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추수감사절 예배때 ‘일에 대한 감사’라는 글과 2011년 추수감사절 예배때 ‘삶에 대한 감사’라는 글을 낭독했었다.
이번 글은 전혀 계획하지 않았는데 지난 금요일 새벽. 글에 대한 영감을 주님께서 주셨다.
3년 전. 돌아가신 김○○사장님께 나는 ‘빚진 자’다.
○○기업을 2008년 6월 4일에 입사하여 만12년이상을 근무하고 퇴사했다. 사장님께서 내가 퇴사하기 며칠 전.
지병으로 갑작스레 별세하셨기에 마음 편히 퇴사를 하였다. 그것은 주님의 인자하심이었고, 나의 기도 응답이었다.
얼마나 주님은 정확하신 분인지...정하신 때가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입사 전. 오래 근무했던 세무사무소를 퇴사하고, 전업주부 생활을 3년쯤 했었다.
그때 사장님은 자신의 회사에 여건이 된다면 나를 채용하시겠다고 미리 언급하셨다.
영세한 회사 규모를 알고 있던 나는 별 기대없이 인사치레로만 대답했다.
이후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으로 인해 가족구성원이 체납자가 되고, 집이 국세청으로 압류될 위기에 처했다.
당장 집의 명의를 내 명의로 변경해야만 했다. 명의이전 비용은 2백만원.
당시 경제 형편이 나빴기에 난감했지만, 돈보다 집이 중요했기에 어떻게든 비용을 마련해야 했다.
그러나 막상 주변에 돈을 빌릴만한 여유로운 사람이 없었다.
결국 사장님을 만나서 어렵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흔쾌히 송금을 약속하시고, 바로 이행해주셨다.
그때는 회사 규모에 비해 자금력이 좋았었다. 참고로 사장님은 항상 허름한 행색에 고동색 슬리퍼를 신고
다니시는 검소한 분이셨다.
사장님 덕분에 명의이전을 무사히 마치고, 주님의 은혜로 약 5천만원의 체납문제는 결국 3년만에 종결 지어졌다.
입사 후. 사장님께 돈을 갚겠다고 말씀드리자 갚지말라고 완강하게 말씀하셨다. 자신에게 그 돈은 필요없다는 것이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말씀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런 사장님께 보답하기 위해 성실하게 근무했다.
비좁은 사무실에 창문도 없었지만, 감사와 기쁨으로 일했다. 사장님은 마치 가족처럼 편하고 유쾌하게 대해주셨다.
때때로 업무 방해를 할 정도로 수다스러운 분이셨지만.
그분은 비록 하나님을 믿지 않았지만, 물욕이 없으셨다. 댓가없이 2백만원의 돈을 주셨고,
교회에도 지속적으로 후원을 해주셨다. 단지 본인이 기쁘다는 이유였다.
한 가지 아쉬운것은. 그분이 하나님을 끝까지 영접하지 않은 것이다.
여러번 기회가 있었음에도 하나님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복음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으셨다.
귀있는자는 들어야하는데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닫혀버렸다.
지금도 가끔 사장님이 떠오른다. 벌써 3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기억이 난다.
특히 행색이 초라한 노인들을 보면 생각이 난다.
모친을 일곱살때 여의고, 권위적인 아버지께 사랑받지 못해 늘 외로운 분이었다.
나에게 말을 많이 하신것도 마땅히 들어줄만한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내면의 말들을 쏟아내신 분이다. 마치 동파된 수도 파이프가 터져 물이 쏟아지듯 말이다.
그분에게 나는 빚진 자이다. 그분에게 항상 감사를 드린다. 나에게 아낌없이 돈을 주신 것,
채용해주신 것, 끝까지 신뢰해주신것에 대한 감사와 공동체에 후원하신것을…
그리고 예수님께 빚진 자이다. 나를 위해 목숨까지 버리셨으니 가장 큰 빚이다.
어떻게 빚을 청산할까? 이 빚은 영원히 청산할 수 없을 것이다.
로마서 1장14절. 사도바울의 고백이 떠오른다.
“헬라인이나 야만인이나 지혜 있는 자나 어리석은 자에게 다 내가 빚진 자라”
왜 그가 빚진 자라고 했는지 이제는 공감할 수 있다. 나도 하나님과 사장님께 빚진 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외의 여러 사람들에게도 빚진 나.
하나님과 예수님의 은혜를 어떻게 보답할까? 평생토록 보답할 수 없는 은혜를......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