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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송시-
-차 례-
1. 풀꽃 / 나태주
2. 序 詩 / 윤동주
3. 꽃 / 김춘수
4. 약해지지 마 / 시바다 도요
5.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 롱 펠로우
6.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7. 나로 인해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 / 용혜원
8. 너를 만나러 가는 길 / 용혜원
9. 늘, 혹은 때때로 / 조병화
10. 아침의 향기 / 이 해 인
11.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 조 병 화
12. 나를 키우는 말 / 이해인
13. 무엇이 성공인가? / 알프레드 랄프 에머슨
14. 시 / 나태주
15.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 시 화
16. 歸天 /천 상 병
17.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18. 4월의 노래 / 박 목월
19. 가을 엽서 / 안도현
20.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다면 / 이정하
21. 사평역에서 / 곽재구
22. 나그네 / 박목월
23. 행복 / 유치환
24.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25.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 함민복
26. 내가 백석이 되어 / 이생진
27. 내가 어둠이라면 당신은 별입니다 / 김대원
28. 삶이그대를 속일지라도 / 푸시킨
29. 진달래꽃 / 김소월
30. 단풍드는 날 / 도종환
31. 푸르른 날 / 서정주
32. 향기로운 사람 / 청학동 훈장
33. 그 목소리 한 번에 눈물 나는 사람 / 배은희
34. 현자(賢者) / 박영호
35. 호수 / 정지용
36. 당신의 큰 뜻 / 박현자
37. 국화 옆에서 / 서정주
38. 여승(女僧) /송수권
39. 희망 / 나태주
40. 기도 / 나 태 주
41. 내 마음이 메마를 때면/ 이해인
42.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윤동주
43. 세월은 / 조병화
44. 청포도 / 이육사
45.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 용혜원
46. 임의 침묵 / 한용운
47. 놓지 못할 인연 / 김설아
48. 우화의 강 / 마종기
49. 꽃잎 인연 /도종환
50.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 한용운
51. 새인봉 노래 / 범대순
52.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53. 내 안에 그대가 있습니다 / 이정하
54 '無心(무심)에 관하여' / 허형만
54. 숨기고 싶은 그리움 / 만해 한 용 운
55.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56. 연리지 / 황 봉 학
57. 수선화에게 / 정호승
58.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 정 희
59. 당신과 나의 한 해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 이채
60. 노을 치마 / 송수권
61.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 이근배
62. 바다의 영가 / 박두진
63.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64. 그대 이런 사람을 가졌습니까 / 손희락
65. 바람 부는 날의 풀 / 류시화 66. 혼자 사랑한다는 것은 / 이정하
67. 비천(飛天) / 박제천 -
68. 방문객 / 정현종
69. 떠나가는 배 / 박용철
70. 기다림 / 곽재구
71. 가는 길 / 김소월
72. 꽃그늘 / 나태주
73.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 도종환
74. 조용히 손을 내밀어 / 이정하
75.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 기형도
76. 향수(鄕愁) / 정지용
77. 인생은 구름이며 바람인것을 / 이해인
78. 보리피리 / 한하운
79. 그게 사랑이야 /공지영
80. 접시꽃 당신 / 도종환
81. 가을연가 / 강만
82. 그리운 이름하나 / 용혜원
83. 전라도 길/ 한하운
84. 놓지 못할 인연 / 김설하
85. 가을의 시 / 김옥림
86.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金顯承)
87.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나태주
88. 풍경달다 – 정호승
89. 지금 하십시오 / 촬스 스펄전
90. 인연서설 / 문병란
91. 호수 / 문병란
92.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
93. 참 빨랐지 그 양반 / 이정록
94. 광주가는 길 / 김종
95.그리움 / 청마 유치환
96.구노의 아베마리아
97.산문에 기대어 / 송수권
98.세월 / 지준성
99.바람에게 묻는다 / 나태주
100.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 나태주
101.그리움 / 나태주
102.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정채봉
103.가을의 기도/김현승
104.이 순간 / 피천득
105.행복 / 나태주
106.봄 / 나태주
107. 가는 길 / 허형만
108.그리움 그 위선(僞善) /정광훈
1.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2. 序 詩 / 윤 동 주
죽는 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3.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意味가 되고 싶다.
4. 약해지지 마 / 시바다 도요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5.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 안안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항상 푸른 잎새로 살아가는 사람을 오늘 만나고 싶다.
언제 보아도 언제나 바람으로 스쳐 만나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 밤하늘의 별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온갖 유혹과 폭력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언제나 제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의연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언제나 마음을 하늘로 열고 사는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오늘 거친 삶의 벌판에서 언제나 청순한 사람으로 사는
사슴 같은 사람을 오늘 만나고 싶다.
모든 삶의 굴레 속에서도 비굴하지 않고
언제나 화해와 평화스런 얼굴로 살아가는
그런 세상의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서
나도 그런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
아침햇살에 투명한 이슬로 반짝이는 사람,
바라다보면 바라다볼수록 온화한 미소로
마음이 편안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결코 화려하지도 투박하지도 않으면서 소박한
삶의 모습으로 오늘 제 삶의 갈 길을 묵묵히 가는
그런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 하나 고이 간직하고 싶다.
6.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7.나로 인해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 / 용혜원
나로 인해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놀라운 축복입니까?
내가 해준 말 한마디 때문에
내가 준 작은 선물 때문에
내가 베푼 작은 친절 때문에
내가 감사한 작은 일들 때문에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 땅을 살아갈 의미가 있습니다.
나의 작은 미소 때문에
내가 나눈 작은 봉사 때문에
내가 나눈 사랑 때문에
내가 함께 해준 작은 일들 때문에
누군가 기뻐할 수 있다면
내일을 소망하며 살아갈 가치가 있습니다.
8.너를 만나러 가는 길 / 용혜원
나의 삶에서 너를 만남이 행복하다
내 가슴에 새겨진 너의 흔적들은
이 세상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나의 삶의 길은 언제나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리움으로 수놓는 길
이 길은 내 마지막 숨을 몰아쉴 때도
내가 사랑해야 할 길이다
이 지상에서
내가 만난 가장 행복한 길
늘 가고 싶은 길은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9. 늘, 혹은 때때로 / 조병화
늘, 혹은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적적히 비어 있는 이 인생을
가득히 채워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때로는 아주 멀리보이지 않는 그곳에서라도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아직도 살아 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
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 노을인가.
10.아침의 향기 / 이 해 인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합니다.
오늘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향기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합니다.
오늘도
온유하게 녹아서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하는
정다운 벗이기를
평화의 노래이기를...
11.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 조 병 화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일이 어려서 기쁘리.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오늘이 지루하지 않아서 기쁘리.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을 늦춰서 기쁘리.
이러다가 언젠가는 내가 먼저 떠나
이 세상에서는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것으로 얼마나 행복하리.
아,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날이 가고 날이 오는 먼 세월이
그리움으로 곱게 나를 이끌어 가면서
다하지 못한 외로움이 훈훈한 바람이 되려니
얼마나 허전한 고마운 사랑이런가.
12. 나를 키우는 말 / 이해인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에는
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
내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에는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에는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이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13. 무엇이 성공인가? / 알프레드 랄프 에머슨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로부터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14. 시 / 나태주
마당 한 구석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환해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15.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 시 화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16. 歸天 /천 상 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17.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천리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가라앉을 때,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며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18. 4월의 노래 / 박 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19.가을 엽서 /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 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20.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다면 / 이정하
만나고 싶을 때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면
보고 싶을 때
언제라도 볼 수 있다면
이리도 마음 저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없기에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기에
그대는 정녕 내게 아픔입니다.
금방이라도 내게 다가와
따뜻한 손 내밀 것 같은 그대여,
그대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어디 있기에
이토록 더디 옵니까?
