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질문에 대한 대답
―「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에 화답함
임 보
도마뱀은 딸기밭에서 물감을 사 오고
소금은 물고기 비늘에서 투명함을 빌어 오며
석탄은 천만 년의 잠 속에서 얼굴을 태운다
꿀벌은 엄마 젖꼭지에서 꿀의 맛을 처음 맡고
솔은 봄꽃들에 주눅들어 제 향기를 결심하고
오랜지는 보름달을 보며 둥근 믿음을 배우고
연기는 굴뚝을 빠져나오며 공중을 나는 법을 익히고
뿌리들은 목이 마를 때 서로를 도닥이며 이야기를 나눈다
별들은 한밤중 은두레박으로 샘물을 길어올리고
전갈은 낙타의 발굽에 맞서려 매운 독을 품게 되고
거북이는 온종일 물에 떠 명상하며 해탈을 꿈꾸고
그늘이 사라지는 곳은 어디일까? 빛의 입 속이다
빗방울이 부르는 노래는 ‘물과 바람의 판타지’
새들이 마지막 눈을 감은 곳은 열반의 언덕
나뭇잎이 초록인 건 꽃들에게 고운 색을 양보함이고…
우리가 알고 싶은 건 끝도 없어
열심히 묻고 배우고 하건만
그래도 세상은 모르는 것 투성이라고?
그래서 단지 질문하다 사라질 뿐이라고?
그러니 세상은 얼마나 살 만한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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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 - 파블로 네루다
어디에서 도마뱀은
꼬리에 덧칠할 물감을 사는 것일까
어디에서 소금은
그 투명한 모습을 얻는 것일까
어디에서 석탄은 잠들었다가
검은 얼굴로 깨어나는가
젖먹이 꿀벌은 언제
꿀의 향기를 처음 맡을까
소나무는 언제
자신이 향을 퍼뜨리기로 결심했을까
오랜지는 언제
태양과 같은 믿음을 배웠을까
연기들은 언제
공중을 나는 법을 배웠을까
뿌리들은 언제 서로 이야기를 나눌까
별들은 어떻게 물을 구할까
전갈은 어떻게 독을 품게 되었고
거북이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늘이 사라지는 곳은 어디일까
빗방울이 부르는 노래는 무슨 곡일까
새들은 어디에서 마지막 눈을 감을까
왜 나뭇잎은 초록색일까
우리가 아는 것은 한 줌 먼지만도 못하고
짐작만이 산더미 같다
그토록 열심히 배우건만
우리는 단지 질문하다 사라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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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네루다 시인과 대구를 하셨군요,
교수님 옆에 계시니 우린 아주 편합니다.
네루다의 이 시를 많은 이들이 좋아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화답의 시를 써 보았는데 반응들이 신통찮군요!
교수님 잘 보았습니다.
늘활기차고 행복한 시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질문하면 답하고, 그 답에 질문하면 또 답하며
마침내는 그러다가 사라지는것 안닌가요?
옮겨 갑니다, 선생님
! 좋아하는 시인님의 시에 답시를 쓸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
좋아하는 시인님의 명시에 패러디 시도 써 보니
의미있는 글 이 될수 있습니다 .
시인님의 시를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구독 합니다 .
감사 합니다 ..
志行
졸시를 아껴 주시니 고맙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