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화재단 누정총서(7~10)
7권 풍영정(글∥박성천, 현판번역∥김대현)
8권 호가정·만귀정(글∥박명희, 현판번역∥김대현)
9권 부용정·양과동정(글∥김희태, 현판번역∥김대현)
10권 양파정·춘설헌(글∥정경운, 현판번역∥김대현)
여행길잡이(전고필), 사진(인춘교)
신국판 변형(148x200)∥각 권 10,000원∥4도 컬러
∥책소개∥
남도 누정 여행의 길잡이
2018년 6권에 이어 올해 4권으로 완간
무등산권과 영산강권 누정 16곳 담아
전남 담양의 소쇄원은 한 해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는다. 유홍준은 소쇄원을 ‘조선 최고의 민간정원’이라 했다. 하지만 그곳에 들른 사람들이 소쇄원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정보의 빈곤이라기보다는 정보의 어려움 때문이다.
누정을 느끼려면 알아야 할 것이 적지 않다. 그곳에 얽힌 인물과 시대적 배경, 그들의 작품과 조경의 특성 등등. 인터넷에서 얻은 몇 줄의 정보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결국 딱딱한 전문서적과 씨름해야 하는 어려움이 남는다.
『광주문화재단 누정총서』(1∼10권)(심미안 刊)는 그러한 고민의 소산이다. 배낭 하나 메고 훌쩍 떠나는 여행길에서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할 만한 누정 길잡이 책은 왜 없을까. 지역의 기관과 출판사가 의기투합하여 내놓은 의미 있는 결실이라 할 수 있다.
16세기를 전후해 남도에는 누정이 활발하게 건립되었다. 중앙 관료를 지내다 낙향한 선비들이 경관이 뛰어난 곳에 정자와 원림을 조성하여 후학을 양성하였고, 세속의 명리를 탐하지 않고 은둔의 삶을 영위하고자 누정을 건립하기도 했다. 강학과 교유, 은일의 공간이었던 누정은 지역공동체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집회소이자 공동체 규약을 실천하는 장으로도 활용되었다.
광주문화재단 누정총서는 지난해 발간한 6권에 더해 올해 4권을 추가로 발간, 완간되었다. 일동삼승(一洞三勝)이라 불리는 소쇄원, 식영정, 환벽당을 비롯하여 독수정, 명옥헌, 면앙정, 취가정, 풍암정, 송강정이 그것이다. 이번에는 풍영정, 호가정, 만귀정, 부용정, 양과동정, 양파정, 춘설헌 7곳의 누정을 4권으로 엮었다. 지난해에 무등산 자락의 원림과 누정을 다루었다면, 올해는 영산강 자락의 누정과 근대 이후 누정을 새롭게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스승의 억울한 죽음에 세상을 등지고 은둔한 양산보(梁山甫, 1503~1557)의 소쇄원, ‘그림자도 쉬게 한다’는 식영정, ‘푸르름을 사방에 가득 두른’ 환벽당, 망국의 한이 서려 있는 ‘독수정’, ‘옥구슬처럼 떨어지는 물방울의 집’ 명옥헌, 하늘·땅·사람을 아우르는 면앙정, 의병장 김덕령의 한이 서려 있는 취가정, 바위도 붉게붉게 울먹이는 풍암정, 정철(鄭澈, 1536~1593)의 「사미인곡」, 「속미인곡」의 산실 송강정.
이번에 출간된 풍영정, 호가정, 만귀정 등의 누정은 영산강 문화권에 자리하고 있다. 영산강은 호남평야를 비옥하게 살찌우는 젖줄이었고, 내륙 깊숙이 문물을 운송하는 교역의 통로였다. 명필 한석봉이 ‘제일호산(第一湖山)’이라고 부른 풍영정, 명리를 탐하지 않고 산수 간에 들어 호연(浩然)의 노래를 부른 호가정, 늘그막에 전원으로 돌아가 풍류를 즐긴 만귀정. 특히 부용정과 양과동정은 조선시대 처음으로 향약이 시작되었고, 지금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춘설헌과 양파정은 근대 광주의 정신과 문화가 살아 있는 귀중한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