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을 꾸렸다.
김밥 한 줄, 사과 한 알, 물 한 병과 사탕 몇 알이 전부다.
엄두가 나지않아 멀리서만 바라보던 선형산을 종주할 계획이다. 선형산이라 명명은 했지안 등산로가 없는 산이다.
해발 600미터에 능선 길이가 8키로 정도다.
능선에 올라서니 앙상한 가지가 부끄러운 낙우송과 갈참나무들이 빽빽하다.
모두 묵상 중이다.
동안거에 들어간 선방 같다.
가끔 나뭇가지에 걸린 바람 부스러기가 꾸겨져 골짜기로 내달리고 있을 뿐이다.
며칠 전 전화를 걸어온 선배 목소리가 설픗하다.
이제 마지막일지도 몰라 시집 한 권을 상재하려하니 도와 달라는 사연이었다.
전화를 받고 보니 허허 시인 생각이 퍼뜩났다.
사람이란 내일을 기약할 수 없으니 매일 아침 목욕탕에 들러 목욕을 한다는 말...
하직하는 날 추한 모습 을 보이기 싫다는 뜻이다.
삼월의 산과 벌판은 무겁다. 나이들수록 삼월 달의 무게를 실감한다
산도 나무도 새들도 언제 봄을 펼칠지 고민 중인 것만 같다.
아동문학가 은희 시인의 글귀처럼 귀가 따뜻해지는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두어 시간을 걸으니 출출해졌다.
김밥 한 줄과 사과 한 알로 허기를 달래고 푸른 하늘에 눈을 맞춘다.
바람을 데리고 가는 구름 몆 덩어리가 잘 익은 여인의 가슴처럼 출렁 거린다.
아직 나는 청춘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