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참전용사인 조세프 멧캘프(Joseph Metcalf III, 1927~2007) 제독은 수직발사관(VLS: Vertical Launch System)을 이용한 새로운 미사일 발사 기술이 도입되는 모습을 보면서 향후 21세기 이후를 대비해 해군 함정의 설계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전의 양상이 이미 2차 세계대전 시기부터 두 함대가 근거리에서 함포 사격을 주고받는 형태를 벗어나 가시거리 밖에서 미사일과 함재기로 승부를 내는 방향으로 변화했으므로, 새로운 21세기 해전 양상에 특화된 함정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 해군은 1987년부터 지상 공격을 목적으로 한 구축함의 개발을 골자로 한 ‘함정 운용 특성 연구(SOCS)’를 실시해 다양한 형태의 미래 함정을 연구했다. 이 설계 중에는 500개가 넘는 수직발사관을 설치해놓고 인접 함정에서 명령을 받으면 대량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무장함(Arsenal Ship) 개발 계획이나 레일건(railgun) 개발계획 등 수많은 아이디어가 등장했으나, 1989년에 출간된 연구결과 보고서는 냉전의 종식 때문에 연구 기간 중에 등장한 계획 대부분이 시대에 뒤처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소련을 선두로 한 공산권의 위협이 하루 아침에 사라져버려 대규모의 군축이 시작되는데 따른 결과였다. 하지만 미래 함정 도입 사업은 파생형 구축함 사업(DDV)으로 변경되어 1991년부터 다시 시작했으며,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은 알레이-버크(Arleigh Burke)급 플라이트2A 구축함이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92년, 프랭크 켈소(Frank B. Kelso II, 1933~2013) 미 해군참모총장은 고급 함정을 위한 수직포(VGAS: Vertical Gun for Advanced Ships)를 중심으로 설계한 21세기형 구축함(DD-21) 기술 연구에 돌입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이를 바탕으로 지상 공격을 주 목적으로 한 미래형 구축함 개발 사업인 SC-21(Surface Combatant for the 21st Century) 사업이 발주됐다. 이 사업은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사용해 온 함정 기능에 바탕한 함정 분류 방식에 따른 “구축함”과 “순양함” 구분에 제약을 두지 않고 신형 함정의 능력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SC-21이 지향하는 신형 함정은 적 연안에서의 전투 수행과 강습상륙작전 간 아군의 내륙 지역 침투를 도울 화력 지원 임무에 중점을 두었다. 이 사업은 두 갈래로 나뉘면서 구축함을 틀로 잡아 개발을 시작한 사업은 DD-21이 되었고, 순양함을 기본으로 삼아 개발을 시작한 사업은 CG-21 사업으로 명명됐다. SC-21 사업은 국방획득위원회가 1995년 1월부로 사업을 승인해 예산 및 운용 효과 분석(COEA: Cost and Operational Effectiveness Analysis) 단계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 사업은 2001년 이후 계속 지연되었다. 그 과정에서 구축함 크기의 함정이 적 연안 지역 전투에 투입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지적 때문에 의회 내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돌아섰으며, 설상가상으로 최초 사업에 착수할 당시 최종 함정 도입 비용으로 7억 5천만 달러를 예상했던 것이 52억 달러까지 치솟은 점도 이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크게 일조했다. 이에 구축함 개발을 골자로 했던 DD-21 사업이 크게 수정 되면서 연안전투함(LCS: Littoral Combat Ship) 사업과 구축함 중심의 DD(X) 사업으로 나뉘었고, 순양함 개발을 목표로 했던 CG-21 사업은 탄도미사일 방어 순양함 개발 사업인 CG(X)로 변화했다. 특히 구축함 개발사업의 최초 계획 상에서는 총 32척의 구축함을 건조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수량은 지속적으로 축소되어 24대가 되었다가 7대로 줄었으며, 최종적으로 미 하원은 일단 단 한 척의 선두함을 건조할 예산만 배분하면서 이를 “기술 시연함(Technology Demonstrator)”으로 명명했다. 이렇게 건조하게 된 DDG-1000함의 최초 예산은 2007년 국방수권법에 포함되었으며, 2006년에 승인된 2007년 세출예산에서는 한 대 분 예산이 증액되어 총 25억 6,800만 달러가 배정되었다.
