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선란(不二禪蘭)
임보
추사(秋史)의 난화(蘭畵) ‘불이선란’은
그림보다는 그 화제(畵題)로 더 유명하다
그는 화가가 아니라 서예가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최근 한 젊은 미술사가*가
화제의 기존 해석들이 오류라고 지적했다
‘부작란화이십년(不作蘭花二十年)’은
‘부정란화이십년(不正蘭花二十年)’의 오독
즉
‘蘭의 그림을 그리지 않은 지 20년’이 아니라
‘엉터리 蘭과 함께한 20년’의 뜻이고,
‘시위달준(始爲達俊)’은
‘비위달준(妃爲達준*)’의 오독
즉
‘처음에 달준이라는 사람을 위해 그렸다’가 아니라
‘왕비로 하여금 대수롭게 여기지 않게 하라’의 의미로 풀었다
기존의 해석이 맞든
새로운 해석이 맞든
추사는 왜 글씨를 그렇게 헷갈리게 썼을까?
세상이 너무 무식한 걸까?
세상을 농락하겠다는 의도가 혹 있었을까?
오늘의 시라는 글도
세상을 그렇게 헷갈리게 한다면?
좋은 글일 수 없다!
* 『추사난화』를 펴낸 이성현 미술사가.
* ‘준’의 한자는 俊의 亻변이 없는 글자임.
(문학과 창작 2018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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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늘 활기차고 행복한 시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좋은 글 많이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