와 교육기반의 붕괴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총체적인 대학과 고등교육의 위기상황이다. 이러한 유래 없는 위기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대학, 중소규모 대학, 지방대학에서부터 울며 겨자먹기식 정원 감축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 자명하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전문대학과 지방대학, 더 나아가서는 지방 죽이기 정책이 되고 있다. 인구감소대책, 지역균형발전 등과 연계해 국회 차원에서도 고등교육에 대한 중장기 대책을 시급히 수립하기 바란다.
2. 고등교육 재정의 확충과 교부금법 제정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재정은 매우 열악하다. ‘OECD 교육지표 2019’ (2016년 기준, OECD 지표는 3년 전 현황을 발표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등교육부문 공교육비 중 정부의 재원 비율은 GDP 대비 0.6%대 수준으로 OECD 국가 평균인 0.9%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고등교육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역시 10,486$로 OECD 국가 평균인 15,556$의 2/3 수준에 그치는 등 고등교육 공교육비에 대한 정부 지원은 열악한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대부분 대학은 국내 법정기준 교원확보율도 지키지 못하고 있고, 교육 여건도 매우 좋지 않다.
고등교육의 질 향상과 학생 등록금 부담해소, 고등교육의 단계적 무상화를 위해 장기적으로는 OECD 국가 평균 수준 이상의 충분한 고등교육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초중등학교와 마찬가지로 대학에 대해서도 시급히 교부금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국회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한다.
3. 대학서열 해소와 단계적 무상화를 위한 대학통합네트워크 추진
우리나라 대학과 고등교육의 고질적인 문제가 바로 서열화와 입시경쟁 문제다. 여러 사회적 불평등을 낳은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으로 대학서열 해소를 내세우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비싼 고등교육비에 대한 문제제기가 비등한 상황에서 정부책임 역시 강조되고 있다.
공동선발-공동교육-공동학위를 중심으로 하는 대학네트워크를 건설하여 대학서열체제를 해체하고 입시경쟁을 해소해야 한다. 대학 네트워크의 건설은 대학 간의 협력 체제를 강화하고, 사립대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여 공영형 사립대학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대학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대학들에 대한 등록금 부담 역시 획기적으로 낮추어 단계적으로는 고등교육도 무상화를 지향해야 한다. 그래서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대학의 교육력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정책이 되어야 한다. 교육정도가 생존을 위한 스펙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교육비용부담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취업부터 임금과 승진까지 학력차별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4. 대학구조조정 및 폐교에 대한 실질 대책 마련
대학 폐교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폐교 시, 교직원들은 아무런 생계대책 없는 대량 실직으로 내몰리게 되고 학생들은 타 학교로의 제대로 된 이전이 되지 않아 피해를 보고 있다. 지역사회 역시 공동화로 인해 지역경제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폐교는 모든 방안을 강구한 이후의 최종적인 조치여야 한다. 부득이 폐교할 경우, 타 대학으로의 고용 승계 등을 통해 고용을 보장하는 적극적인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인근 대학과의 통·폐합을 통한 고용보장, 국립대로의 교직원 고용 승계 등의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량 해고를 피할 수 있고, 부족한 교원 확보율을 높여 교육의 내실도 다질 수 있다. 다행히 지난 해 학교법인 해산 시 청산을 통해 폐교의 잔여 재산을 퇴직하는 교직원의 생계 대책 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사학진흥재단이 지원하도록 하고는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학교법인이 청산되었을 경우로, 동일 법인 내 유치원부터 초중고, 대학까지 여러 학교가 있는 가운데 대학만 폐교할 경우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학교법인 해산이 아닌 대학이 폐교할 경우에 적용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도 퇴직자에 대한 생계 안정과 재취업 등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5. 교원대책 마련: 비정년트랙 교원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실시한 제1주기 대학평가(구조개혁평가, 2015년)와 제2주기 대학평가(기본역량진단평가, 2018년)에서 전임교원확보율을 주요 평가지표중 하나로 잡으며, 교육부는 기존의 정년계열 교수에 비해 저임금의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을 교원확보율에 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대학들로 하여금 예산 절감이라는 미명하에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을 대거 채용하도록 유인하였다.