21.사평역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22.나그네 /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 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23.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희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무제 /이영도
오면 민망하고 아니 오면 서글프고
행여나 그 음성 귀 기우려 기다리며
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도 하니라
정작 마주 앉으면 말은 도로 없어지고
서로 야윈 가슴 먼 窓만 바라보다가
그대로 일어서 가면 하염없이 보내니라
-탑(塔) / 이영도
너는 저만치 가고 나는 여기 섰는데
손 한 번 흔들지 못하고 돌아선 하늘과 땅
애모는 사리로 맺혀 푸른 돌로 굳어라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님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유치환님의 부치지못한편지 中에서]
시인 청마 유치환과 이영도의 20여년에 걸친 플라토닉한 사랑은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는
전설과 같을 것이다. 사랑은 미완성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청마(靑馬)는 같은 학교에서 만난 이영도를 정신적으로 간절하게 애모하였다.이미 처 자식이 있는 상태였던 그는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고,
1967년(1908~) 2월 교통사고로 사망하기 전까지 20여년 동안 거의 매일 애절하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편지를 보냈다.
정운(丁芸) 이영도 선생이 1976년(1916~) 예순의 나이로 타계한 뒤 무남독녀 박진아씨가 유품을 정리하니 미리 써둔 유서와 청마에게서 받은 편지 5000여 통이 나왔다.
24.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25.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 함민복
배가 더 기울까봐 끝까지
솟아오르는 쪽을 누르고 있으려
옷장에 매달려서도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믿으며
나 혼자를 버리고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갈등을 물리쳤을, 공포를 견디었을
바보 같이 착한 생명들아! 이학년들아!
그대들 앞에,
이런 어처구니없음을 가능케 한
우리 모두는...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
침묵도, 반성도 부끄러운 죄다
쏟아져 들어오는 깜깜한 물을 밀어냈을
가녀린 손가락들
나는 괜찮다고 바깥 세상을 안심시켜주던,
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보았을
공기방울 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
아, 이 공기,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26.내가 백석이 되어 / 이생진
나는 갔다
백석이 되어 찔레꽃 꺾어 들고 갔다
간밤에 하얀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는데 길을 몰라도
찾아갈 수 있다는 신비한 신발을 신고 갔다
성북동 언덕길을 지나
길상사 넓은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젊은 여인들은 날 알아채지 못하고
차를 마시며 부처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까치는 내가 온다고 반기며 자야에게 달려갔고
나는 극락전 마당 모래를 밟으며 갔다
눈 오는 날 재로 뿌려달라던 흰 유언을 밟고 갔다
참나무 밑에서 달을 보던 자야가 나를 반겼다.
느티나무 밑은 대낮인데
참나무 밑은 우리 둘만의 밤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울었다
죽어서 만나는 설움이 무슨 기쁨이냐고 울었다
한참 울다 보니
그것은 장발이 그려놓고 간 그녀의 스무 살 때 치마였다
나는 찔레꽃을 그녀의 치마에 내려놓고 울었다
죽어서도 눈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손수건으로 닦지 못하고 울었다
나는 말을 못했다
찾아오라던 그녀의 집을 죽은 뒤에 찾아와서도 말을 못했다
찔레꽃 향기처럼 속이 타 들어갔다는 말을 못했다
*시인 백석(1912~1996)
천재적인 재능과 풘칠한 외모로 당시 모든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가 길을 지나가면 여자들이 자지러졌을 정도로...
그의 여인들 중에서 그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 기생 김영한(진향,법명 길상화)과의 러브스토리는 '로미오와 쥴리엣'만큼이나
애틋하고 애절하고 가슴 아린다.
백석이 함흥영생여자고보 교사로 재직하던 1936년, 회식 자리에 갔다가 기생 김영한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이 잘 생긴 로맨티스트 시인은 그녀를 옆자리에 앉히고는 손을 잡고,
"오늘부터 당신은 영원한 내 마누라야. 죽기 전 우리 사이 이별은 없어요"라는
일반인이 했슴 뺨을 후려 맞을 멘트로 김영한의 마음을 산다.
당시 백석은 사랑하는 김영한에게 '자야(子夜)'라는 아호를 지어줬다고 한다.
그렇게 둘은 첫눈에 사랑에 빠졌고 3년간 행복한 동거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장애물 없는 러브스토리가 어디 있으랴.
이들 사이에도 장애물이 등장하는데 집안의 반대였다.
백석의 부모는 기생과 동거하는아들을 탐탁지 않게 여겼고,
강제로 다른 여자와 결혼시켜 둘의 사랑을 갈라놓으려 했다.
그러나 여기서 굴복할 백석이 아니었다.
백석은 결혼 첫날밤도 치르지 않고 그의 여인 자야에게로 다시 돌아간다.
그리고 자야에게 만주로 도망가자고 제안한다.
그렇지만 자야는 보잘 것 없는 자신이 혹시 백석의 장래에 해가 되진 않을까 하는 염려로 이를 거절한다.
백석은 언젠간 자야가 자신을 찾아 만주로 올 것을 확신하며 먼저 만주로 떠난다.
그러나 잠시 동안이라고 믿었던 이별이 영원한 이별이 되고야 만다.
해방이 되자 백석은 오지 않는 자야를 찾아 만주에서 함흥으로 내려갔지만
자야는 당시 서울에 있는 상황이었다.
그후 3.8선이 그어지고 6.25가 터지면서 둘은 각각 남북으로 갈라져 다시는 마주하지 못하게 된다.
혼자 남겨진 자야는 아픔을 잊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벌기 시작했고
대한민국의 3대 요정 중 하나인 대원각을 세워 엄청난 재력가로 성장한다.
훗날 자야는 당시 시가 1000억원 상당의 대원각을 조건없이 법정스님에게 시주했다.
그 대원각이 바로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사찰 <길상사>가 된다.
평생 백석을 그리워했던 자야는 떠나기 전 이렇게 1000억원의 재산을 기부했는데,
아깝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1000억이 그 사람의 시 한줄만 못해"
*백석의 연보
.본명 백기행(1912.7.1~1995), 평북 정주. 오산고보 졸업
.1930(19세),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그 모와 아들) 당선
.일본 아오야마 영어학원 유학→영어교사 자격
.1934.조선일보 입사
.1936.함흥영생여고보 교사, 첫시집 ‘사슴’
.1939 만주로 가다
.해방 후 귀국→고당 조만식 비서,러시아 소설 번역→김일성 대학 강의, 창작 활동→숙청,협동농장 근무
*김영한 연보
.(1916~1999)기생 진향(미모,그림, 글씨) 법명 길상화, 아호 자야(子夜),중앙대 영문과 졸업
.요정 대원각 운영→부 축적→법정 스님의 ‘무소유’감명→전재산 법정 스님에게 기증→
도심 속 사찰 길상사 건립(1997) 성북동 대지7000여평,건물 40여동(당시 시가 1000억여원)
.백석문학상 제정(1997.2억원. 창작과 비평사)
.자야는 일년에 단 하루는 음식을 먹지 않았고(7월1일 백석의 생일),
그녀의 유언 "내가 죽으면 화장해서 길상사에 눈이 많이 내리는 날 뿌려달라"
27. 내가 어둠이라면 당신은 별입니다 / 김대원
내가 수(繡)라면
당신은 수틀이에요
나는 아름다울 수 있지만
당신 없이 안돼요.
내가 어둠이라면
당신은 별입니다
당신은 빛날 수 있지만
당신은 나 없이는 못해요
우리는 따로 떨어져서는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28.삶이그대를 속일지라도 /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쁜 날은 오고야 말리니
심장은 내일에 살고
현재는 우울한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29.진달래꽃 / 김소월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30.단풍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31.푸르른 날 /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32. 향기로운 사람 / 청학동 훈장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향기를 품고 태어난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향기가 있는 것이다.
향기로운 사람,
함께 마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멀리 있으면 늘 그리운 사람,
이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인가.