미 해군은 2009년 예산에 14,564톤 급 DDG-1000급 일곱 척의 건조 예산을 신청했으나, 선두 함인 DDG-1000 줌월트함의 건조 일정부터 크게 지연됐기 때문에 2008년 7월 22일 자로 메인(Maine) 주 의회 대표단이 개발 진행 상황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를 토대로 단 두 척만 건조하도록 권고했으나 미 의회 하원 세출위원회는 2009년 예산에 다시 25억 달러를 배당해 세 번째 DDG-1000급 구축함 건조 예산을 추가로 할당했다. 하지만 이번엔 미 해군 쪽에서 DDG-1000급을 두 척 건조로 종료하고, 차라리 그 예산으로 절반 가격에 불과한 알레이버크(Arleigh Burke)급 구축함을 11척가량 추가 도입하기를 희망했다. 이 결정에는 미 해군 정보 계통에서 보고한 총 15건의 DDG-1000 평가보고서가 영향을 끼쳤는데, 해당 보고서는 모두 DDG-1000이 미사일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 요구가 논란이 되자 미 해군은 절충안으로 이미 승인된 두 척의 줌월트급을 완성하는 대신 약 8대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을 추가 도입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이 시점에서 미 하원 소위원회는 달라진 세계 환경을 기반으로 하여 처음부터 위협 요소와 DDG-1000의 역할을 다시 분석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는 함대 방공과 탄도미사일, 대함미사일 위협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결과가 도출되었기 때문에 사업 자체가 취소되지는 않았다.
결국 도널드 윈터(Donald Winter) 미 해군장관은 2008년 8월부로 줌월트급 3번 함을 예정대로 계속 건조하기로 했으며, 건조 계약은 배스 아이언 웍스(Bath Iron Works) 사와 계약했다. 미 하원 세출위원회 또한 2009년 국방수권법에 3번 함 건조 비용 일부를 반영하는데 동의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계속 줌월트급의 건조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데 크게 우려했으며, 이 시점에 이미 대당 건조 비용이 처음 해군의 예상 비용에서 81%를 초과한 59억 6,400만 달러까지 도달했음을 지적했다. 이는 대당 사업 비용이 25% 이상 증가하거나, 총 사업 비용이 50% 이상 증액될 경우 국방부의 상세한 해명이 없을 경우 사업을 강제 종료하도록 한 넌-맥커디(Nunn-McCurdy) 개정안에 저촉되었던 것이다. 결국 미 국방부는 2009년 4월 6일 자로 줌월트급 사업을 최대 3척 건조 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고정가격(fixed-price) 계약 형태로 제네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 배스 아이언 웍스의 모기업)와 3척 건조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베스 아이언 웍스는 건조 계획을 수립하면서 2013년 4월까지 줌월트 함을 미 해군에 인도하고, 2015년 3월까지 초도운용능력(IOC)을 선언하기로 했다. 이 시점에서 선두함인 DDG-1000의 건조 가격은 약 35억 달러로 예측됐으며, 2번 함은 약 25억 달러, 3번 함은 그보다 낮은 가격이 소요될 것으로 계산됐다. 하지만 줌월트급의 연구개발 비용으로 소요된 금액은 225억 달러가 넘었으므로, 사실상 3척의 평균 대당 건조 가격은 실질적으로 75억 달러에 달했다.
DDG-1000은 2009년 2월 11일부터 완전 가동 건조에 들어갔으나,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와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 사태의 여파가 정부로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에 건조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다가 2011년이 11월 되어서야 조선대(造船臺)에 용골(龍骨)을 거치할 수 있었다. DDG-1000에는 미 해군 최연소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엘모 줌월트(Elmo Russell Zumwalt, Jr. 1920~2000) 제독의 이름을 헌정하기로 하고 2013년 10월 19일을 함명식 일자로 잡았지만, 2013년 미 정부가 의회와 예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셧다운(shutdown)에 들어서는 바람에 행사가 취소됐다. 결국 행사 없이 줌월트함으로 명명된 DDG-1000은 2013년 10월 29일 자로 진수했으며, 2014년 1월부터 악천후 시험을 실시하던 중 4월 12일 자로 뒤늦게 함명식을 치렀다.