대학 내에서 ‘강의전담교수’, ‘산학협력전담교수’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의 수는 전체 전임교원 중 18% 정도(2019년 기준)으로 교육부 통계상으로는 전임교원에는 포함되지만, 계약직 신분으로 1~2년마다 재계약을 하여 고용 안정성이 제공하고 있지 않다. 비정년 계열 교원임금 수준은 최저 수준의 생활임금 정도(3,000만원 ~ 3,500만원)일 뿐 아니라 일부 교수협의회에서도 비정년계열 교수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등, 학교 내에서는 ‘교수 아닌 교수’의 신분이다. 이와 같은 열악한 처우는 고등교육의 질적 하락을 필연적으로 야기시킬 수 밖에 없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에 대한 차별과 처우에 대한 개선방안을 시급히 마련하여 적절한 임금과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대학혁신의 중요한 과제이다.
6. 강사 등 비정규교원 대책
1) 비정규교원 제도 정비
무엇보다 “겸임교원”, “초빙교원”, “대우교수” 등 수십 가지가 넘도록 무분별하게 난립해있는 교원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대학들은 이처럼 명칭과 처우가 각기 다양한 비정규교원을 그 도입 취지나 목적을 무시한 채 꾸준히 확대해왔다.
특히 개정된 강사법에 따라 “겸임교원은 실무·실험·실기 등 현장 실무경험을 필요로 하는 교과를 교수하게 하기 위하여 임용하고, 초빙교원은 특수한 교과를 교수하게 하기 위하여 임용”하는 것이 법의 취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학들은 일반 이론 교과를 ‘특수한 교과’로 해석하여 강사 대신 초빙교원을 채용하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따라서 초빙교원의 자격요건과 사용사유를 강사법 개정취지에 맞게 명확히 하고, 초빙교원이 담당하는 특수한 교과의 정의를 내려야 한다. 또한 기타교원이 초빙교원 등의 규정을 받는 교원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2) 강사 퇴직급여 지급
강사들은 수십 년간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근로가 아니거나 강의시수가 적다는 이유로 퇴직금 한 푼 없이 대학을 떠나야 했다.
강사들도 강의시간에 상관없이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한편 건설노동자의 경우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퇴직공제제도를 도입하여 퇴직급여 혜택을 받고 있는데 이처럼 정부, 대학, 강사가 함께 출연하는 기금을 조성하여 퇴직공제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3) 강사 직장건강보험 적용
강사는 교원이긴 하나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에 있어서는 교원임을 인정받지 못함에 따라 직장건강보험도 적용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민연금처럼 3개월 이상 계속 근무하는 강사에게도 직장건강보험이 적용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4) 강사 참정권 보장
강사가 교원 지위를 얻었으나 학내 각종 의사결정기구에서 배제되어 있어 교원으로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학내 구성원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총장직선제를 운영하고 있는 국립대학에서는 기존 전임교원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강사와 학생의 권리를 박탈하려 하면서 학내 갈등이 빈번히 일어난다. 또한 학교가 구성원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교양과목을 폐지하거나 학과목을 통폐합하면서 학생과 강사들이 그 피해를 입고 있음. 강사의 참정권과 교육과정위원회 참여를 보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7. 사학중심 고등교육체제의 전면 전환
사학중심의 고등교육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에서 사립대학은 전체의 87%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고등교육이 정부 책임 하에 있지 않고, 사학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많은 사립대학이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학비리, 과도한 등록금 부담, 극심한 대학서열화는 사립대 위주의 고등교육체제에서 오는 부정적 현상이다. 공영형 사립대 확대를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사학의 공공성과 사회책무성 강화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이니 만큼 올해는 반드시 하반기 국회 예산편성을 통해 반영하고 관련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8. 사학의 공공성 강화방안 마련: 사립학교법 개정과 총장선출제 법제화
오래 된 사학의 비리와 부정을 차단하기 위한 근본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수십 년 간 수 많은 비리사학이 창궐했고, 여기에 더해 이명박 박근혜 정부 하에서의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약 60개 학교에 대해 정상화라는 미명 아래 사학비리를 저지른 자들에게 대부분 학교의 운영권을 되돌려 주는 결정을 하기까지 하였다. 정권의 비호 하에 고등교육이 또 다시 피폐해지는 등 반세기 동안 똑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어 왔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임원 승인취소 또는 해임된 사학비리 당사자의 학교 복귀 금지를 규정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같은 제도 도입을 위한 사립학교법의 대폭 개정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더해 대학운영에 대한 구성원 참여확대 등 민주성 강화를 위한 제도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립대와 마찬가지로 구성원들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의한 사립대 총장의 선출 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학교법인에서 총장을 임명하는 방식은 학교 운영의 전권을 가진 총장에 의한 사유화, 또 그로 인한 학교 운영상의 부정과 비리를 조장 또는 방치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측면이 있다. 친인척에 의해 학교가 장악된 경우, 이사장과 총장 등 주요 요직을 친인척이 나눠 갖게 되어 이들에 의한 여러 폐해가 나타나기도 한다.
