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전 아시죠?
저는 그동안 흥부가 대박난 것은 오로지 제비 덕분인지 알았더니.. 아니었습니다.
그 일이 있기 전에 어떤 스님이 흥부의 딱한 처지를 불쌍히 여겨 명당집터를 잡아 주었고
그때부터 차차 형편이 나아지다가 결국 제비를 만나 고생 끝 행복 시작.. 그렇게 되었더군요.
심청전에 심봉사가 부처님께 공양미 시주를 하고 눈을 뜨더니
결국 흥부도 스님 덕분이었군요,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흥부가에서 제가 해당되는 부분을 추려 놓았으니
한 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
동편제 박록주바디 판소리 흥보가 (일부발췌)
흥보가 건너간다. 흥보가 건너간다. "형님 소인놈 문안이요" "예, 거 성씨가 뉘댁이시오."
"아이고 형님 흥보동생을 모르시오?" "예, 나는 오대차 독신으로 아우가 없는 사람이요." "비나니다. 비나니다. 형님 전의 비나니다. 살려주오. 살려주오 불쌍헌 동생을 살려주오. 그제께 하루를 굶은 처자가 어제 점도록 그저 있고 어저께 하루를 문드러미 굶은 처자가 오늘 아침을 그저 있사오니.. 인명은 재천이라. 설마헌들 죽사리까마는 여러 끄니를 굶사오면 하릴없이 죽사오니 형님 덕택의 살거지다. 벼가 되거든 한 섬만 주시고 쌀이 되거든 닷 말만 주시고 돈이 되거든 닷 냥만 주옵시고 그도 저도 정 주기가 싫으시면 니명이나 싸래기나 양단간의 주옵시면 죽게 된 자식을 살리겄소. 과연 내가 원통허오. 분하여서 못 살겄소. 천석꾼 형님을 두고 굶어 죽기가 원통헙니다. 제발 덕분의 살려주오." "오, 니가 바로 그 흥보냐. 네 이놈 심심허던 판에 잘 왔다. 얘 마당쇠야 대문 걸고 아래 행랑 동편 처마 끝에 지리산에서 박달 홍두깨 헐라고 쳐내 온 검목 있느니라. 이리 가지고 나오너라. 이런 놈은 그저 복날 개 잡듯 잡아야 되느니라."
놀보놈 거동 봐라. 지리산 몽둥이를 눈우에 번 듯 들고 "네 이놈 흥보놈아! 잘 살기 내 복이요, 못 살기는 니 팔자, 굶고 벗고 내 모른다. 볏섬 주자헌들 마당에 두지안에 다물다물이 들었으니 너 주자고 두지 헐며, 전간 주자 헌들 천록방 금궤 안에 가득가득이 환을 지어 떼돈이 들었으니 너 주자고 궤돈 헐며, 찌갱이 주자 헌들 구진방 우리 안에 떼돼야지가 들었으니 너 주자고 돛 굶기며, 싸래기 주자 헌들 황계 백계 수백마리가 턱턱하고 꼭꾜우니 너 주자고 닭 굶기랴?" 몽둥이를 들어 매고 "네 이놈 강도놈 !" 좁은 골 벼락 치듯, 강짜싸움에 계집 치듯, 담에 걸친 구렁이 치듯 후닥딱 철퍽..
"아이고 박 터졌소!" "이놈!" 후닥딱, "아이고 형님 허리 부러졌오.!" 흥보가 기가 맥혀 몽둥이를 피하랴고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대문을 걸어놓니 날도 뛰도 못 허고 그저 퍽퍽 맞는디 안으로 쫓겨 들어가며 "아이고 성수(형수)씨 사람 살려주오! 아이고 성수씨 날 좀 살려주오!" 아 이러고 들어가거들랑 놀보 기집이라도 후해 전곡간에 주었으면 좋으련만 놀보 기집은 놀보보다 심술보 하나가 더 붙었던 것이었다. 밥 푸던 주걱을 들고 중문에 딱 붙어서서 "아니 여보, 아주뱀이고 도마뱀이고 세상도 귀찮아 죽겄네. 언제 나한테 전곡 갔다 겼든가? 아나 밥, 아나 쌀, 아나 돈!" 허고 뺨을 때려 놓니, 형님한테 맞는 것은 여반장이요. 성수한테 뺨을 맞어 놓니 하날이 빙빙 돌고 땅이 툭 꺼지난 듯..
"여보 성수씨, 여보 여보 아주머니, 성수가 씨아재 뺨 치는 법은 고금천지 어디가 보았소? 나를 이리 치지 말고 살지 중지 능지를 허여 아주 박살 죽여주오. 아이고 하나님, 박흥보를 벼락을 때려 주면 염라국을 들어가서 부모님을 뵈옵는 날은 세세원정을 아로련마는 어이 허여 못 죽는 거나" 매운 것 먹은 사람처럼 후후 불며 저의 집으로 건너간다.