줌월트함은 거의 1년 동안 다양한 시험을 거친 후 2014년 말에 미 해군에 인도됐다. 줌월트함의 초대 함장은 제임스 커크(James A. Kirk) 대령이 임명됐는데, 언론에서는 그의 이름이 TV 시리즈 <스타트랙(Star Trek)>의 엔터프라이즈(USS Enterprise)함 함장인 제임스 커크(James T. Kirk)와 유사한데다, 줌월트 함의 미래적인 설계가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점도 있었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미 해군은 2016년 10월 15일 볼티모어(Baltimore)의 함대주간 중 줌월트함을 취역시켰다. 2번 함인 마이클 몬수르(Michael Monsoor, DDG-1001)함은 2013년 5월 23일에 용골을 거치한 후 2016년 6월 21일에 진수를 했으며, 2019년 1월에 취역 예정에 있으며, 3번 함인 린든존슨(Lyndon B. Johnson)함은 2017년 1월 30일에 용골을 거치한 후 현재 건조 작업 중에 있다.
2016년 10월 15일, DDG-1000 줌월트함 취역식 행사 <출처: 미 해군 유튜브 페이지>
특징
줌월트급 구축함은 필요 인원수를 최적화한 다목적 함정으로, 대량의 화력을 제공함과 동시에 필요에 따른 정밀 타격이 가능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줌월트급 구축함은 1905년 러일전쟁 시기 이후에는 거의 현대 함정 설계에 등장한 적이 없는 텀블홈(Tumblehome: 선체 측면 상부가 안쪽으로 굽은 모양) 설계가 동체에 적용되어 있다. 이는 레이더 피탐지면적(RCS: Radar Crossing Section)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이 설계는 레이더 전파를 받게 될 경우 반사면을 획기적으로 축소한다. 통합 갑판 또한 적외선과 레이더 특성을 줄이기 위해 EMC(Electromagnetic Compatibility)로 보호하고 있다. 선체 상부구조는 전면 복합재를 사용했으며, 통합 다목적 마스트(mast) 역시 레이더와 적외선 특성이 낮게 나오도록 설계했다. 함정의 전체적인 적외선 특성을 낮추기 위해 배기 억제기를 별도로 개발하여 적용한 것도 줌월트급의 특징이다.
줌월트급 구축함은 알레이버크급 구축함보다 40% 선체가 크지만, 해군 해상체계 사령부에 따르면 줌월트급은 RCS가 매우 낮기 때문에 레이더 상에서는 작은 어선 정도의 크기로 잡힌다. 또한 음향 특성도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급 잠수함 정도에 불과하며, 적외선 발산율도 타 함정에 비해 크게 낮다. 줌월트함의 센서나 전자장비는 대부분 복합재 재질의 갑판실에 모두 들어가 있다. 미 해군은 한때 DDG-1002함의 갑판실을 비용이 낮은 강철 재질로 교체하기 위해 입찰을 진행했으며, 3번 함인 린든존슨함도 강철 재질의 갑판실로 건조를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함정의 “스텔스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존재한다. 일단 앞으로만 전진하는 항공기, 혹은 2차원적으로 움직이는 지상 장비와 달리 함정은 파도 때문에 3차원으로 요동을 쳐 전파 반사가 일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으며, 줌월트의 가장 큰 임무는 지상 전력에 대한 해상 화력 지원에 있으므로 통상적으로 연안에 가깝게 붙어있어야 하는데, 이 경우 레이더에 아무리 낮게 포착되더라도 가시적으로 포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줌월트급 구축함에는 처음부터 줌월트급에만 장착하기 위해 개발을 시작한 155mm 첨단함포체계(AGS: Advanced Gun Systems) 두 문을 장착하도록 설계했으며, AGS는 장거리 지상공격탄(LRLAP: Long-Range Land Attack Projectile)을 발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LRLAP은 간단하게 말해 AGS로 쏘는 ‘탄두가 달린’ 로켓으로, 탄두 중량은 약 11kg에 달하며 원형공산오차(CEP)가 50m에 불과하다. AGS는 최대 사거리가 83해리(약 154km)에 달하며, 함정 당 최대 750발까지 적재하여 자동으로 재장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포신은 분당 10발을 쏘는 동안 과열하지 않도록 수랭식(水冷式)으로 설계했으며, AGS를 이용해 준비사격이나 지원사격을 실시할 경우 그 화력은 M198 곡사포 12문에 맞먹는다.
