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택배 사업 성업 중
요즈음 말 배우는 아이가 가장 먼저 익히는 단어가 '택배'라고 하여 웃었다. 유치원 다니는
손녀가 어버이날 카드에 적은 문구도 '택배가 더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요즈음 내가 택배받는 일을 즐긴다. 내 돈 내고 받는 물건인데 상자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진다. 선물이 온듯 신이 난다. 갯수가 많을 수록 상자를 열기 전 기대감은 커진다.
게다가 이름이 낯설면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누가, 무엇을? 하면서 호기심이 발동된다. 물건을
보고 사는 것과 달리 이왕이면 기대 이상이기를 꿈꾼다. 부치는 사람과 배달자가 다르듯이
우리네 영적 세계에도 배달꾼이 있다. 모두에게 함께 사는 수호천사는 기도를 나르는 일을 한다.
어느 날 이유없이 평안하고 행복감이 크다면 누군가의 수호천사가 나에게 영적 선물을 날라다
준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내가 기도 택배를 보내면서부터 믿게 되었다.
내가 누군가를 찾아가지 않아도 기도 중에 이름을 들먹이기도 하고, 단체를 들먹이기도
하면서 축복기도를 개별적으로 부친다. 복을 얹어 부치면 받을 준비가 된 사람은 그 기도를 받아
자기 삶을 기름지게 만들며 살게 될 것이다. 마치 통장에 무통장 입금시켜주면, 그 돈으로
풍성하게 사용하듯 기도를 그렇게 사용할 것이다. 내가 택배를 즐기듯 기도를 받아 즐겨 사는
사람은 누군가 자신을 위해 기도해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나는 내가 소속한 단체나 활동하는 가상공간의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택배를 부친다. 누군가
아파하는 내용이 올라오면 허락없이 기도를 속달로 부친다. 그런 것 받지 않는다고 마음을
닫았을 경우에는 내게 되돌아 올 것이므로 생산자가 소비자를 겸하는 사업이다. 이미 마음이
열려있고 나눔활동을 하기에 기도를 앞세운다. 모임에서 밥이라도 한 끼 나누고 나면 사는게
원만하듯 기도를 앞세우면 건강한 분위기 속에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새벽 잠이 깨어서 나는 묵주를 들었다. 대형 기도 꾸러미를 수호천사의 등에 얹었다.
내 영적 택배 창고는 그래서 큰 편이다. 때로는 자가생산하여 보내기도 하고 주문을 받아
운영하기도 한다.
향 싼 종이에서는 향내나고 생선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 난다는 말을 믿고 긍정의 기원을 담아
보낸다. 영적택배는 받는 사람만 정확하면 모두 공짜다. 그래서 인심을 팍팍 쓴다. 받지 않으면
되돌아와 나의 마음에서 향내를 풍길 것이니 손해 볼 것이 없는 사업이다. 기도택배 작업을 마친
마음 창고에는 향내가 가득하다.
재료라고는 믿음과 진정성이면 족하다. 도구로는 손 때 묻을 수록 좋은 라이터가 있으면 좋고
소비재로는 연중 몇 개의 초만 있으면 된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싶으면 누구든 맑은 영혼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갖추면 가능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 할 수 있어서 사업성과는
뛰어나게 좋다. 인생을 무엇으로 그렇게 풍성하게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