나는 오늘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33. 그 목소리 한 번에 눈물 나는 사람 / 배은희
미워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미워지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의지대로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의지대로 하고픈 사람이 있습니다.
하루에도 열두 번
맘 바뀌는 걸 알면서도
그 맘 모른 척 기다려지는
한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전화 한 통에 무너지고
그 목소리 한 번에
눈물 나는 사람이 여기에 있습니다.
마주 앉은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아는 척 해 주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미소 짓게 하는 사람.
서로의 눈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내 것으로 허락한다면,
그 누구보다 더
아껴 주고 싶은 단 한 사람입니다.
깨어있는 꿈으로도 꿈꿔지고,
잠들어 있는 꿈으로도
소망하고 픈 한 사람입니다.
어딜 가든 내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고 싶은 사람,
그렇게 늘 내 가까이에
두고픈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그 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가장
내가 사랑하는 당신입니다.
34.현자(賢者) / 박영호
삶의 그늘을 아무에게나 드리운 것은 아니다.
사나운 바람을 이겨내고
뜨거운 햇볕의 고통을 겪고 나야
비로소 그늘을 소유한 자가 된다.
삶의 혜안을 아무나 지닌 것은 아니다.
보기 싫은 것도 헤아려 볼 줄 알고
보고 싶은 것도 지나쳐야
비로소 밝은 지혜의 눈을 소유한 자가 된다.
35. 호수 / 정지용
얼굴 하나야
두 손바닥으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 같으니
눈 감을 밖에.
36.당신의 큰 뜻 / 박현자
이토록 작은 것이 잘 안 보이는 것은
대충 대충 큰 것만 보고
모든 걸 너그럽게 생각하라는
당신의 냉정한 충고인가요?
참으로 깜박 깜박 잘 잊는 것은
이승에 일들에 미련 두지 말고
훌훌히 떠날 준비를 서두르라는
당신의 준엄한 명령인가요?
모든 일에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은
겸손한 마음으로
선선히 자리를 양보하라는
당신의 준비된 배려인가요?
이렇게 잠이 오지 않는 것은
남은 날이 멀지 않으니
깨어 기도하라는
당신의 엄숙한 계시인가요?
37.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꽃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38. 여승(女僧) /송수권
어느 해 봄날이던가, 밖에서는
살구꽃 그림자에 뿌여니 흙바람이 끼고
나는 하루종일 방 안에 누워서 고뿔을 앓았다.
문을 열면 도진다 하여 손가락에 침을 발라가며
장지문에 구멍을 뚫어
토방 아래 고깔 쓴 여승이 서서 염불 외는 것을 내다보았다.
그 고랑이 깊은 음색과 설움에 진 눈동자, 창백한 얼굴
나는 처음 황홀했던 마음을 무어라 표현할 순 없지만
우리 집 처마 끝에 걸린 그 수그린 낮달의 포름한 향내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너무 애지고 막막하여져서 사립을 벗어나
먼발치로 바리때를 든 여승의 뒤를 따라 돌며 동구 밖까지 나섰다
여승은 네거리 큰 갈림길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뒤돌아보고
우는 듯 웃는 듯 얼굴상을 지었다
(도련님, 소승에겐 너무 과분한 적선입니다.
이젠 바람이 찹사운데 그만 들어가 보셔얍지요.)
나는 무엇을 잘못하여 들킨 사람처럼 마주서서 합장을 하고
오던 길로 뒤돌아 뛰어 오며 열에 흐들히 젖은 얼굴에
마구 흙바람이 일고 있음을 알았다.
그 뒤로 나는 여승이 우리들 손이 닿지 못하는 먼 절간 속에
산다는 것을 알았으며 이따금 꿈 속에선
지금도 머룻잎 이슬을 털며 산길을 내려오는 여승을 만나곤 한다.
나는 아직도 이 세상 모든 사물 앞에서 내 가슴이 그 때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으로 넘쳐흐르기를 기도하며
시를 쓴다.
39. 희망 / 나태주
그대 만나러 갈 땐
그대 만날 희망으로
숨 쉬고
그대 만나고 돌아올 땐
그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희망으로 또한
나는 숨 쉽니다.
40. 기도 / 나 태 주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사람을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더욱이나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스스로 묻고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41.내 마음이 메마를 때면/ 이해인
내 마음이 메마를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메마르게 하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내가 메마르고 차가운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이 외로울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버리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내가 외롭고 허전한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에 기쁨이 없을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내 기쁨을 빼앗아 가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나에게 기쁨과 평화가 없는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에서 희망이 사라질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낙심시키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내가 낙심하고 좌절하는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부정적인 일들이 남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오늘
나는 내 마음 밭에 사랑이라는
이름의 씨앗 하나를 떨어뜨려 봅니다.
42.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 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 때 자신에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 하루를
최선을 다하여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 자신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 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주는 말과 행동을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 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꿔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 때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놓아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43. 세월은 / 조병화
세월은
떠나가면서
기쁨보다는 슬픔을
더 많이 남기고 갑니다.
봄 여름이 지나가면서
가을을 남기고 가듯이
가을이 지나가면서
겨울을 남기고 가듯이
만남이 지나가면서
이별을 남기고 가듯이
사랑이 지나가면서
그리움을 남기고 가듯이
아, 세월이 지나가면서
내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빈 자리를 남기고 갑니다.
44.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45.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 용혜원
당신을 처음 만나던 날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착한 느낌, 해맑은 웃음
한마디, 한마디 말에도
따뜻한 배려가 있어
잠시 동안 함께 있었는데
오래 사귄 친구처럼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내가 하는 말들을
웃는 얼굴로 잘 들어주고
어떤 격식이나 체면 차림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하고 담백함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대가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만 같아
둥지를 잃은 새가
새 둥지를 찾은 것만 같았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오랜만에 마음을 함께
맞추고 싶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꽃 한 다발을 받은 것보다
더 행복했습니다.
그대는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
더 좋은 사람입니다...
46.임의 침묵 / 한용운
임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임은 갔습니다
푸른 산 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의 향기로운 임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임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배기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임은 갔지마는 나는 임을 보내지 아니 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임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47.놓지 못할 인연 / 김설아
추억으로 저장해두기에
당신은 너무 많이 가슴에 머물러 있는 사람
휴대전화에 저장된 이름 지우면
다시는 기억되지 않을 줄 알았다
사랑이라는 말이 소멸되지 않는 한
그리움은 영원히 존재하기에
지워버린 숫자가 가슴을 돌아다녔다
절대 잊힐 사람 아닌 거 알면서
절대 놓지 못할 인연인 거 알면서
가끔 멀리 있는 당신을 견디지 못하고
속이 좁아 이별을 이야기했다
사철 바뀌는 풍경 안에
영원이라는 말로 채워진 당신
또 다시 그리움 들창하나 생겨나
하염없이 열어 놓고
휴대전화에 당신을 적는다
당신 곁에 오래도록 사랑하며 있겠노라고...
48.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꾸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야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과 친하고 싶다.
49.꽃잎 인연 /도종환
몸 끝을 스치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마음을 흔들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저녁 하늘과 만나고 간
기러기 수 만큼이었을까
앞강에 흔들리던
보름달 수 만큼이었을까
가지 끝에 모여와 주는
오늘 저 수천 개 꽃잎도
때가 되면 비오고 바람 불어
속절없이 흩어지리
살아있는 동안은
바람 불어 언제나 쓸쓸하고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도
빛발과 꽃나무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과 같으리
50.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 한용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애처롭기까지 만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51. 새인봉 노래 / 범대순
새인봉을 만날 때까지
나는 바람이었다 구름이었다
그리움이었다
여기서 비로소 태어났다
여기서 나는 바위 위에
사투리로 말하는 산새가 되었다
산새는 새인봉 둘이면서 열 봉우리
노래가 멀리 긴 길 푸른 들에 닿는다
서울을 바다를 대륙을 욕심으로
내가 이방에서 눈이 사나울 때
새인봉은 늘 타고난 전라도
나에게 어머니를 일으켰다
돌아와 여기 서면 동으로 아침 해
그리고 지리산으로 동해로 백두산으로
서로는 다도해 제주 황해에 지는 해
아, 여기 서면 비로소 가난도 푸른 하늘이구나
52.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 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본 후론....
