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
임보
내 손은 아주 작다
몸집이 작으니 손발이 클 리가 없다
내가 청소년이었을 적
지나가던 무당이 내 손을 보고
워매, 저 손으로 뭘 헐까 잉!
너무 곱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래서 그랬을까?
큰 쟁기를 들 수도 없어 농부도 못 되고
큰 그물을 당길 수도 없어 어부도 못 되고
큰 칼을 휘두를 수도 없어 장군도 못 되고
큰 돈을 거머쥘 수도 없어 사업가도 못 되고
그저 만만하게 쥘 수 있는 건
조그마한 분필이나 펜
그래서 나는 한평생 학교에서 밥벌이를 하고
여가가 나면 몇 줄의 글을 써 보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시인이 된 건
작은 내 손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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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손 / 임보
운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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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09
18.12.03 07:11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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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무슨 일을 해낼려면 손이 두툼해야 하는가 보다!
세상은 손으로 쥐는 것이 아닌줄 압니다.
ㅎㅎㅎ 잘 보았습니다.
올 겨울에도 늘 행복한 시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큰 손 가진 이들 교만할 거 없습니다
부처님 손바닥 이지요
교수님의 젊은 시절이 그랬던가 봅니다.
요새는 모든 것이 자동이라 손 작은 것이 별로 흠이 되질 않습니다.ㅎ
버튼만 잘 누르면 되나?
손이 작아야 귀족 같지요. 손이 크면 도듁놈 손이라고 하데요.
큰손은 선비의 손으로 어울리지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