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너무나 큰 고뇌를 짊어지고 있으면
우리가 너무나 큰 고뇌를 짊어지고 있으면 그 보다 작은 모든 고뇌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게 되며, 반대로 큰 고뇌가 없으면 사소한 고뇌도 우리를 몹시 괴롭혀 불쾌하게 한다는 것이다.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제우스의 독수리에게 간을 뜯어 먹히며 ‘영원한 벌’을 받았던 프로메테우스는 얼마나 고통스러웠던 것이며, 제우스와의 간통으로 인하여 쇠파리떼에게 뜯어 먹히며 살아가야만 했던 이오는 얼마나 고통스러웠던 것일까? 하늘기둥을 떠바치고 살아야만 했던 아틀라스는 얼마나 고통스러웠던 것이며, 그의 아내 데이아니라의 질투심 때문에 독이 묻은 옷을 입고 죽어가야만 했던 헤라클레스는 얼마나 고통스러웠던 것일까?
큰 고뇌를 짊어지고 있으면 작은 고뇌에는 무감각하게 되고, 큰 고뇌가 없어지면 작은 고뇌에도 민감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술값 시비 때문에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이고, 어떤 사람은 층간 소음 때문에 야구방망이로 사람을 때려 죽인다. 어떤 사람은 아내 몰래 숨겨둔 비자금 때문에 부부 싸움을 하게 되고, 어떤 사람은 시어머니와의 작은 말다툼 때문에 이혼소송을 당하게 된다.
불씨는 작지만, 그 불씨는 금수강산을 다 태워버릴 수도 있는 재앙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반경환 {쇼펜하우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