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사는 아우가 아주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내가 떠나고 다음날 함박눈이 흠뻑내려
온대지를 하얗게 덮었다고!
거짓말 같은 진실을 내게 전한다.
눈을 하얀악마라고 부른다면서
눈치우기에 진력이 난다하던 아우!
온갖고생끝에 새집을 짓고 누구보다 놀라운 인테리어 감각으로
실력발휘를 하더니 이젠 제법 마음의 여유가 생겼나보다.
30여년전 도시생활을 접고 강원도로 들어가
소키우고 하우스 13동을 풀가동 하면서 눈물,땀물깨나 흘리던 아우
그댓가로 지금은 부농을 이루었다.
곡간을 채우더니 이젠 눈이 아름답게만 보인단다.
보석을 뿌려 놓은듯 반짝이던 하얀눈이 달빛을 받으니
오색 영롱한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 거리는 달밝은 밤의
하얀눈의 정취
보지못한 사람에겐 무슨말로도 표현을 할 수 가 없던
눈쌓인 풍경을 아우는 이제야 느끼는것 같다.
봄과 겨울의 길목에서 내가 놓친 하룻사이에 벌어진 광경
아쉽다 정말!.
자연은 늘 우리에게 경이로움을 선물하지만
보고.듣고. 느끼지 못하면 그 선물을 놓치고말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선물을 하는 대 자연의 품은 무한한것 같다.
어머님 품처럼 말이다.
차한잔 타들고 창가로 다시한번 서본다.
미동도 없는듯 누워있는 달님이 슬며시 나와 눈이 마주친다.
오늘은 음력 이월 스무날.
엿새후면 우리 아홉 남매중 막내인 아우가 환갑을 맞는다.
제일 큰 언니가 84세!
옛날로 치면 모녀지간 이라도 될 나이차!
우리 여러남매를 모두 업어 키웠다는 큰언니께서 제일 감회깊어 하신다.
"아니 어느새" 하시면서
아직 흐드러지게 꽃이피는 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겨울도 아닌데
함박눈 소식에 잠시 들떠 강원도아우와 함께 수다를 떨다보니
하루해가 저물어 늬엿늬엿
이른저녁 먹고나 곯아 떨어졌더니 새벽에 잠깨어 주저리 거리거 있는나!
다른 사람들은 꿈속을 헤매일 이시각에 체조를 하고 있다.
다시 잠을 잘 수도 없고 어쩔꼬!
베란다 한쪽 귀퉁이에 조용히 자리한 배추 한망이 눈에 들어온다.
이참에 잡아볼까!
이때쯤이면 김장김치도 바닥을 보이련만 우리집엔 아직 잔재하는 김장김치가
여러통 있음에도 싼맛에 배추 한망을 사다가 쟁여 놓았더니
마음에 부담이 간다.
물욕이 빚어낸 번뇌가 아닌가!
사서 고생이란 말이 떠 오른다.
하지만 새김치 담가 새맛을 보면 흐믓하겠지.
물욕을 번뇌가 아닌 보람으로 만들어야겠다.
아우가 보낸 눈소식에 마음이 흔들렸것처럼
세상은 내가 보고.듣고.느끼는 것만이 내것이 된다는 이치
영원불변하리라~!.
첫댓글 강원도의 춘설은 부담 없이 즐깁니다.
눈치울 걱정이 없으니까유~~~
잘 녹나봐유.................흔적도 없이...
달밝은 밤의
하야눈의 정취
달밤이면 더 그리운 정경
상상만 해도 행복해요.
살 맛이 나겠다.
그림같죠....정말 아름다운 설경..가슴 설레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