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아주 힘이 들었다.
느림보 둘을 인솔한다는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얼굴 뻘개가지고 다그치면 역효과를 낼터이니 그냥 침묵의 행동으로.....
서두가 너무 길었다.
어서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새벽같이 버스를 타니 부지런한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타고 있다. 역시...
와이프 친구 식구들이 혼자 힘들지 않게 갈 수 있도록 자리를 잡는다.
그 와중에 오늘 45명이 한차로 가야된다는 무서운 현실과 접한다. (엄청난 경쟁력이 던져주는 부담감)
어설픈 점유권 행사에 뜻하지 않게 뒤늦게 타는 회원들의 불편함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출발!
어떻게 회원들의 양보를 얻어 다행히 같은 부분의 자리를 잡고 첫 휴게소에 들른다.
김밥으로 아침을 때운다 했는데 많이 보던 국통, 밥통 등이 등장한다.
김밥 나눠주려던 것을 업그레이드 시켜서 든든한 아침밥을 먹도록 바꿨다고 한다.
평소 길가다가 길가에 거지같이 밥먹는다고 뭐라 케샀던 와이프는 어떻게 아침을 맞이할까?
워쩌긴 워째....ㅋㅋ
혼자하면 못하지만 다같이 하면 저절로 적응하게 된다.
그게 이치가 아니던가~
즐겁게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나로도로 향한다.
즐거운 첫경험이었으리라~
가는 내내 곯아 떨어져 자는 식구들이 얄밉다.
밤늦게 뭐했길래 잠도 안 자놓고 차에서 저렇게 편하게 자느냐 말이다.
밖에 구경이라도 하고 가면 얼마나 좋은가~
목적지 도착해서 산책길 같다던 봉래산을 오른다.
허얼~!!
현과롱의 말로는 그냥 편안한 완만한 산책길이라 했는데 근데....
조선놈들 천지 믿을 놈이 없다.
초반부터 아찔한 급경사가 우리를 위협한다.
진행자인 대현이도
"어! .... 그때는 이렇게 안빡셨었는데...? 산이 자라나? " 카면서 땀을 질질 흘리며 놀라는 눈치다.
예전 그때는 체력이 좋아서 이렇게 고바위치는 것도 못느꼈으리라...
충분히 이해는 하겠는데
지금, 이해는 내가 해야할 것이 아니었다.
입이 툭 튀어나온 나영과 마눌은 두눈을 꼬라보며 오만상 죽는 얼굴을 해서
내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건 말했던 것과 완전 틀리잖아! 라며
즉, 사기꾼이라는 거다.
이러이 너네 아빠 우에 믿겠노! 케사며 앞으로 절대 못 믿는다고 투정까지 부린다. -_-';;
쩝.... 우짜노?
우야기는... 나도 내 코가 석자다.
너무 빡셔 정신이 없다.
진짜 이리 힘들지 상상도 못했다. 뭐 이리 가파르게 오르막이냐?....
온 몸에 땀을 뻘뻘 흘리며 빠득빠득 기어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뭐라 말은 못하고 눈치만 보며
곧 오르막이 끝난다는 말만 외쳐대며 오른다.
오죽하면 대박이가 내 짐을 덜어 자기배낭에 넣어서 가겠는가~
든든한 의리의 친구! (친구란 이런 것이다. )
뭐든 만만하게 보면 절대 안된다...
어휴~ 이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편백나무 숲에 가서 놀라하고 나 혼자 기어갈건데....
이만큼 올라왔으면 어쩔수 없다.
그래도 어린 애들은 젊어서 잘 올라간다.
문제는 집사람이다.
평소 골프친다고 야단법석 뜰며 까불어 대더니.... 보니까! 지 친구보다 걷는게 형편없다.
아마 본인도 뭔가 크게 느꼈으리라.
다른 회원들에게 민폐나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맨뒤에 오는 집사람을 독촉하고 달래며 오른다.
능선이 시작되니 아름다운 숲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원시의 이쁜 숲길이 너무 이쁘다.
힘들때는 보이지도 않던 것들이 보이니 집사람도 조금 얼굴상태가 나아진다. ㅎㅎ
그렇게 걷고 걸어 정상을 찍고
이쁜 편백나무숲으로 들어가니 그제서야 환성이 터진다.
그래, 이런게 자연의 기쁨이지...
식성좋게 점심도 조금씩 회원들에게 얻어먹고 그렇게 나로도 산행을 끝내고
이제는 배를 타러 항구로 나간다.
배를 탄다니 다들 신명타서 활력이 솟구쳤고 그 와중에 현과롱이 준비한 회와 통닭이 주어진다.
신나게 먹는데 나영이는 평소와 달리 먹지를 않는다. 엥?
야가 다른 사람 눈을 의식하지는 않을낀데... 왜그러지...
애도 쑥섬에 들어가는 배는 이쁘게 꾸민 애도 전용 선박이다.
이쁘게 치장해 놓은 배를 타고 들어갈 때는 애들이 좋아서 비명을 질러댄다.
이제 뭔가 흐뭇한게 온다.
배타는 시간이 너무 짧은게 흠이었지만 충분히 즐겼다.
연홍도 반틈 크기의 애도는 아기자기하게 이쁘게 꾸며놨다.
섬 주민들의 따뜻한 정성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 너무도 좋았다.
특히, 정상에 있는 꽃밭에서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기쁨, 아마 즐거움을 넘어 뭔가 많이 느꼈으리라.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받은 식구들은 과연 어떻게 느꼈을까?
다 내려와서는 비가 내린다.
양보의 미덕을 발휘 제일 앞에서 자꾸 뒤로 뒤로 가다보니 결국 제일 마지막으로 배를 타고 나왔다.
비는 실컷 맞았는데 기분이 더 업된다.
오늘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언제고 꼭 오늘을 그리워하는 그런 날이 오겠지?
우리는 추억을 쌓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
나영이와 아빠의 멋진 모습~ ㅎㅎ(짜식 많이 컸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