獻헌
임보
동짓달 초하루
조부님 기일을 맞아 축문을 쓰는데
끄트머리쯤 가서 한 글짜가 또 헷갈린다
‘……恭伸奠헌 尙 饗’의
그 ‘드릴 헌’자가 걸린다
그 글자가 까다로워 보통은 속자(俗字)로
南에 犬을 붙여 쓰기도 하는데
그렇게 쓸 수가 없다
어려서 축문을 익힐 때
그 글자가 어려워 속자로 쓰면
조부님께서 정자로 다시 고쳐 주시곤 했다
가물가물해서
옥편을 펼쳐놓고 그 글자를 다시 익힌다
虍 + (력) + 犬
(력)에 들어갈 획수가 만만찮다
一 口 冂 八 一 丨
가까스로 짜 맞추어
어렵게 ‘獻’자를 그려낸다
조부님께서 아마도 그러실 것만 같다
‘이 녀석, 평생을 두고
글자 하나에 눌려 헤어나질 못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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獻(헌) / 임보
운수재
추천 1
조회 219
18.12.08 07:2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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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자 익히기가 참 어럽다.
선비의 골곧은 마음가짐이 느껴집니다.
獻
20획
넘 많아요
반자로 안될까요
ㅎㅎ 저는 한자는 대강 읽기는 읽으나 쓰는 것은 내이름 석자 밖에 못씁니다. ㅎㅎㅎㅎ
잘 보았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늘 행복한 시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한자가 어렵다고 간자체를 만들어 써
결국 중국 뿐만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역사의 단절을 가져온 중국의 문화 정책
은 큰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좀 어려워도 정자체나 간자체나 어려운건
오십보 백본데....ㅋ
그런면에서는 한글의 우수성이 자랑스럽습니다...!
생활 속에서는 간편한 간자나 속자를 써도 무방하겠지요.
그런데 내 조부님께서는 제문을 쓸 때만큼은 간자나 속자로 쉽게 쓰지 말도록 가르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