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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사다리술꾼 뺑소니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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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짝재기양말
술꾼 6인분이 모이면 일단 사다리를 탄다.
술을 사는 인간을 정하는 게 아니라
술값 안내고 톡끼는 순서를 정하기 위한
사다리다.
허나, 각자 그날 쏠 술값은 다 갖고 있다.
1등부터 꼴등까지 정해지면 오늘의 목표물이 될 술집으로 간다.
적당히 먹고 나갈
시점이 되면 1등부터 순서대로 나간다.
대개 화장실 가는 척, 전화하러 가는 척, 담배 피러 가는 척,
나가는데 1등이 젤
쉽고 순위별로 점점 어려워지며
꼴등이 젤 나가기 어렵게 되는데, 술집의 크기와 구조 분위기, 손님들 많고 적음,
종업원들 이동
동선, 카운터 위치와 주인 유무 등 따질게 많다.
꼴등의 자질과 실력과 경력에 따라 그곳을 그냥 나오느냐
아님 어리삐리하게
놀다 타이밍을 놓치고 들켜 술값을 내고 나오느냐가 달렸다.
그들은 화려한 각개 전과의 프로들이라 들키는 일은 거의
없다.
이들은 가발에 모자에 안경, 수염, 갈아입을 옷, 등..
변장도구를 가방에 소지하고
꼬리 6개 달린 여우처럼 둔갑술도 부리기에,
적발해내기가 술집에서도 경찰력을 동원해도 무지 어렵다.
지금처럼 CCTV도,
보안경비업체도, 블랙박스카메라도,
전혀 없던 방범체계도 개판인 웃기는 시절이다.
경찰은 장발단속에 무릎 위 몇10cm 미니스커트
단속에 정신이 팔렸을 때고,
이상한 놈들 삼청교육대나 보내는 괴상하고 엉성한 때였다.
그러니 이들의 작업은 누워서
천장보기보다 쉬웠을 터.
이들은 또한, 오로지 1층만을 고집하지 2층이나 지하는 피한다.
Why? 잽싸게 톡끼기 위해선
탈출경로가 쉬워야하니..
1등부터 하나 둘 나간 이들은 미리 지정해 논
접선장소에 만나 그날의 성공사례를
축하하며 2차를 모색한다.
술집에 낼 돈을 안낸 돈은 통장에 입금 적립한다.
1980년대 중반 술먹고 톡끼는 클럽이
있었다.
20대 후반, 술 신나게 잘 먹을 시절의 소주클럽 멤버들 6인분..
이들은 술집에 술값 안내고 톡까는 걸로 유명했다.
서울 장안에서 신출귀몰하며 악명을 높였던
이들의 도주행각에 시내 술집들은 대책 없음에 치를 떨었다.
귀신같은 이들
행동반경은 강북일원 유흥가다.
6인조 얼굴 없는 술꾼들이라 경찰이 지명수배를 할 수 없었다.
물론 이들도 완벽하신 신의 경지는 아니기에
사다리 타서 꼴등되어 돈 안내고 톡끼다
붙잡히는 때도 있었다.
돈 있는데도 돈 없다 버티면 경찰을 부를 수밖에..
한번은 종로에서 그런 있을 수 없는 사례가
있었다.
술집에서 부른 경찰에 인계되어 끌려가는 멤버를 구하려 사다리를 탔다.
꼴등은 꼭 나오니 그가 책임지고 어떻게든 구해야
한다.
먹은 술집 근처술집 주인임을 가장하고 변장한다.
물론 근처술집 명함도 갖고 있고 길거리에서 경찰에 접근해 말을
건다.
Why? 이유를 캐묻고 자신을 밝힌 다음 자기 집에서도
그랬으며 아주 상습적 악질이니 자신에게 인계해라! 내 술값 여러
번은 물론,
아까 그 집 술값까지 받아내 주고서 경찰에 보고하겠다며..
그럼서 잡혀가는 그 멤버를 몇 대 때리며 욕설을 퍼붓고,
화딱지 난 감정에 몹시 흥분한 태도로
식식거린다.
한편, 법률상 이게 어떤 죄목인지도 빠삭히 설명하며..
술값 땜시롱 이런 놈들까지 유치장에 넣으면 유치장
확장해야 되지 않겠나~
진짜 나쁜 놈들만 색출해 잡아가둬 혼내줘야 하지 않겠나~
잡혀가는 멤버가 그리 악의적으로 보이지
않으니
부모님 집 전화 알아내 돈 갖고 나오라 해서 다 받고 마무리 짓겠다.
그럼서 파출소 전화에 담당경찰직함 성명까지 적는다.
공사다망하게 바쁘신 경찰의 노고를 위로하고 치하함서,
이런 따위 술값에 관한 일은 알아서 시민차원에서 해결하겠다며
설득했다.
지금이야 이따위 술수가 안 먹히겠지만 그때는 잘도 통했다.
진짜 연극배우 뺨치는 생활연기를 구사하는 실력이
있어야~
‘사다리술꾼클럽’답게 그들은 술에 관한 모든 일을
‘사다리타기’를 통해 재미나고 짜릿하고 민주적으로
불만 없도록 한다.
술값 갖고 부담스럽거나 스텐레스 받을 일도 전혀 없다.
돈 내고 먹는 술맛보다 얻어먹는 술맛이 훨씬
좋다.
거기서 거저먹는 술맛은 올마나 더 맛날까~
공짜로 술 먹고 굳어버린 술값은 통장에 적립해서
매년
수100만원씩 모이는 돈은 ‘소년소녀가장 돕기’를 찍어 기부한다.
도움 받는 그들은 그 돈이 어찌어찌된 돈인지 모른다.
풍운아처럼 한 시대 한 시절에 술집들을 주름잡은 그들..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는 수작은 그들은 구상했고 실천했고 성공한
승리투수.
부정적으로 보겠으나 조까튼 술집들 품질개선엔 이바지했다.
이 클럽의 대장은 바로 이 짝재기양말이었다.
http://www.otr.co.kr/column_board/index.htm?lsid=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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