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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 오즈의 <노르웨이 국왕> 중에서 우리 키부츠, 키부츠 예캇에는 즈비 프로비조르라는 남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쉰다섯의 키 작은 노총각으로 눈을 깜박거리는 버릇이 있었다. 그는 지진이나 비행기 추락, 건물 붕괴로 인한 압사 사건, 화재, 홍수 등의 흉한 소식을 먼저 듣고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좋아했다. 새벽부터 신문과 라디오에서 모든 뉴스를 수집한 뒤 공동식당 입구에서 우리를 붙잡고는 중국 어딘가에서 광부 이백오십 명이 갱도에 꼼짝없이 갇혀 있다거나 카리브 해에 몰아친 폭풍우로 여객선이 뒤집혀 승객 육백 명이 익사했다는 등의 뉴스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 또한 그는 부고를 외우기도 했다. 유명인이 죽으면 가장 먼저 알고서 키부츠 전체에 그 소식을 알리는 사람도 그였다. 그는 허리띠에 매달고 다니는 조그만 트랜지스터라디오로 흉흉한 소식들을 끊임없이 주입받았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거 들었어요? 앙골라에서 대학살이 벌어졌대요.” 또는 이런 말도 했다. “종무 장관께서 별세하셨다는군요. 십 분 전에 발표가 났어요.” 어느 날 저녁, 즈비 프로비조르는 근처 벤치에 홀로 앉아 있는 루나 블랑크라는 여자에게 말을 건넸다. “그거 들었어요?” 그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스페인에 있는 어느 고아원에 불이 나서 여든 명이나 되는 애들이 연기에 질식해 죽었다고 하네요.” 학교 선생님인 마흔다섯 살 과부 루나는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끔찍한 일이네요.” “구출된 생존자가 세 명 뿐이랍니다.” 즈비가 말했다. “그런데 생존자들도 상태가 위중하대요.” 뒤이어 즈비는 수단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메뚜기 떼의 습격에 대해 자세히 묘사했다. 루나가 말했다. “당신은 정말 예민한 사람이에요.” 즈비는 눈을 재빠르게 깜빡거리며 말했다. “수단에서는 지금 신록을 찾아보기가 힘들대요.” 루나가 물었다. “왜 세상의 모든 슬픔을 어깨에 지고 계시는 거예요?” 즈비가 대답했다. “삶의 잔혹함을 못 본 척한다는 것은 어리석고도 죄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요. 그러니까 최소한 알고라도 있어야죠.” 출전: <친구사이>(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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