하지만 미 해군은 줌월트급의 도입 대수를 줄임에 따라 LRLAP 탄의 도입 수량도 함께 줄어 한 발당 가격이 1백만 달러를 육박하게 되자 2016년 11월부로 LRLAP탄 획득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미 해군은 이를 대체할 저가의 포탄을 대신 알아보고 있으나, 사실 AGS포 자체가 LRLAP탄에 특화시켜 개발한 함포이기 때문에 별도의 포탄을 사용해야 할 경우 포 자체도 개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체 함포를 찾아내거나 AGS를 개량하는 일은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사실상 줌월트급 구축함은 최초 설계됐던 목적처럼 지상 전력에 대한 AGS 화력 지원을 실시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건조에 들어간 3번 함인 린든 존슨함만 155mm AGS를 제거하고 대신 레일건을 장착하는 방안을 고려했었으나, 이미 건조 진행률이 높아 설계를 변경할 수는 없으므로 함정 완성 후 선체를 개조하여 레일건을 장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줌월트급의 또 다른 특징은 외장형 수직발사대(PVLS: Peripheral Vertical Launch System)이다. 이는 수직발사관을 함정 중앙에 위치시켜 만약 적재 포탄이 유폭을 일으키더라도 선체 자체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됐다. 만약 선내에서 폭발이 일어나더라도 모든 폭발 압력은 선내로 향하지 않고 선외로 향하게 되어 있다.
줌월트급 구축함에는 록히드-마틴(Lockheed-Martin) 사의 AN/SPY-4 S 밴드 입체 탐색 레이더와 조합된 AN/SPY-3 능동형 전자주사식 레이더(AESA)가 장착되어 있으며, 레이시온(Raytheon) 사의 X-밴드 SPY-3 다목적 레이더(MFR: Multi-Function Radar)가 장착되어 고고도에 대한 우수한 표적 집중 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SPY-4 입체 탐색 레이더는 2010년 6월 2일, 넌-맥커디 인증 절차 중 제거하기로 결정되어 시스템에서 빠지는 대신, SPY-3 레이더에 입체 탐색 능력을 추가했다. 탑재 항공기로는 MH-60R 시호크(Seahawk) 헬리콥터와 MQ-8 파이어 스카우트(Fire Scout) 무인 헬리콥터를 수납하고 있으며, 항공 자산과 레이더가 결합하여 함대 전체에 강력한 방공 ISR 능력을 제공한다. 특히 줌월트는 장거리 정밀 타격을 위한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지상에 사전 설치한 탐지 장비의 도움이 없어도 원거리에 떨어진 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줌월트급 구축함에는 영구자석식 모터(PMM: Permanent-Magnet Motor)를 채택할 예정이었으며, PMM이 장착될 경우 사실상 함정 추진 기술의 한 단계 도약이 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제작사인 노스롭-그루먼(Northrop-Grumman)이 시간 내에 개발을 실패함에 따라 최종 장착되지는 못했다. 대신 줌월트급에는 고급 인덕션 모터(AIM: Advanced Induction Motor)가 채택됐다. 선두 함인 줌월트함에는 통합 전력체계(IPS: Integrated Power System)이 설치되어 선내의 모든 전력계통을 통합 관리하도록 설계했으며, 이를 통해 선체의 열 발생이나 소음 발생률도 현저하게 줄였다. 하지만 미 회계감사원(GAO)은 IPS가 함정의 중량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음을 약점으로 꼽았다.
선두 함인 줌월트함은 현재 대한민국 해군의 FFG-II 대구급 프리깃함에도 채택된 롤스-로이스(Rolls-Royce) 사의 MT-30 가스터빈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MT-30 엔진은 보잉 777 항공기에 채택된 롤스-로이스 사의 트렌트(Trent) 800 엔진과 80%의 부품 공통성을 보이며, 최대 출력은 40메가 와트를 자랑한다. MT-30은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와 프리덤급 연안전투함에도 채택된 바 있다. 하지만 마이클 몬수르함이 최근 해상 시험 중 엔진 계통 문제가 발생하여 터빈 블레이드가 모두 깨지는 사건이 발생해 한 차례 엔진을 교체한 바 있다.
