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일전에 올린 전주 토박이가 알려주는 전주 맛집~
이라는 글에서 빠진 부분을 보충하는 글 입니다.
이 사거리 근방에 이창호 국수(國手)의 생가인 이시계점이
있습니다. 드라마『응답하라 1988』속 택이네 금은방
'봉황당' 설정도 이 곳을 반영한 거라고 하네요.

이창호의 조부님이 현 이시계점의 건너편에 이시계포를
낸 것이 1940년대였다고 합니다. 그 때는 일본인들이
운영하는 시계포만 있었는데 조선사람이 전주에서 처음
으로 연 시계포였다고 합니다.
젊은 시절 익힌 시계수리 기술을 밑천삼아 시계수리와
판매에서 절대 속이지 않는 신용과 친절로 재산을 모아
알부자 소리를 들으셨던 조부께서 현 이시계점 자리에
건물을 올리시고(1970년1월10일 완공 허가)
아들 이재룡씨에게 물려주었다고 합니다.
이창호 국수는 이 건물 안쪽 지금은 세공작업실로 쓰고
있는 방에서 태어났는데(1975년생), 이재룡씨의 삼형제
자식 중 둘째로 4.8kg의 우량아로 태어나 모 분유회사의
우량아 선발대회에서 입상했다고 합니다.
그런 창호가 어려서 할아버지를 따라 집 근처 설(雪)기원
(현 전주안과 자리)에 다니는데 창호가 바둑을 이해하고
재밌어 하더라는 것입니다.
이에 조부께서 어느 날 "창호에게 바둑을 가르쳐 프로기사
를 만들겠다."고 선언하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를 데리고 좋은 선생이
있다면 천리길도 멀다 않고 바둑을 가르치기 위해 돈을
물쓰듯이 하셨담니다. 그러다 창호의
어릴 적 스승인 설雪기원의 유형옥옹(아마 5단)이
"이제 전주에서는 더 이상 창호를 가르칠 사람이 없으니
하루 속히 서울로 보내자"고 하여 우여곡절 끝에 바둑황제
조훈현 9단의 '내제자(스승댁에서 숙식하며 배우는 제자)'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 때 창호가 국민학교 2학년 때라고 합니다.

현재 이시계점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이 말합니다.
"이창호 국수는 하늘이 낸 사람이라고....."
"그리고 그걸 알아본 창호 조부님 덕이라고....."
이 이시계점을 일궜드시
사람을 속이지 않는 '신용'과
친절하면 손님은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을 실천한
창호 조부님이 '국수(國手, 나라에 필요한 재주를 가진 손)
을 키우신거라고.
이런 창호 조부님이 이창호가 프로자격을 획득하고 3개월
이 채 못 되어 별세하셨는데. 병명은 암이었다고.
의사가 추정하는 발병시기는 공교롭게도 "창호에게 바둑
을 가르쳐 프로기사로..."라고 선언하던 그 시점과 맞아
떨어진다니 하늘의 뜻이 아니었는지?
올 7월 소설『국수』전6권을 완간한 김성동 작가의 말이
생각납니다.
'국수(國手)'는 바둑에서 쓰는 말로 주로 알려졌지만, 애초
소리, 악기, 무예, 글씨, 그림, 의술 등 나라 안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예술가나 일인자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작가는 설명합니다.
이는 재주가 뛰어난 자에게 바치는 '민중의 꽃다발'이라고...
이시계점에서 시계수리 기술을 배운 직원들이 익산, 김제,
부안 등등 인근지역에 이시계점을 열었드시, 전주는 많은
'재주를 가진 손'을 키워낸 고장입니다.
옻칠장 박광용, 방짜유기장 이종덕, 한지장 김혜미자,
침선장 이정희, 부채장 김동식, 이신잎 등등 모두
국수(國手)의 경지에 오르신 분들이지요.
이 점은 <춘향가>에도 나와 있습니다.
"경상도 산세는 산이 웅장하기로 사람이 나면 정직하고,
전라도 산세는 산이 *촉(矗)하기로 사람이 나면 재주
있고, 충청도 산세는 산이 순순(順順)하기로 사람이 나면
인정이 있고, 경기도로 올라 한양 터를 보면 자른 목이
높고 백운대 섰다. 삼각산 떨어져 북주(北主)가 되고
인왕산이 주산이오. 종남산이 안산이라 왕십리 청룡이요,
만리재 백호로다. 사람이 나면 선할 때 선하고 악하기로
들면 벼락이 지상이오."
*촉(矗) : 우거지다, 가지런하다, 길고 곧은 모양, 높이 솟은 모양
이시계점 아니 전주에서 프로포즈하면 건강하고 재주
많은 아이를 얻을수 있다는 이시계점 사장님의 장담은
어떤 연유에서 오는 감(感)일까?
전주가 지킴의 땅이어서인가?
조선 왕조의 개국자인 태조 어진을 위봉사로 옮겨 지켜낸 사람들.
조선 왕조 실록을 지켜낸 사람들.
왜란으로 부터 호남을 지켜낸 사람들.
천주교 박해에 굴하지 않고 종교적 신념을 지켜낸 사람들.
외세에 맞서 보국안민(輔國安民)을 외친 사람들.
전주 향교를 지켜낸 한옥마을 사람들.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이 사는 땅. 언약의 땅.
이 곳에서 언약하면 맺어지고 언젠가는 결실을
얻을 것만 같음은 무엇인가?
누군가의 말처럼
'꽃심을 지닌 땅'이라서 아니면
'세월이 지날수록 깊은 맛이 나는 곳'이라서 그런걸까?
나 자신과의 약속을 위해 여행오는 곳.
더딘 시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곳.
세상의 중심이 '나'임을 확인하러 오는 곳.
그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영혼의 지문을 남기기 위해 오는 곳.
그리고 사랑의 고백도 프로포즈도 청혼도
루갈다 이순이의 동정고백에서 용기를 펼쳐
새벽이슬처럼 순결한 시작을 약속하는 곳.
그 약속의 믿음이 살아있는 곳.
이 곳은 전주니까요.
"전주그이!" 가 함께 합니다.
https://youtu.be/JwHHG6laEDg
첫댓글 전에 올렸던 글의 후속이라 해야 하나요?..ㅎㅎ
이창호 국수의 계보를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오래된 '이시계점'도 잘 기억 하겠습니다^^
후속은 준비중이라 내년 3월 쯤 될 것
같고요. 전에 올렸던 전주 맛집 이야기의 동락일식집 내용 앞에 놓일 이야기 입니다.
전 게시물에 추가 하려고 합니다.
@산미예가 알겠습니다^^
의미있는 곳이군요 고개가 저절로 숙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