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예배를 마친 후, 다소 찬 바람이 부는 서울숲을 걸었다.
가을을 맞이하여 많은 행사들이 열리고, 서울숲은 젊은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가을처럼, 철이 좀 들었으면.
오늘은 예배 후 맥이 풀렸다.
시월 첫주에는 추석연휴가 끼어서 교인들이 적게 왔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번 주는 지난 주보다 더 적다.
목회의 성공여부가 교인수나 숫자에 있는 것은 아니라지만, 그건 위로하는 말이고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되어야 할 일도 할 수 있다.
최소한의 적정 규모 150명, 이것을 이루지 못하고 허덕이고 있으니 내 목회는 실패한 것이 아닐까?
다음주 '리차드 로어와 함께하는 종교개혁의 달' 주제는 '삶의 비극성'이다.
인생의 전반부와 후반부, 인생의 전반부에 이어 세 번째 주제다.
1주제는 인생은 전반부와 후반부가 있다는 것을 상기하는 일이었다. 2주제는 진보와 보수, 실패와 성공, 넘어짐과 일어섬은 모두 한짝이라는 것을 다뤘다. 3주제는 '인생은 비극성을 담보하고 있지만, 그래서 하나님의 은혜를 입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죄가 많은 곳에 은혜도 많다. 인생은 비극이며, 자신이 죄인임을 자각하는 일은 그래서 운명론이나 불신이나 비관론, 냉소주의로 빠지지 않는다면 꼭 필요한 일이다. 인생이 비극임에도 주어진 사명을 발견하는 일, 그리고 그 사명은 은혜를 입어야 완수할 수 있는 것...이것이 리처드 로어가 이야기하는 '위쪽으로 떨어지는 것'인듯 하다.
그런 점에서 지금 내가 한남교회에서 느끼고 있는 좌절과 실패, 실망은 하나님의 은혜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임을 밝히는 것이고, 결국은 그 은혜가 임할 시기가 임박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다시 심기일전하여, 목회자로서 메시지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다가오는 창립69주년 추수감사주일 행사와 내년에 있을 창립70주년 계획과 2024년도 목회계획 등을 구상하고 있다.
다시 서울숲.
가까운 곳에 숲이 있으니 좋다.
아직 그곳은 가을 빛이 멀다. 하나는 지금 현재의 빛이고, 하나는 장차 올 빛이다.
장차 올 빛, 그 빛으로 물들어가려면 아직은 더 추워야하고, 비바람도 더 견뎌야 할 것이다.
지금, 한남은 그 시기를 지나고 있을 뿐이다.
아름답게 물들 날이 올 것이고, 보이지 않게 자라는 나무처럼 자라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자. 부끄럽지 않게...