DDG-1000 줌월트함 시험 운항 장면 <출처: 배스 아이언웍스 유튜브 페이지>
줌월트는 간편한 조작성을 위해 ‘케즈(Keds)”라는 별칭이 붙은 공통 디스플레이 체계(CDS: Common Display Systems)를 채택했으며, 승무원들은 케즈를 통해 트랙볼과 터치스크린을 통해 간편하게 함정을 조작할 수 있다. 특히 간편한 디스플레이 방식과 조작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소수의 인원이 다양한 무기체계와 센서를 동시에 조작할 수 있어 함정 운용을 위한 승무원 수를 최소화했다. 줌월트함을 운용하기 위한 최소 인원은 130명으로, 이는 유사 크기의 구축함을 운용하기 위한 최소 승무원 숫자의 절반 가량에 불과하다. 이는 인력 부담과 운용 비용을 낮출 뿐 아니라, 장기 항해 시 비축해야 하는 모든 식량을 비롯한 보급 물자를 줄이는 부수적인 효과를 낳았다. 특히 줌월트급은 대부분의 시스템을 자동화함으로써 인원수를 적게 유지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적재 공간의 관리부터 자동 화물통제시스템으로 통제되며, 함정 전체를 컴퓨터 네트워크로 묶기 위해 GE 사의 TSCEI(Total Ship Computing Environment Infrastructure)를 장착했다. 리눅스 OS 기반인 이 시스템은 센서 퓨전(Sensor Fusion) 뿐 아니라 함정 운항, 임무 계획을 비롯한 모든 함정 내 시스템을 하나로 종합하여 관리한다.
운용 현황
줌월트급 구축함은 최초 32척 도입을 계획으로 잡았다가 3척 도입으로 크게 축소된 상태다. 가장 큰 이유는 최초 예상에서 크게 뛴 도입 가격인데, 현재 각 줌월트급은 연구개발비를 포함하여 100억 달러, 연구개발비를 덜어내더라도 4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미 해군은 가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요구도를 변경했지만, 그 결과 비용은 비용대로 비싼 반면 함정의 성능은 최초 요구도에서 크게 벗어난 애매한 함정이 됐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해군은 비용 부담을 덜고자 근접방어체계(CIWS: Close-in Weapon Systems),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을 포함한 여러 주요 사양들을 제거했다.
이 때문에 줌월트급은 비싼 비용을 들여 만든 것에 비해서는 “순항미사일이나 발사하고, GPS 유도식 포탄이나 날리는” 역할로 변화했다는 악평이 따른다. 특히 줌월트급의 능력 일부는 버지니아(Virginia)급 고속공격 잠수함이나 오하이오(Ohio)급 핵추진 유도미사일 잠수함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은폐 능력이 뛰어난 잠수함을 쓰지, 굳이 동일 능력을 갖춘 수상함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물론 155mm 함포 등 잠수함들이 따르지 못하는 줌월트의 성능적인 우위도 분명히 존재하나, 도입 가격을 비교해본다면 줌월트 한 척을 도입하는 것보다 잠수함을 여러 척 도입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하지만 최초 계획에서는 미 해군이 장거리 지상 공격탄(LRLAP: Long-Range Land Attack Projectile)을 줌월트급의 주포(主砲)에서 운용할 예정이었으나 미 해군은 대체 탄을 지정하지 않은 상태로 관련 도입 계획을 전면 취소해 줌월트에 탑재된 155mm 첨단함포체계는 현재 사실상 사용 불가 상태이며, 그저 함정의 중량만 증가시키는 불필요한 존재로 전락했다. 미 해군은 기 도입된 1척과 도입 예정인 2척을 놓고 사용 용도를 확정하기 위해 고심하는 중이며, 일단 미 해군의 방침은 줌월트급 구축함을 해안과 바다, 내륙의 표적을 원거리에서 스탠드오프(stand-off) 무장으로 타격할 수 있는 “바다 위의 병기고”로 개조하기 위해 개념을 잡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줌월트급의 활용 범위가 오히려 향후 넓어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특히 중국이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고수하는 상황인 데다 초음속 대함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수상함의 위험이 높아진 상태인데, 그런 관점에서는 스텔스 설계를 반영한 줌월트 같은 함정이 사거리 밖에서 대량의 스탠드오프 미사일을 운용하는 것이 하나의 대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것도 42억 달러에 달하는 도입비를 부담하면서까지 다수의 줌월트를 도입해야 할 논리는 되지 못하므로, 줌월트급은 단 3척 도입으로 획득이 종료될 공산이 크다. 특히 최근 미 해군의 고민은 작전 소요에 필요한 만큼 충분한 함정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인데, 2017년 9월 리처드 스펜서(Richard Spencer) 미 해군장관과 존 리처드슨(John Richardson) 미 해군참모총장은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현재 미 해군은 작전을 위해 필요로 하는 수상함의 요구도를 40%까지 밖에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으므로 지나친 고가의 함정 도입은 정치적인 관점에서도 힘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DDG-1000이 드라이독에서 진수하는 과정의 타임랩스 영상 <출처: 미 해군 유튜브 페이지>
