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죽을 보며

[가평예술촌 촌장]

새들은 날기 위해 뼈 속을 비우지만 대나무는 무엇을 위해 뼛속을 비울까?

시간 여유가 있기에 종로3가에 있는 운현궁에 들렸다.

담장 밑에 움크리고 있는 바람을 보며 풍죽을 바라본다.
섣달이지만 진초록의 멋스러움을 보여주는 풍죽 (신우대)에 마음이 녹녹해진다.

사는 게 시들하다고 느끼던 겨울철에 빌딩 숲 속에서 푸르름을 본다는 건 큰 위안이 된다.

내가 뼛속을 비우면 골다공증이라고 처방을 내릴 터인데, 그래도 잠시라도 하늘을 날 수 있다면 대나무처럼 뼛속을 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