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한 소설
詩 최마루
무료한 날에 성냥개비로 집을 짓다가 라이터로 집을 태워버렸습니다
아침마다 세면을 하고 노곤한 저녁마다 습관적으로 취침을 합니다
애인을 생각하다가 애창곡을 부르면 질퍽한 사랑이 농염하게 익어갑니다
정의는 불타고 별은 빛나고 달빛에 짓눌린 상념에 애만 타들어갑니다
김밥 옆구리가 터져 비빔밥으로 둔갑시켜버렸더니 더더욱 맛있었습니다
문득 내가 나를 사랑해보니 참으로 아늑한 행복감을 느껴보았습니다
폭풍이 불면 언덕위에 금발을 휘날리던 캐서린이 진저리치게 생각납니다
< - 폭풍의 전야제 - >
차례상을 보아하니 후손을 위한 조상님이 구천에 궁전을 짓고 계셨습니다
못생긴 꽃도 향기와 이름이 있고 만상으로 귀한 생명이 숨 쉬고 있었습니다
보고픈 이가 애타게 생각나면 그날은 밤새 마음깊이에 초상화를 그려갑니다
비가 나릴 때마다 추억을 먹고픈 가슴에는 어떠한 화전으로 구워질까요!
심난할 때마다 산 너머에 걸린 달빛이랑 동질감의 사랑들을 키워왔습니다
근심에 휩싸인 어느 날 취기에 넘어져버린 자만이 불끈 증오스러웠습니다
예로부터 범인은 언제나 예사롭지 못할 죄상들을 흉상처럼 남기고 사라집니다
< - 한 맺힌 심경 - >
생활고에 엎어질 때마다 지폐의 정교한 디자인이 심히 애잔만 해보입니다
사진 속에 뵈이는 저 얼굴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대체 어디에서 뵈었을까요!
한 잔의 술에 수년의 눈물이 농축액마냥 고여 있음을 시련 끝에 깨달아갑니다
시샘 많은 이들은 심성이 희미해지고 매사에 불안한 발걸음도 총총해져갑니다
게임 속에 언제나 영웅이고 싶어서 키보드와 마우스만을 질타해버렸습니다
계절내내 마음에 쌓인 상흔들을 냉혹한 겨울은 찬연한 눈빛으로 보상해주었습니다
간혹 전화기에 흘러나오는 낭랑한 음성이 보편적인 성향의 리듬만 같습니다
( - 삶에 핀 애증의 꽃 - >
시어처럼 살고파도 궁색한 삶은 늘 소설속의 주인공으로 분해 놓아버립니다
내가 진정 누구인들 즉 사후에야 속 시원히 투명하게 바라볼 수나 있을까요!
온종일 휘돌다가 파리한 육체를 뉘우는 자정이면 진정 살맛을 체감해봅니다
매 끼니를 한참 즐기다가 내 살아가는 이유가 단순할 때면 수저를 놓아봅니다
아침을 맞을 때 저녁이 그리운 날이면 그날은 사연이 물밀 듯이 몰려옵니다
추억은 머리로 먹고 맛은 입으로 먹지만 번뇌는 대체 어떻게 먹어야할까요!
그리운 이의 얼굴은 해바라기 같고 사랑에 굶주린 이는 싯벌건 장미의 몰골입니다
< – 중략에 ~ 계속하여 애정이 심히 요동치는 중 >
언제나 내 마음과 달리 타인의 검은 속은 베링해와 같이 냉혹히도 차가웠고
알 수 없는 심연처럼 깊었으며 거대한 대양같이 참으로 암담만 했었습니다
때로 누군가 나를 평온히 부를 때면 좋을 때나 나쁠 때의 애매한 경계에서
가끔 진지해져가는 바람만이 아늑하게 호출해주길 진솔하게 바래왔습니다
< - 흔들림의 심란한 파경 - >
어쩌다 짧은 비음의 곡절에 테너같은 휘파람을 찾아서 밤새도록 떠돌다가
나는 못내 캄캄한 이승의 잔주름들을 히스클리프의 잔인한 고독들과 만나서
슬픈 사랑의 눈물을 저승에까지 수없이 삼킨 채로 무수히 괴로워만 했습니다
< - 지독한 곡절의 좌초 - >
이어
진지한 파문들은 생애의 미학으로 호출하여 역사의 세기마다 남겨진 채
분노의 언덕에 올랐으니 일평생의 영광된 축으로 아름다이 되새긴 후
이내 파리해진 삶을 굳건하게 찾아서는 여느 희망의 끝자락까지
다난한 행복을 이끌고는 뉘의 허락도 없이 하염없이 끍어만 가버립니다
< - 기적이 일으킨 아름다운 피날레 - >
* 심연(深淵) : 깊은 못이나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구렁을 비유적으로 가리킴
- <작가의 말> -
* 영국작가 에밀리브론테가 지은 위대한 소설 <폭풍의 언덕>
이 영화의 배경은 캐서린언쇼우와 히스클리프의 애틋한 사랑을
위서링 언덕 뒤에 있는 페닌스톤 바위를 배경으로
은은하고도 애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나는 40년 전 이 작품을 어느 늦은 저녁에 TV명화극장에서
참으로 무량한 감동으로 마주했으며
극중에 주인공인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안타까운 사랑의 결말에
나는 지금까지 극적으로 고독해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승에 사랑과 용서와 화해의 잔잔한 골짜기를
단아한 삶의 진정한 여음으로 애절하게만 선정해두고
보다
자유로운 시어로 생애의 여러 배경들을 오늘도 무지갯빛 마냥
소소히 사색해본다
★ 글쓴이 소개 ★
*대한민국 시인 文明 최마루님의 글입니다.<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음>
*<주의*주의!! 동의없이 무단전재,표절 및 재배포,복사 등 절대금지>
*시인 최마루의 분홍빛 문학정원에서 언제나
이채로운 나날들을 귀히 맞아 여러분께 즐거운 행복만을 고대합니다.
늘 인터넷사이트에 최마루 시인의 단아한 음률들과 함께 어울리시어
세상에서 가장 평온하게 여러분의 고혹한 감성들 마음껏 열어주세요.
* 최마루 시인과 함께 하는 소통의 마당 - choe33281004@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