아!..... 어머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53. 내 안에 그대가 있습니다 / 이정하
부르면 눈물이 날 것 같은
그대의 이름이 있습니다
별이 구름에 가렸다고 해서
반짝이지 않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그대가 내곁에 없다고해서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이
식은 것은 아닙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사랑엔
늘 맑은 날만 있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찌 보면
구름이 끼여 있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난 좌절하거나 주저앉지 않습니다
만약 구름이 없다면
어디서 축복의 비가 내리겠습니까
어디서 내 마음과 그대의 마음을
이어주는 무지개가 뜨겠습니까
내 안에 그대가 있습니다.
54 '無心(무심)에 관하여' / 허형만
무심하다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뜬금없이 사십 년 간 소식을 몰랐던 대학동창이
자기도 무심했지만 절더러 더 무심하다 했습니다.
닫혀진 인연이 다시 열린다는 건 분명 전율입니다.
지금 열려있는 인연들도 언젠가는 모두 닫혀질 터이지만
세상에, 사십년 전 그 친구
육십의 고개를 넘어와 어느 풀밭에서 쉬다가
어쩌자고 문득 제 생각이 났을까요.
어쩌다가 사십 년 간 쳐둔 마음의 빗장이 열렸을까요.
그 친구와 통화를 끝내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늙어간다는 것은 고독해진다는 것이리라
고독해진다는 것은 마음의 빗장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리라
날은 흐리고 왠지 서글퍼졌습니다.
잊혀졌던 시간들이 일제히 튀어오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숱한 인연이 열리고 닫혔다.
서로를 생의 전부인 것처럼 따끈하게 안아들이던 인연들조차 덧없이 흩어졌다.
어수선한 세상 어느 풀밭을 파리한 모습으로 헤메고들 있을까
40 년만에 연락이 왔다고 놀랄 일도 아니다.
열려있는 인연들도 대개 무심 속에 묻혀있지 않은가
이제 남은 일은 황혼녘 문득 부음 한 장 받아들고 추억에 젖어 드는 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인연이 없으면 내 삶도 없지만 인연은 또한 그렇게 덧없는 것이다.
마침내 다시 볼 수 없는 시간이
가까워 졌다는 생각에 그저 서글퍼질 뿐이다.
54.숨기고 싶은 그리움 / 만해 한 용 운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어느 햇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안에서만 머물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람 같은 자유와
동심 같은 호기심을
빼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내게만 그리움을 주고
내게만 꿈을 키우고
내 눈 속에만 담고픈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눈을 슬프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 마음을 작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만을 담기에도 벅찬.
욕심 많은 내가 있습니다.
55.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다가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을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56. 연리지 / 황 봉 학
손 한번 맞닿은 죄로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하여
송두리째 나의 전부를 당신에게 걸었습니다
이제 떼어놓으려 해도 떼어놓을 수 없는
당신과 나는 한 뿌리 한 줄기 한 잎사귀로 숨을 쉬는연리지(連理枝)입니다
단지 입술 한번 맞닿은 죄로
나의 가슴 전부를 당신으로 채워버려
당신 아닌 그 무엇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는몸도 마음도 당신과 하나가 되어버려
당신에게만 나의 마음을 주는 연리지(蓮理枝)입니다
이 몸 당신에게 주어버린 죄로
이제 한 몸뚱어리가 되어 당신에게서 피를 받고
나 또한 당신에게 피를 나누어주는
어느 한 몸 죽더라도 그 고통과 함께 느끼는 연리지입니다
이 세상 따로 태어나 그 인연 어디에서 왔기에
두 몸이 함께 만나 한 몸이 되었을까요
이 몸 살아가는 이유가 당신이라 하렵니다
당신의 체온으로 이 몸 살아간다 하렵니다
당신과 한 몸으로 살아가는 이 행복
진정 아름답다 하렵니다
57. 수선화에게 / 정호승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 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씩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그대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 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58.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 정 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두 눈을 깊에 뜨고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와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 오르고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나날이 셔터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오 그러나 너는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59. 당신과 나의 한 해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 이채
신이 강을 이룰 때
이쪽과 저쪽을 가르지 아니하였고
신이 사람을 만들 때
높고 낮음을 정하지 아니하였거늘
우리는 어찌하여 강의 이쪽과 저쪽을 갈라서
있고 없고를 따지며
사람의 높고 낮음을 정하여
위치와 거리를 두는지요.
스스로 그늘을 만들지 않는 한
어디에도 햇살은 다녀가고
스스로 가치를 낮추지 않는 한
우리는 누구나 만물의 영장입니다.
강 저쪽에서 바라봐도
찬란한 노을은 언제나 아름답고
출렁이는 은빛 물결에
오늘도 더없이 행복한 마음
살다가 살다가
어느 날 천국의 문이 열리는 날
우리는 주머니 없는 하얀 옷을 입고
누구나 빈손으로 그곳으 가지요.
알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깨닫지 못하는 것도 아니건만
늘 망각의 동물이 되어
욕심만 쌓이고 쌓여 갑니다.
가졌다 하여
여섯 끼를 먹을 수 있으며
높다고 하여
한 평 넘게 누울 수 있을까요.
비록 가진 것 없어도
비록 높은 곳 아니어도
오늘도 맑고 고요한 하루, 또 하루에
당신과 나의 한 해가 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60.노을 치마 / 송수권
저기 저 노을이 수상쩍다
다산의 하피첩 세 권을 펼쳐 보았거든
사랑이여, 더는 사랑이라고 말하지 말라
홍씨 부인? 열 여섯 시집와서 장롱 깊숙이 묻어둔
저 노을 치마에 적힌 세세한 사연을 읽었거든.
'섣달, 천지는 모두 얼음인데 눈서리 찬 기운에
수심만 깊구료 희미한 등불 아래 앉았으니 천리 밖
당신 생각나는 병만 더 깊어가는데
이 한 목숨 어이할까요...?'
여섯 폭 치마 한 솔기씩 끊어 하피를 접는 밤
남은 한 솔기는 시집가는 딸에게 전하는 아비 마음
방울 방울 눈물로 어룽져서 저기, 저, 저문 바닷가
빨간 매조서정 한 폭이 피었구나
초당 오르는 대숲길 멀리,
저 노을 지고나면?
젊은이여, 사랑이 더 어떻다고는 말하지 말자
61.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 이근배
새들은 저희들끼리 하늘에 길을 만들고
물고기는 너른 바다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데
사람들은 길을 두고 길 아닌 길을 가기도 하고
길이 있어도 가지 못하는 길이 있다.
산도 길이고 물도 길인데
산과 산 물과 물이 서로 돌아누워
내 나라의 금강산을 가는데
반세기 넘게 기다리던 사람들
이제 봄, 여름, 가을, 겨울
앞 다투어 길을 나서는 구나
참 이름도 개골산, 봉래산, 풍악산
철따라 다른 우리~ 금강산
보라, 저 비로봉이 거느린 일만 이천 묏부리
우주만물의 형상이 여기서 빚고
여기서 태어났구나.
깎아지른 바위는 살아서 뛰며 놀고
흐르는 물은 은구슬 옥구슬이구나
소나무, 잣나무는 왜 이리 늦었느냐 반기고
구룡폭포 천둥소리 닫힌 세월을 깨운다.