사학의 투명성과 민주성, 공공성 강화를 위한 사립학교법 등 관련 법률개정을 적극 추진할 것을 주문한다.
9. 코로나19로 인한 대학현장 위기 대책
코로나19 위기로 온라인 강의가 사실상 전면 시행되면서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오랜 구조조정과 상반기 유학생 감소 등으로 대학 재정이 더욱 어려워진 대학들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2학기에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학생 등록율이 더욱 더 떨어질 것으로 보여 대학들의 재정난은 더욱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를 마치 계약 당사자 간 계약 위반에 따른 환불의 성격으로 규정하거나 한정해서는 안 된다. 이는 비싼 등록금과 국가가 고등교육을 책임지지 않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로서 절대 다수인 사학과 국가의 책임에 대한 요구다.
하반기 대학재정 위기가 가중된다면 대학들이 고등교육 기관으로서의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다. 등록금 환불을 단순히 대학과 학생 간 공급자와 수요자의 갈등으로 내버려 두지 말고 국회와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불가피했지만 대학의 교육이 정상적으로 실시되지 못했기에 대학들도 학생들에 대한 지원 확대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대학의 교육·연구 기반이 취약해지는 위기를 막기 위해 국회에서 선제적으로 대학지원 예산의 대폭 확대를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1,000억대 예산지원으로는 생색도 낼 수 없다. 이 마저도 학생들에게 장학금 등을 지원할 재정여력이 있는 대학들에만 돌아갈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 정부와 국회 차원의 특단의 대책수립이 필요하다.
10. 대학 연구종사자 안전대책 마련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대학 연구종사자 보호조치가 절실하다. 전체 4,075개 연구기관 중 66.2%에 해당하는 2,699개 기관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대학 전체(338개)를 비롯한 나머지 1,376개 기관은 별도로 연구실 안전 환경 조성에 따른 법률(연안법)의 적용을 받는다.
과학기술통신부에서 시행한 <2019 연구실 안전관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대학 과학기술분야 실험‧실습실 사고 건수는 225건으로 전년(191건) 대비 17.8%(34건) 증가했다. 이 수치는 전국 연구실 사고의 80%에 해당하며 전국 4천 개 연구기관 중 대학 연구실이 불과 338개(8.8%)인 점을 감안했을 때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그런데 동 조사에 따르면 전체 대학의 99.4%는 ‘안전교육을 제대로 실시한다’고 답하고 있다. 연구실 일상점검(93.5%)과 정기점검(99.4%)도 충실히 이행하는 것으로 나온다. 전 세계에서 오직 우리 나라만 연구실 종사자들을 위한 별도의 안전법을 두고 있으나 연안법에서 요구한 수준의 안전교육과 점검을 이행해도 안전사고가 계속 증가한다는 뜻이다. 이제는 연구종사자들의 산안법 전면적용 등 근본적인 안전대책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전체 연구기관 4,075곳의 연구종사자 대다수는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반면, 대학의 연구종사자 대부분은 산재보험이 아닌 <연구실 안전 환경조성에 따른 법률>에서 정한 연구자 보험이 적용된다. 연구자 보험은 보장성이 떨어져 중대재해 발생 시 제대로 된 피해자 구제를 할 수 없다. 지난 12월 경북대 화학과 실험실 폭파 사고가 대표적이다. 중대화상 피해학생에겐 저마다 수 억의 치료비가 청구되었지만, 연구자 보험의 보장 수준은 고작 5천만원이었다. 설령 학생들이 대학에서 안전사고를 당했더라도 치료비 걱정 없이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1대 국회는 대학 연구종사자 전체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적용하도록 관련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