흥보 마누래가 밖을 나와 보니 건넌 산 비탈길에서 작지 집고 절뚝절뚝 오는 모양이 돈과 쌀을 많이 가져 오는 듯 하거날 흥보가 당도허니 "여보 영감 얼마나 얻었소. 어디 좀 봅시다." "날 건드리지 말어." "아니 또 맞었구료." "시끄러 그런 것이 아니라 형님댁을 건너갔더니 형님 양주분이 어찌 후하던지 전곡을 많이 주시기에 가지고 오다가, 요 넘어 강정 모퉁이에서 도적놈에세 싹 빼앗기고 이렇게 매만 실컷 맞았네."
흥보 마누래가 이말을 듣고 힘없이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그런대도 내가 알고 저런대도 내가 아요. 차라리 내가 죽을 라요." 밖으로 우루루루루루루 뛰어나가 석가래에 목을 매고 죽기로만 작정을 허니 흥보가 달려들어 "아이고 여보 마누라, 그대가 죽고 내가 살면 어린 자식들은 어이 헐거나. 차라리 내가 죽을라네!" 둘이 서로 부여잡고 퍼버리고 앉아 울음을 우니 자식들도 모두 설리 운다.
이리 한참 설리 울제, 그때여 흥보를 살리랴고 도승이 나려오난디, 중 나려온다. 중 하나 나려온다. 저 중의 거동을 보소. 허디헌 중 다 떨어진 송낙 요리 송치고 저리 송치고 호흠벅 눌러쓰고 노닥노닥 지은 장삼 실띠를 매고 염주 목에 걸고 단주 팔에 걸어 소상반죽의 열두 마디 용두 새긴 육환장 채고리 길게 달아 처절철 철철 흔들흔들 흐늘거리며 나려올 제 염불 허고 나려온다. 아아 에 에 에 에에 으으 으으으으으 아아아아 아아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상내소수 공덕해요. 회양삼처 실원만 봉위 주상전하 수만세요. 왕비전하 수제년 세자전하 수천추 국태민안 법륜전 나무아미타불" 흥보문전을 당도허여 개 쿼겅컹 짖고 나면 "이 댁에 동냥왔오.!" 흥보가 깜짝 놀래 "여보 마누라 우지 마오. 밖에 중이 왔으니 우지를 마오."
흥보가 나가 보니 중이 왔거날 "여보 대사님, 내 집을 둘러보오. 서발 장대를 휘둘러도 거칠 것이 없는 집이요." 저 중이 대답허되, "소승은 걸승으로 댁 문전을 당도허니 곡소리가 낭자키로 생사가 미판이라 무삼 연고가 계신지요." 흥보가 대답허되 "권솔들은 다솔 허고 먹을 것은 없어 죽기로 작정하고 우난 길이요." "불쌍하오. 복이라 허는 것은 임자가 따로 없는 것이니 소승 뒤를 따르시면 집터 하나를 잡아 드리리다." 박흥보가 좋아라고 대사 뒤를 따러간다. 이 모롱을 지내고 저 고개를 넘어 서서 한곳을 당도허여 그 자리에서 우뚝 서더니마는 "이 명당을 알으시오? 천하지 제일강산 악양로 같은 명당이니 이 명당에다 대강 성주를 허시되 임좌병향 오문으로 대강 성조를 허게 되면, 명년 팔월 십오일에는 억십만금 장자가 되고 삼대진사 오대급제 병감사가 날 명당이 적실허니 그리 알고 잘 지내오." 한 두 말을 마친 후의 눈을 들어 사면을 둘러보고 손을 곱아 무엇을 생각터니 안홀불견 간 곳이 없다.
그제야 흥보가 도승인줄 짐작허고 있던 집을 헐어다가 자리에다 집을 짓고 살아갈 제 차차 차차 살림이 나아지거늘 하루는 흥보가 좋아라고 집터글자를 붙여본 즉 "겨울동자 갈거자 삼월삼질에 올래자 봄춘자가 좋을시고, 행화분분 도화요 이화만지 불개문 허니 실실동풍의 꽃화자 나비접자 펄펄 춤출무자가 좋을시고, 꾀꼬리 수리룩 날아 노래 가(歌)자가 좋을시고 기난 건 짐생수 나는 것은 새조라, 쌍쌍이 왕래허니 제비연자가 좋다."
하루난 제비 한 쌍이 날아 들거날 흥보가 좋아라고 "반갑다 저 제비야. 고루거각을 다 버리고 궁벽강촌 박흥보 움막을 찾아드니 어찌 아니 기특허랴." 수십일 만에 새끼 두 마리를 깠는디, 먼저 깐 놈은 날아가고 나중 깐 놈이 날개공부 힘을 쓰다 뚝 떨어져 다리가 작각 부러졌것다. 흥보내외 어진 마음으로 명태껍질을 얻고 당사실을 구하여 부러진 다리를 동여 매여 제 집에 넣어 주며 "부디 죽지 말고 살아 멀고 먼 만리 강남을 평안히 잘 가거라." 미물의 짐승이라도 흥보 은혜 갚을 제비거든 죽을 리가 있겠느냐?
☞ 심청이도 안 믿었다, 공양미 300석 <진우스님> http://cafe.daum.net/santam/IQ3h/1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