그렇구나
금강산이 일러주는 길은 하나
한 핏줄 칭칭 동여매는 이 길 두고
우리는 너무도 먼 길을 돌아 왔구나
분단도 가고 철조망도 가고
형과 아우 겨누던 총부리도 가고
이제 손에 손에 삽과 괭이 들고
평화의 씨앗, 자유의 씨앗 뿌리고 가꾸며
오순도순 잘 사는 길을 찾아왔구나
한 식구 한솥밥 끓이며 살자는데
우리가 사는 길 여기 있는데
어디서 왔느냐고어디로 가느냐고
이제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62.바다의 영가 / 박두진
바다는 이미 나보다도 먼저 있었던 것일까?
내영혼이 태어나기보다도 먼저부터 바다는 저렇게 푸르르며 있고,
넘실대며 있고, 하나 가득 충만하며 있었던 것일까?
내 마음이 설레이고, 내 마음이 때로는 가라앉고 ,
때로는 노도처럼 거세이고, 때로는 쾅쾅 굴러 몸부림치듯,
바다는 나보다도 먼저인 먼 아득한 그 시원의 날로부터
설레이고, 가라앉고, 잠잠하고, 노하고, 뉘우치고, 한숨짓고,
절규하고, 손을 들고, 그리고는 뒤척이고,
미쳐서 뛰고, 통곡하며 있었던 것일까?
내 마음이 어느 날 그 칠옷처럼 깜깜하던 어둠,
그 태초의 태초와 같은 어두운 혼돈에서 별안간에 활활한
태양을 토해내듯, 바다도 저렇게 아침- 싱싱한 아침의 태양을
어둠으로부터 토해낼 땐, 바다는 바로 내 그때의 마음,
혼돈한 온갖 것을 용로처럼 끓이고, 활활히 불사르고,
뿜어올리고, 솟구치고 하다가, 그것을 바다는 가슴에다 안고 ,
볼에다 부비고 ,입으로 입맞추고, 빨아서 달디달게 꿀처럼 삼키다가
그 가슴 속 속 깊이에서, 가슴속에서, 태양은 태양을 낳고,
빛은 빛을 낳고, 열은 열을 낳고, 사랑은 사랑을 낳고,
불길은 불길을 낳고, 혁명은 혁명을, 피는 피를 낳고 하는 것인데,
내가 갑자기 그러다가 어느 날, 가슴에 솟던 해가 느닷없이 떨어져,
빛은 빛으로 더불어 죽고, 어둠은 어둠으로 더불어 죽고,
사랑은 사랑으로, 미움은 미움, 절망은 절망으로, 죽음은 죽음으로
더불어 죽을 때, 바다가 절망하면 가슴이 절망하고,
바다가 뉘우치면 가슴이 뉘우치고, 바다가 반역하면 가슴이 반역하고,
바다가 노호절규하면 가슴이 노호절규하고,
바다가 일제히 손을 들면 가슴도 일제히 손을 들고,
바다가 달아나면 가슴도 막 달아나고,
바다가 달겨들면 가슴도 막 달겨들고, 바다가 번쩍 칼을 물면
가슴도 칼을 물어,
아, 바다가 죽으면 가슴도 죽는다.
바다는 일찍이, 바다는 내 먼 영혼의 가슴, 푸르디 푸른
내 영혼의 가슴, 바다는 내 안, 내 혼, 아가처럼 가슴에 안겨서,
혼에 싸여서 자랐다.
63.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64.그대 이런 사람을 가졌습니까 / 손희락
살아갈수록 힘이 들고
어깨의 짐이 무거워질 때
목소리만 들어도
기쁨이 넘치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슴이 답답해서
터질 것 같은 날에
불쑥, 찾아가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서도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추억이 파도치는
바닷가 찻집을 향해서
무작정 떠나고 싶을 때
편안한 동행으로
내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위험이 따르는 신행길에
앞서가는 지팡이처럼
긴 세월 변함없이
장애물 걷어주며
묵묵히 지켜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밀폐된 삶의 봉인을 뜯고
친구처럼
연인처럼
내 가슴 활짝 열어 보일 수 있는
그대 이런 사람을 가졌습니까?
65.바람 부는 날의 풀 / 류시화
바람 부는 날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굳게 잡아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 주고 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다.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가를 보아라.
66.혼자 사랑한다는 것은 / 이정하
그립다는 것은
아직도 네가 내 안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지금은 너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볼 수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내 안 어느 곳에
네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내 안에 있는 너를
샅샅이 찾아내겠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가슴을 후벼파는 일이다.
가슴을 도려내는 일이다.
67. 비천(飛天) / 박제천 -
나는 종이었다.
하늘이 내게 물을 때, 바람이 내게 물을 때
나는 하늘이 되어 바람이 되어 대답하였다.
사람들이 그의 괴로움을 물을 때 그의 괴로움이 되었고
그의 슬픔을 물을 때 그의 슬픔이 되었으며
그의 기쁨을 물을 때 그의 기쁨이 되었다.
처음에 나는 바다였다.
바다를 떠다니는 물결이었다
물결 속에 떠도는 물방울이었다.
아지랑이가 되어 바다 꽃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싶은 바램이었다.
처음에 나는 하늘이었다.
하늘을 흘러 다니는 구름이었다.
구름 속에 떠도는 물방울이었다.
비가 되어 눈이 되어 땅으로 내려가고 싶은 몸부림이었다.
처음에 그 처음에 나는 어둠이었다.
바다도 되고 하늘도 되는 어둠이었다.
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그리움이며 미움이며 말씀이며 소리였다.
참으로 오랫동안 나는 떠돌아 다녔다 .
내 몸 속의 피와 눈물을 말렸고,
뼈는 뼈대로 살은 살대로 추려 산과 강의 구석구석에 묻어 두었고
불의 넋 물의 흐름으로만 남아 땅 속에 묻힌 하늘의 소리
하늘로 올라간 땅 속의 소리를 들으려 하였다,
떠돌음이여, 그러나 나를 하늘도 바다도 어둠도 그 무엇도
될 수 없게 하는 바람이여, 하늘과 땅 사이에 나를 묶어두는
이 기묘한 넋의 힘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게 하는
이 소리의 울림이여.
68.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69.떠나가는 배 / 박용철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아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야.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간다.
70.기다림 / 곽재구
이른 새벽
강으로 나가는 내 발걸음에는
아직도 달콤한 잠의 향기가 묻어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 중
눈빛 초롱하고 허리통 굵은 몇 올을 끌어다
눈에 생채기가 날 만큼 부벼댑니다
지난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강둑에 매인 채 출렁이고
작은 물새 두 마리가 해 뜨는 쪽을 향하여
힘차게 날아갑니다
사랑하는 이여
설령 당신이 이 나루터를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다 해도
내 기다림은 끝나지 않습니다
설레이는 물살처럼 내 마음
설레이고 또 설레입니다.
71. 가는 길 /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72.꽃그늘 / 나태주
아이한테 물었다
이 담에 나 죽으면
찾아와 울어 줄 거지?
대답 대신 아이는
눈물 고인 두 눈을 보여주었다.
73.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 도종환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연의 하나처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서둘러 고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기다림으로 채원간다는 것입니다
비어 있어야 비로소 가득해지는 사랑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 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몸 한 쪽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아
골짝을 빠지는 산울음소리로
평생을 또돌고도 싶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흙에 묻고
돌아보는 이 땅위에
그림자 하나 남지 않고 말았을 때
바람 한 줄기로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 사는 동안 모두 크고 작은 사랑의 아픔으로
절망하고 뉘우치고 원망하고 돌아서지만
사랑은 다시 믿음 다시 참음 다시 기다림
다시 비워두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찢긴 가슴은
사랑이 아니고는 아물지 않지만
사랑으로 잃은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찾아지지 않지만
사랑으로 떠나간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비우지 않고 어떻게 우리가
큰 사랑의 그 속에 들 수 있습니까
한 개의 희고 깨끗한 그릇으로 비어 있지 않고야
어떻게 거듭거듭 가득 채울 수 있습니까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다시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74.조용히 손을 내밀어 / 이정하
내가 외로울 때
누가 나에게 손을 내민 것처럼
나 또한 나의 손을 내밀어
누군가의 손을 잡고 싶다.