비용 및 효용성과 관련한 여러 지적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줌월트의 가장 큰 장점은 줌월트함 자체가 대규모 화력이 하나로 통합된 이동식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특히 기존 함정보다 뛰어난 탐지체계와 화력, 스텔스성, 정확도를 자랑한다는 점에서 가히 “미래를 위한” 함정임이 분명하며, 이를 바탕으로 축적된 기술과 데이터는 미래 함정의 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종함
DDG-1000 줌월트함: 줌월트급 선두 함. 2011년 11월 17일에 용골을 거치한 후, 2013년 10월 28일에 진수하여 2016년 10월 15일 자로 취역했다. 앞서 설명했듯 베트남 전쟁 당시 미 해군을 지휘했던 엘모 줌월트 대장의 이름을 헌정했다. 2016년 11월 22일,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던 중 추진 프로펠러 두 개가 모두 정지하는 사건이 발생해 설계 결함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DDG-1001 마이클 몬수르(Michael Monsoor) 함: 2013년 5월 23일에 용골을 거치했으며, 2016년 6월 21일에 진수한 후 2019년 1월 26일에 취역할 예정이다. 특히 DDG-1001은 네이비 실(Navy SEAL) 출신의 마이클 몬수르 병장(1981~2006)의 이름을 헌정했다는데 의미가 있는데, 보기 드물게 부사관 이름을 함정명으로 선택한 이유는 그가 이라크 자유작전(OIF) 중 동료를 구하고 전사한 명예 대훈장 수훈자였기 때문이다. 2017년 12월 4일 시험 항해 중 조선소를 떠난 다음 날에는 전력 과부하를 막아 민감한 전자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고조파 필터(Harmonic filter)가 고장 나는 복합적인 전기계통 문제도 발생했었다. 하지만 최초에 계획한 2019년 1월 취역에는 차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DDG-1002 린든 존슨(Lyndon B. Johnson) 함: 2017년 1월 30일에 용골을 거치했으며, 2019년 경까지 취역할 예정에 있다.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로 은성 훈장을 수상하고, 예비군 중령까지 진급했던 린든 존슨(Lyndon Baines Johnson, 1908~1973) 대통령의 이름을 헌정했다. 미 해군에서 2015년부터 레일건(Railgun)을 설치하기 위해 연구를 했으나, 이미 레일건을 설치하기엔 건조 진행률이 지나치게 높다고 하여 2016년경에 일단 레일건을 제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완성 후에 레일건을 다시 장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검토 중인 상태다. 2017년 1월 30일 기준 공정률은 절반 이상을 넘었다. 현재 계획 상으로는 줌월트급의 마지막 함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DDG-1001 마이클 몬수르함 해상 시험 장면 <출처: 포틀랜드 프레스 헤럴드 유튜브 페이지>
제원
- 종류: 유도미사일 구축함 - 제조사: 베스 아이언 웍스(Beth Iron Works) - 건조 대수: 총 32척 계획/29척 취소/2척 완성/1척 건조 중 - 전장: 190m - 전폭: 24.6m - 흘수: 8.4m - 만재배수량: 15,995t - 추진체계: 47,500마력 롤스-로이스 MT30 가스 터빈 엔진 X 2 5,100마력 롤스-로이스 RR4500 터빈 발전기 X 2 전기모터 추진식 프로펠러 X 2장 총 105,000마력 - 센서: AN/SPY-3 다목적 레이더(MFR) – X 밴드 능동형 전자주사식 레이더(AESA) - 무장 ㄴ Mk. 57 수직발사관(VLS) 모듈형 x 20 ㄴ RIM-162 ESSM(Evolved Sea Sparrow Missile) ㄴ 전술 토마호크(Tomahawk) ㄴ 수직발사식 대잠미사일(ASROC) ㄴ 155mm /62구경 고급 함포체계(AGS) x 2 (총 920발/사용불가) - 탑재 항공기: SH-60 LAMPS (Light Airborne Multi-purpose System) x 1대 혹은 MH-60R 시호크(Seahawk) x 1대 - 비행 지원장비: 비행갑판 및 최대 2대까지 수납 가능한 폐쇄식 행거 - 대당 가격: 42억 4천만 달러 (개발비 제외, 2016년 기준)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가 있다.
첫댓글 잘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