그 작은 일에서부터
우리의 가슴이 데워진다는 것을
새삼 느껴보고 싶다.
그대여
이제 그만 마음 아파하렴.
75.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 기형도
가라, 어느덧 황혼이다
살아 있음도 살아 있지 않음도 이제는 용서할 때
구름이여, 지우다 만 어느 창백한 생애여
서럽지 않구나 어차피 우린
잠시 늦게 타다 푸시시 꺼질
몇 점 노을이었다
이제는 남은 햇빛 두어 폭마저
밤의 굵은 타래에 참혹히 감겨들고
곧 어둠 뒤편에선 스산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우리는 그리고 차가운 풀섶 위에
맑은 눈물 몇 잎을 뿌리면서 落下하리라
그래도 바람은 불고 어둠 속에서
밤이슬 몇 알을 낚고 있는 흰 꽃들의 흔들림!
가라, 구름이여,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해
이제는 어둠 속에서 빈 몸으로 일어서야 할 때
그 후에 별이 지고 세상에 새벽이 뜨면
아아,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우리는
서로 등을 떠밀며 피어오르는 맑은 안개더미 속에 있다.
76.향수(鄕愁) /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傳說(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집웅,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 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77. 인생은 구름이며 바람인것을 / 이해인
그 누가, 날더러 청춘이 바람이냐고 묻거든
나, 그렇다고 말 하리니
그 누가, 날더러 인생도 구름이냐고 묻거든
나, 또한 그렇노라고 답하리라
왜냐고 묻거든,
나, 또 말하리라
청춘도 한번 왔다 가고, 아니 오며
인생 또한 한번가면, 되돌아 올 수 없으니
이 ! 어찌,,,,,,,
바람이라 !
구름이라 ! 말하지 않으리요.
오늘, 내몸에 안긴 겨울 바람도,
내일 이면, 또 다른 바람이 되어
오늘의 나를 외면하며, 스쳐 가리니
지금, 나의 머리 위에 무심이 떠가는 저 구름도,,,,,,
내일이면, 또 다른 구름이 되어서,,,,,
무량한 세상 두둥실 떠가는 것을
잘난 청춘, 못난 청춘,
스쳐 가는 바람 앞에 머물지 못하며,
못난 인생, 저 잘난 인생,
흘러가는 저 구름과 같을 진데,,,,,,,
어느 날, 세상 스쳐 가다가
또 그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 가는 생을 두고,
무엇이 청춘이고,
그 무엇이 인생이라고,
따로 말을 하리까,,,,,,
우리네 인생,
바람과 구름과 다를바 없는것을,,,,,,
78.보리피리 / 한하운
보리 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꽃 청산(靑山) 어린 때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人間事)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ㄹ 닐니리.
79.그게 사랑이야 /공지영
그거 말이야.
좋은 옷 보면 생각나는 거,
그게 사랑이야.
맛있는 거 보면 같이 먹고 싶고,
좋은 경치 보면 같이 보고 싶은 거,
나쁜 게 아니라 좋은 거 있을 때,
여기 그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거, 그게 사랑인 거야.
사랑한다는 것은
오래 지켜봐 주는 거라는 거.
지금 하늘이 무너지면
그 사람 달려와 줄 거다,
생각하게 하는 거.
80.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저 많은 묵정 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약한 얼굴 한 번 짖지 않으며 살려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어야 할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살아온 날처럼,
부끄럼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어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보잘 것 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을 참으로 짧지만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 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81.가을연가 / 강만
가을이 되어도
나의 기다림은 아직 끝나지 않았네
기어이는 만나야 할 사람
아직은 외진 기슭 들꽃으로나 피어있는지 혹은
어느 강가 해오라기 한 마리로 서 있는지
내 사랑의 기척은 아득하기만 한데
나무들은 서둘로 붉은 잎으로 지상의 길을 지우네
타는 노을 속 길마저 잃어버리면
내 사랑은 영영 멀어져
정녕 이 생애에는 인연이 닿지 않으려나
조이는 가슴 애잔하여라
세상의 그리움들이 쓸쓸히 여위어
이 가을도 시나브로 지고 말면
나는 피를 말려 어느 산등성이 억새로나 서 있을까
억새로 서서 지상의 길 다시 열릴 때까지
바람 속 하얀 눈물 한 방울씩 보내며 기다릴까
가을이 되어도 나의 기다림은 아직 끝나지 않고
그리움의 푸른 강물만 자꾸 깊어 가는데
사랑이여
시린 맨발로 그 강물 언제 건너오려나
언제 건너 오려나
82.그리운 이름하나 / 용혜원
내 마음에 그리운 이름 하나 품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합니까
눈을 감으면 더 가까이 다가와
마구 달려가 내 가슴에 와락 안고만 싶은데
그리움으로만 가득 채웁니다
그대만 생각하면 삶에 생기가 돌고
온몸에 따뜻한 피가 돕니다
그대만 생각하면 가슴이 찡하고
보고픔에 울컥 눈물이 납니다
세월이 흐른다 해도 쓸쓸하지만은 않습니다
내 가슴에 그리운 이름 하나
늘 살아있음으로
나는 행복합니다.
83.전라도 길/ 한하운
-소록도로 가는 길-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 길.
84. 놓지 못할 인연 / 김설하
저장해두기에 당신은
너무 많이 가슴에 머물러 있는 사람
휴대전화에 저장된 이름 지우면추억으로
다시는 기억되지 않을 줄 알았다
사랑이라는 말이 소멸되지 않는 한
그리움은 영원히 존재하기에
지워버린 숫자가 가슴을 돌아다녔다
절대 잊힐 사람 아닌 거 알면서
절대 놓지 못할 인연인 거 알면서
가끔 멀리 있는 당신을 견디지 못하고
속이 좁아 이별을 이야기했다
사철 바뀌는 풍경 안에
영원이라는 말로 채워진 당신
또 다시 그리움 들창하나 생겨나
하염없이 열어 놓고
휴대전화에 당신을 적는다
당신 곁에 오래도록 사랑하며 있겠노라고
85.가을의 시 / 김옥림
가을엔 단풍에 고이 적어 보낸
어느 이름모를 산골 소녀의 사랑의 시가 되고 싶다
가을엔 눈 맑은 새가 되어
뒷동산 오솔길 풀잎 위에 아침 이슬 머금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햇푸른 사랑의 노래이고 싶다
가을엔 눈빛 따스한 햇살이 되어
시월 들판을 풍요롭게 하는 대자연의 너그러운 숨결이고 싶다
가을엔 모두를 사랑하고 모두를 용서하고 모두와 화해하고
잊혀져간 소중한 이름들을
하나 하나 떠올리며 해맑은 기도를 드리고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게 간절한 열망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가을엔 나 보다 더 외로운 이들에게 따스한 가슴으로 다가가
그들의 야윈 손을 잡아 주고 싶다
가을은 겸손과 감사의 계절
가을은 풍요와 사랑의 계절 가을엔 그 모두에게 읽혀지고
기억되어지는 사랑의 시가 되고 싶다
86.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金顯承)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어조 : 담담하고 차분한 어조
심상 : 비유와 상징
구성 :
1연 - 아버지의 존재
2연 - 아버지의 희생
3연 - 아버지의 사랑
4연 -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는 아버지
5연 - 아버지의 고독
6연 - 아버지의 존재
7연 - 자식들의 성장과 순수에서 고독을 치유 받는 아버지
제재 : 아버지
주제 : 아버지의 사랑과 희생, 그리고 고독 (출전 : 절대 고독)
87.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에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 아내의 답글
너무 고마워요,
남편의 병상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나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로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나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시 외의 것으로는 화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꽃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예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나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
평생을 시골과 소도시 공주의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임한 나태주 시인은 한때 병원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을 만큼 중병을 앓았었다.
병석에서 생사의 기로에 선 자신보다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에 대한 안쓰러움이 더 컸기에
그 마음을 하나님께 하소연하며
기도하는 내용의 시를 마지막 편지처럼 썼다.
그리고 아내는 그 시에 답장을 썼다.
이런 부부가 많아진다면
세상 참 아름답겠지요?
가슴 따뜻해지는 부부의
예쁜 기도문에 감동입니다
88. 풍경 달다 /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89. 지금 하십시오 / 촬스 스펄전
할일이 생각나거든 지금 하십시오.
오늘 하늘은 맑지만 내일은 구름이 보일른지 모릅니다.
어제는 이미 당신의 것이 아니니
지금 하십시오.
친절한 말 한마디가 생각나거든
지금 하십시오.
내일은 당신의 것이 안 될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나 곁에 있지는 않습니다.
사랑의 말이 있다면 지금 하십시오.
미소를 짓고 싶다면 지금 웃어주십시오.
당신의 친구가 떠나기 전에
장미가 피고 가슴이 설렐 때
지금 당신의 미소를 보여주십시오.
불러야 할 노래가 있다면 지금 부르십시오.
당신의 해가 저물면
노래 부르기엔 너무나 늦습니다.
당신의 노래를
지금 부르십시오.
90. 인연서설 / 문병란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
이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가는 일이다
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결에도 곱게 무늬 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가는 일이다
오가는 인생길에 애틋이 피어났던
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
가시덤풀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
사랑은 하나가 되려나
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
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
잠 못 드는 바닷가에 모래알로 부서지고
사랑은 서로의 가슴에 가서
고이 죽어가는 일이다.
91.호수 / 문병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밤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수한 어깨들 사이에서
무수한 눈길의 번득임 사이에서
더욱더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
시간의 변두리로 밀려나면
비로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수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고
수많은 사람을 사랑해버린 다음
비로소 만나야할 사람
비로소 사랑해야할 사람
이 긴 기다림은 무엇인가.
바람 같은 목마름을 안고
모든 사람과 헤어진 다음
모든 사랑이 끝난 다음
비로소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여
이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여.
92.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그것이 인연이라고...
93. 참 빨랐지 그 양반 / 이정록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 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면내에서 오토바이도 그 중 먼저 샀고
달리기를 잘해서 군수한테 송아지도 탔으니까
죽는 거까지 남보다 앞선 게 섭섭하지만
어쩔 거여 박복한 팔자 탓이지
읍내 양지다방에서 맞선 보던 날
나는 사카린도 안 넣었는데
그 뜨건 커피를 단숨에 털어 넣더라니까
그러더니 오토바이에 시동부터 걸더라고
번갯불에 도롱이 말릴 양반이었지
겨우 이름 석자 물어 본 게 단데 말이여
그래서 저 남자가 날 퇴짜 놓는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어서 타라는 거여
망설이고 있으니까 번쩍 안아서 태우더라고
뱃살이며 가슴이 출렁출렁하데
처녀적에도 내가 좀 푸짐했거든
월산 뒷덜미로 몰고 가더니
밀밭에다 오토바이를 팽개치더라고
자갈길에 젖가슴이 치근대니까
피가 쏠렸던가 봐
치마가 훌러덩 뒤집혀
얼굴을 덮더라고
그 순간 이게 이녁의 운명이구나 싶었지
부끄러워서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정말 빠르더라고
외마디 비명 한 번에 끝장이 났다니까
꽃무늬 치마를 입은 게 다행이었지
풀물 핏물 찍어내며 훌쩍거리고 있으니까
먼 산에다 대고 그러는 거여
시집가려고 나온 거 아녔냐고
눈물 닦고 훔쳐보니까
불한당 같은 불곰 한 마리가 밀 이삭만 씹고 있더라니까
내 인생을 통째로 넘어뜨린
그 어마어마한 역사가 한순간에 끝장나다니
하늘이 밀밭처럼 노랗더라니까
내 매무새가 꼭 누룩에 빠진 흰 쌀밥 같았지
얼마나 빨랐던지 그때까지도 오토바이 뒷바퀴가 하늘을 향해
따그르르 돌아가고 있더라니까
죽을 때까지 그 버릇 못 고치고 갔어
덕분에 그 양반 바람 한번 안 피웠어
가정용도 안 되는 걸 어디 가서 상업적으로 써먹겠어
정말 날랜 양반이었지
94.광주 가는 길 / 김종
희망을 섬기는 의로운 사람들이
깃발을 앞세우고 기도하던 곳, 광주
그렇다 광주는 음악소리 아름다운 별들이 내리는 곳이다
그렇다 광주는 한나절 태양이 팔 벌려 어깨동무하고
고통이나 시련도 사랑으로 곰삭아 익어가는 곳
이야기가 살아있고 감동으로 물결치는 춤과 노래가 있고
대빗자루 같은 붓을 들어 시대와 풍속을 그리는 사람들
이름하여 광주, 광주를 보러가는 사람은 행복하다
광주를 찾아가서 인기척을 배우고 손 내밀어 악수하고
볼 부비고 얼싸안고 그리고 귀 기울이면
거기 물소리처럼 지나가는 맑은 기운의 광주가
우리네 간절한 세월을 한자리 꽃밭으로 일구어 간다
사랑하자 사람들이여 광주를 사랑하자
눈 맞추자 사람들이여 광주를 눈 맞추자
보듬어 안아 올려 광주의 눈썹과 배꼽과 머리와 이마를 넘어서자
죽음의 골짜기에서 살아 돌아 온 광주의, 광주의 양어깨를 사랑하자
세계의 이목이 하나로 집중된 광주의 정열을 사랑하자
삼가 주마등처럼 아름다운 청춘의 도시를
그 모닥불 같은 섬광 같은 해돋이를 보러가자
산천초목도 감동하는 정신을 보러가자
예술을 보러가자.
95.그리움 / 청마 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96.구노의 아베마리아
Ave Maria (라틴어가사)
Ave Maria, gratia plena
Dominus tecum
Benedicta tu in mulieribus
et benedictus fructus ventris tuis Jesus.
Sancta Maria, Sancta Maria, Maria
Ora Pro nobis
Nobis peccatoribus
Nunc et in hora, in hora mortis nostrae
Amen. Amen.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주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도다!
성모 마리아여, 성모 마리아여, 마리아여
이제와 우리 죽을 때에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으소서.
아멘, 아멘
97.산문에 기대어 /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 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 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옴을
*송수권의 출세작이기도 한 「산문에 기대어」는 이듬해 『조선일보』 신춘문예 응모자가 이 시를 표절한 사건으로 더욱 유명세를 치른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송수권을 논할 때면 꼭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이 시는 많은 평자들의 관심 속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아 왔다. 김용직은 「산문에 기대어」를 통해 "법화경을 터득했음직한 불교 정신 또는 저 월명사나 충담사의 향가 정신에서 오는 神性化된 삶의 '부활 의지'로써 면면한 가락을 감지할 수 있었다"9) 고 평하였다. 최동호는 이 시가 "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를 통해 "죽은 자의 부활을 노래하고 있다"고 보았다.10) 한편 이사라는 「산문에 기대어」를 생사의 이항 대립이라는 구도로 파악하면서, 그 가운데 역전 기능을 하는 '물'과 '돌'이 있어 궁극적으로는 재생의 체계를 이끌고 있음을 기호학적 측면에서 고찰하였다.11) 「산문에 기대어」라는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시와 관련된 슬픈 사연 하나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송수권에게는 어질병 환자였던 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군에서 제대한 뒤 자살한다. 그때 동생 나이가 24살이었다. 이 시에서 '누이'는 곧 남동생이며, 이 작품은 한 마디로 '젊어서 자살한 내 남동생의 죽음에 바쳐진 비가'라 할 수 있다.12) 송수권이 "세 살 때 모친이 일종의 종양인 <주마담>이란 병을 얻어서 낳은 아이, 젖도 못 빨고 비실비실 하던"13) 그런 동생에 대한 그리움이니, 이것이 '애지고 막막'한 그리움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다만 '여승'에 대한 그리움이 '깨끗하고 순수한 사랑'을 지향하고 있다면, 동생에 대한 그리움은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 두고 /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 그렇게 만나는 것을'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곧 '재생의 의지'와도 같다. '山門'이란 무엇이냐. 사전에 의하면, 산문은 절의 누문(樓門)을 가리키는 것으로 삼문(三門)이라고도 한다. 사찰의 본당을 열반(涅槃)으로 비유하여 건물의 문은 하나이지만, 산문은 열반에 이르는 세 가지 해탈문(解脫門)을 말한다. 즉, 공문(空門)·무상문(無相門)·무작문(無作門)이다. 한편, 산문은 절의 상징으로 쓰여 절을 뜻하기도 하며, 종단의 한 문중(門中)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에서의 산문은 단순히 절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경계의 문으로, 윤회와 재생을 상징하는 것이다. 시에서는 '눈썹'으로 떠도는 넋의 이미지가 死의 공간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 '눈썹'이 누이의 '가을 산 그리메(그림자)에 빠'진 채 떠돌고 있다. 이는 이승에서 못 다 풀다 간 한(恨)의 덩어리인 동생에 대한 엄숙한 은유라고나 할까. 한편 '눈썹'은 죽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재생의 삶으로 나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에서의 중요한 핵심은 '일어서던 것을'이다. 일어선다는 것은 상승의 의미이며 긍정의 표현이다. 슬픔의 고통을 극복하고 견디면 그 끝에서,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재생의 시작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누이의 혼은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 같이 살아오'기도 하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 같이' 다가와 '그렇게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곧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일 수도 있으며, '누이야 ∼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란 그러한 재생 혹은 윤회의 모습을, 그 의미를 누이에게 전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그러한 재생의 순간을 위해 송수권은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며 살아가는 것이다. 누이의 재생으로서의 삶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옴을' 누이도 살아서 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리고 송수권의 이러한 간절한 마음과 누이에 대한 그리움은 '보는가'라는 설의법 속에서 더욱 '애지고'의 상승 효과를 노리는 듯하다. 이 시를 둘러싼 불교에 대한 배경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이 시를 쓰게 된 보다 근원적인 힘은 바로 동생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98.세월 / 지준성
자라서 어른이 되고픈 어릴적엔
느림보였던 세월
어른이 되어서는 사는 것이 벅차
돌아보지도 못한 세월
쉬엄쉬엄 가고픈 나에게
어서 가지 재촉하네
세월에 밀려 늙어가기보다
세월을 머금고 익어가고 싶다.
99.바람에게 묻는다 / 나태주
바람에게 묻는다.
지금 그 곳에는 여전히
꽃이 피었던가
달이 떴던가
바람에게 듣는다
내 그리운 사람
못 잊을 사람
아직도 나를 기다려
그곳에서 서성이고 있던가
내게 불러줬던 노래
아직도 혼자 부르며
울고 있던가
100.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 나태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101. 그리움 / 나태주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102.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정채봉
하늘나라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 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단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
그의 어머니는 아들딸
둘을 남기고 20살에 세상을 떴다.
그때 그의 나이 3살이었다.
아버지는 일본에 가서 연락을 끊었다.
그는 여동생과 함께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랬으니 그는 일평생 어머니를
그리며 살았을 것이다.
정서적인 충족을 받지 못한 그는
슬픔도 외로움도 혼자 꾹꾹 누르며
살았을 것이다.
그의 맘속에서 혼자 불렀을 "엄마"
라는 소리가 메아리쳐 들리는 듯하다.
엄마 사랑의 결핍 때문이었을까?
그도 엄마를 따라 55살의 젊은
나이에 눈을 감았다.
"단 5분 만이라도,
엄마가 온다면 원이 없겠다"
가슴에 절절히 다가오고 이해가 된다.
중년이 된 남자가 20살에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모습이 신비하고 숙연하다.
갓난아기에게도 소년에게도
중년이 되고 노년에 이른 남자에게도
어머니는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다.
그의 시를 읽고
새삼 어머니가 그리웠다.
전화를 드려 "언제든 어머니 목소리
듣고 싶을 때 들을 수 있으니 너무
좋네" "나도 그러네"
매일 전화를 드리지만 더 자주
전화를 드려야겠다.
어머니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이 큰 기쁨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103.가을의 기도(祈禱)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104. 이 순간 / 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드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황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드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 가는 때가 오드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105. 행복 / 나태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106. 봄 / 나태주
봄이란 것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일가?
아직은 겨울이지 싶을 때 봄이고
아직은 봄이겠지 싶을 때 여름인 봄
너무나 힘들게 더디게 왔다가
너무나 빠르게 허망하게
가버리는 봄
우리네 인생에도
봄이란 것이 있었을까?
107. 가는 길 / 허형만
이제부터는 그냥
웃기만 하기로 했다.
실성했다 해도
허파에 바람 들었다 해도
이제부터는 그냥
웃기만 하기로 했다
내가 가는 길
훤히 트이어 잘 보이므로
108.그리움 그 위선(僞善) /정광훈
내게, 그리움 몇 있다
가슴에 잔잔한,
심장에 박혀 토하지 못한
그런 그리움
때로,
애달픔이다 눈물이다
마흔아홉에 당뇨로 떠나신
아버지
여든 넘어 치매로 세상 분간
없이 가신 어머니
아버지는
갓난 손자의 손을 쥔 채
흐르는 눈물 두고
어머니는
마른 입을 열려고 애쓰시다가
그렇게 또 그렇게
풀썩, 옛집 뒷산에 계신다
그때부터 수수 십년,
위선의 그리움으로 심장에 박힌 한(恨)을 토하고 있다
고백한다
"나는 불효자 입니다".
첫댓글 정암 선생님 애송 시 마치 임천이 선택한듯 한편,한줄 스쳐자날 수 없어 노트에 옮겨 써 보며 되돌려 읽기도 합니다.오늘은 "풀꽃, "세월은" "서시""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흔들리며 피는 꽃"까지 필사합니다.계속 하겠습니다.
청마 유치환의 5000여통의 연서에 얽힌 이영도 시인과의 플라토닉 사랑, 두분의 절제된 詩로 아름답게 흔적을 남겼군요,
갑산 근처에 있다는 "오누이 설화"이야기, 크리코락백 주연의 "천국의 계단?"영화의 신부와 수녀간의 프라토닉 우정도 연상 됩니다.
이생진 시인의 "내가 백석이 되어"를 읽으며 20대 청춘으로 불태웠던 백석과 자아의 영원한 연정 눈물겹군요,우리의 "나비설화""베르디의 "라트라 비아타": 톨스토이 "부활"세스피어의"로미오외 줄리앚""마농":"초원의 빛"오패라의 유령"미스 사이공"-------"千億이 그 사람의 시 한줄만 못해."--자아는 그의 추억에 환희하며 외쳤응 것이다.:사랑은 미완성을 통해 비로소완성되는 것이다"라고----------
38번 ":女僧"에서 쉬어갑니다. 송시인의 청소년기에 여인에 대한 순수하고 아름다운 속 마음 느겨집니다.
"나는 아직도 이 세상 모든 사물 앞에서 내 가슴이 그때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사람으로 넘쳐흐르기를 기도하며 詩를 쓴다."
임천도 그랬지만 청소년기에는 또래보다는 좀더 원숙한 이웃 누이들 또래 여인들에게 첫정을 쏫은듯합니다. 저희 젊은시절 영화 "치와 동정", "가방을 든 여인","첫사랑"등----회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